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등록 2005.12.05 10:56수정 2005.12.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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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감기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따뜻한 물을 연신 들이키며 책을 읽으니 생각만큼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때보다 책 한 권 읽는 데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렸다. 어떤 책이든 읽고서 저마다 감상이 다를 테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뿌듯한 마음이 든다면 양서일 가능성이 높다.

a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푸른숲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중국견문록>에 이어 세 번째로 읽는 한비야의 책이다. 한비야가 쓴 책은 매번 주제를 달리 하며 독자에게 가볍지 않은 여운을 주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긴급구호 현장을 다니며 쓴 생생한 기록들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책장을 몇 장 넘겨보지 않고 사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라는 후한 점수를 줄 저자가 몇 명이나 될지 가늠하기 힘든데, 한비야가 바로 그런 존재다. 그렇게 애독자가 되어 가나 보다.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대륙. 여러 나라들의 이야기는 귀동냥으로 많이 들어 왔지만, 저자가 직접 체험하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진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밀했다. 한 달에 우리 돈으로 2만 원이면 4인 가족이 굶어 죽지 않는다는데…. 2천 원짜리 주사약 하나면 살릴 수 있는 아이인데 그 돈이 없어서 생명이 꺼져간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귓전을 맴돈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이었다. 이집트와 요르단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중해를 끼고 있는 그곳은 아직도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화약고였다. 언뜻 보기에 종교 싸움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토 싸움이라는 걸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세계가 이스라엘에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로 저자가 꼽은 몇 가지는 아래와 같다.

유대인이 미국 언론계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겠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을 대상으로 동유럽과 독일, 소련에서 벌어진 홀로코스트(대량 학살)에 대한 죄의식도 한 몫 한다고 한다. 또 기독교적 배경도 무시 못할 요인일 거다. 많은 서구 유럽 국가들의 문화적 배경이 기독교인 만큼 이슬람교 보다 유대교 쪽에 교감과 공감의 폭이 큰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까.
- 본문 중


아이들 사이의 싸움에서도 편가르기를 한다면, 당연히 힘센 아이 쪽에 서는 편이 유리할테니 국제 사회에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글에서 한비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새장 안의 행복에 만족하지 않고,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를 위해 하루하루를 불사르는 멋있는 사람. 인생을 산맥에 비유하며 유유히 살고자 하는 사람. 아무리 생각해도 한비야는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고, 어두운 세상에 한 줌 빛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각박한 생활로 이웃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시야를 돌려 세상을 향하게 물꼬를 틀어준 저자가 한없이 고맙게 여겨진다. 옷깃을 아무리 여미어도 감당하기에 버거운 겨울 바람이지만, 한 권의 책으로 마음을 녹일 수 있다면 비약이 심한 걸까?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기실 그런 책이었고, 많은 독자들과 가능하면 빨리 만나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한비야 저 | 푸른숲 | 2005년 09월

덧붙이는 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한비야 저 | 푸른숲 | 2005년 09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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