▲그날 밤에 불어 닥친 파도 모습이에요. 어찌나 무섭든지 파도에 집도 배도 다 떠밀려 가는 줄 알았어요. 제주도 바다는 정말로 검은 바다였어요.권성권
우리 식구들이 묵을 숙소는 '외도'라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외도'라고 하니 어디 멀리 떨어진 섬 같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제주도 내에 붙어 있는 육지였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둘레 밖으로 멀리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엔 파도가 무척이나 거칠고 세게 불어왔다. 그 정도 바람이라면 차가 떠밀려 갈 것 같았고, 지붕도 허물어질 것 같았다.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자다가도 일어나서 차가 그대로 있는지, 지붕이 허물어지지 않았는지 몇 번이고 밖을 나갔다 들어왔다 했다.
"이 정도 바람은 우리 신안도 불제."
"그렇죠. 괜한 걱정이겠죠."
"그라먼(그럼) 그냥 맘 놓고 자 부러라(버려)."
"알았어요. 푹 자쇼, 엄마."
"잠깐만아, 이것 챙겨부러라(챙겨 넣어라)."
"뭔 돈이에요?"
"내 몫은 내가 해야제(내야하지)."
"무슨 말이에요. 그냥 넣어 두세요."
"아니어야. 나도 내야 내 맘이 편히야(편해야)."
하는 수 없이 울 엄마가 내민 돈을 나는 받아 넣었다. 물론 적지 않은 돈이었다. 그래도 꼬깃꼬깃한 돈을 챙겨서 주는 돈을 막무가내로 거절할 수만은 없었다. 손사래를 치면서도 울 엄마 얼굴을 생각해 그 돈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반반을 나눴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그 반을 챙겨드릴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