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정' 개혁세력 타이틀 반납할 때
이젠 중도개혁세력이 당권 도전해야"

[인터뷰]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지방선거 과열, 부잣집 유산싸움 비춰져"

등록 2005.12.04 19:02수정 2005.12.0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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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당의 중심에 어떤 세력이 서야 하는지가 문제다. 역시 중도개혁 세력이 돼야 한다. 한나라당에서 '40대 기수론' 해봐야 누가 있나. 손에 꼽히는 '남원정'을 포함해 몇 명에 불과하다. 연령과 상관없이 중도개혁 세력을 확대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위기 돌파방안으로 '40대 역할론'이 떠오르면서, 한나라당의 소장파를 대표하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남원정'의 한 축인 남 의원은 지난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당내 개혁세력의 외연확대를 위해서 스스로 남원정이라는 개혁세력의 타이틀을 반납할 때가 됐다"고 답했다. 남 의원은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며 "한마디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리로 가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남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 중요한 것은 역시 호남과의 제휴, 연대, 화해"라며 "한나라당이 호남과 화해하려면 중심세력이 변하고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때문에 내년 6월경에 열릴 전당대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원정'의 틀을 뛰어넘어, 중도개혁세력이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해, 당의 주도세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남 의원은 또 지방선거를 위한 당내경쟁이 자칫 부잣집 유산싸움을 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민들은 경기도지사, 서울시장 후보간의 경쟁을 '배부른 밥그릇 싸움'이라고 본다"며 "열린우리당이 인기는 바닥이지만, 살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한나라당은 너무 오만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해 내년 1월 중순 정도까지는 '저요, 저요' 하는 분위기를 당분간 자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당내 선거에서 남원정의 역할 분담에 대해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정치 공학적 조정은 안하고 있으나 개인적 쓰임새가 어느 게 좋으냐는 고민은 한다"며 "(대선에서) 어떤 역할이 가장 적합한가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답을 피했다.


다음은 남경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남원정의 역할 초선 후배들이 할 때"


- 한나라당 소장파의 앞날, 어떻게 되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으로 대표되는 소장파는 이제 발전적 해체가 필요하다고 본다. 외연확대를 위해서 스스로 '남원정'이라는 개혁세력의 타이틀을 반납할 때가 됐다.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의 분화는 아름답지 못했으나 남원정의 해체는 창조를 위한, 그리고 미래를 위한 큰 투자다."

- 이유는 무엇인가.
"명분을 갖고 목소리만 낼 게 아니라 이젠 그 목소리를 현실화할 힘과 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역설적으로 '남원정'이라는 타이틀은 걸림돌이 된다. '남원정'으로 대표됐던 소장·개혁 세력의 역할은 초선 후배들이 할 때다."

- 소장·개혁 세력이 비판자에서 당내 주류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인가.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소장파를 벗어나 당 개혁 세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당을 변화시키고 그 중심에 서서 일을 할 때 한나라당의 집권에도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집단적 힘이 돼 당을 바꾸고 집권에 도움이 되도록 준비와 행동을 해야할 때다. 한마디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리로 가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 개혁 세력의 역할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향후 대선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역시 호남과의 제휴, 연대, 화해이다. 이를 과연 열린우리당이 할 것이냐 한나라당이 할 것이냐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그러나 역시 한나라당이 호남과의 연대, 화합을 해나가는 게 역사적으로 더욱 중요한 일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이렇듯 호남끼리의 화해는 역사의 발전에 무의미하다.

한나라당이 호남과 화해하려면 중심세력이 변하고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내년 6월 전당대회가 중요하다. 내년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은 변화를 보여야 한다. 그 속에서 소장파가 역할을 해야 한다."

- 열린우리당에서 '40대 기수론', '40대 역할론' 등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에도 그런 '40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한나라당 식으로 하면) 연령으로 자르는 것은 맞지 않다. '중도개혁 세력 기수론'이라면 어울릴 듯 하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당의 중심에 어떤 세력이 서야 하는지의 문제다. 역시 중도개혁 세력이 돼야 한다. 한나라당에서 '40대 기수론' 해봐야 누가 있나. 손에 꼽히는 남원정 포함해 몇 명에 불과하다. 연령과 상관없이 중도개혁 세력을 확대해야 한다."

"민주당과 합당하게 된다면 지방선거 훨씬 후가 될 것"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오마이뉴스 이종호
- 호남과의 화해, 중도개혁 세력의 통합을 위한 외연 확대라면, 민주당과의 화해도 가능한 일인가?
"현실적인 정치 세력으로서는 민주당이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호남에서 '예스', 적어도 '한번 해보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당이 변해야 한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원'장악이 필요하다. 지역적으로 중원은 호남과 충청이 될 것이다."

- 합당도 필요한가?
"가능하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내년 지방선거 훨씬 후의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목표는 필요하다."

- 중도개혁 세력이 연대해 당권에 도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나?
"당권 도전도 필요하다고 본다. 대선 레이스는 공정한 게임이 돼야 한다. 외연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힘을 합쳐서 당권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 그 과정에서 남원정의 역할 조정도 고민하고 있나?
"그런 정치 공학적 조정은 안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 쓰임새가 어느 게 좋으냐는 고민은 한다. (대선에서) 어떤 역할이 가장 적합한가 하는 것이 고민이다."

- 예를 들면, A 의원은 경기지사, B 의원은 대권, C 의원은 당권 도전…, 이런 식의 도전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식의 그림을 먼저 그리고 시작하게 되면 내 쓰임이 뭔가 보다는 공학적으로 자기자리 찾기가 우선이 되기 때문에 그런 논의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또 그런 식의 접근을 하면 우리도 아마 명분이나 당위성을 잃을 거라고 본다."

- 소장파가 연대해, 당의 대선후보 경선에도 도전할 수 있지 않나.
"이상과 현실을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밀알, 뒷받침이 되는 역할이 시대에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소장파 대권도전, 15년 20년후 준비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 농담으로라도 대권도전에 대한 얘기는 오가지 않나.
"15년, 20년 정도 후에 그런 도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정도는 얘기한다. 긴호흡이 필요하다."

- 총선 이후 당이 많이 변했다고 보나.
"점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어떤 '모멘텀'이 생겨야 한다. 그래야 한계를 뛰어넘어 확 올라가는 변곡점이 생기게 된다. 내년 전당대회가 그 계기가 돼야 한다. 내년 전대에서 호남, 또는 중도개혁 세력이 볼 때 '저 정도라면 한나라당도 변화했구나, 저 정도라면 우리의 가해자나 기득권 세력이 아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걸 하느냐 못하느냐가 차기 대선의 승패를 가름할 관건이다."

- 경기도지사 출마, 당권 도전 여부는 어떻게 되는 건가.
"정치인이 정치적으로 큰 자리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항상 과연 내가 출마했을 때 국가, 경기도의 발전,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또 한나라당의 집권에도 도움이 되느냐도 물론 생각해야 한다.

경기도지사, 서울시장 후보간의 경쟁을 국민들은 '배부른 밥그릇 싸움'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은 인기는 바닥이지만, 살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한나라당은 너무 오만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자칫 한나라당이 부잣집 유산싸움을 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다. 아직까진 서로 상대 후보를 헐뜯는 데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자칫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영입을 위해 문호도 열어야 한다. 대권 후보에 대해서는 영입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시장이나 지사는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분이 와서 민생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외연확대를 통해 집권의 가능성도 높일 사람 있다면 그런 영입 가능성은 열어놔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과열돼 있어 외부에서 보기에 당으로 들어가 도전해봐야겠다는 말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저요! 저요!' 하는 분위기를 당분간 자제해야 한다. 내년 1월 중순 이후까지, 약 한 달 반 정도는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논의를 터놓은 상태로 가야 한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3, 4명이 끝까지 각축하는 구도로 가야"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오마이뉴스 이종호
-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가.
"전혀 아니다. 물론 저도 (도전) 한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지사 자리에 올라가고 싶겠지만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당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할 자세가 돼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새정치수요모임'이 그간 박근혜 대표 비판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최근에는 박 대표와 식사도 같이 했는데, 인사 개편 등 최근 박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보나?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인사도 대체로 잘됐다는 평이다. 과거와는 스탠스가 달라진 게 분명하다. 그간 대표에 대한 비판은 개인적 호불호의 변화라기보다는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 후보 중 어떤 후보도 대세론에 휩싸이면 안된다는 취지에서였다. (박 대표) 대세론이 지나치니 견제하는 의미였던 것이다.

대세론으로는 절대로 승리하지 못한다. 손학규 지사가 처져있는 형국인데, 지지율이 더 올라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지원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손 지사까지 포함해 3∼4명의 후보가 끝까지 각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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