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설치하면 지하상가 죽는다?

인천 부평구 문화사거리 횡단보도 설치 놓고 시민단체-상인 갈등

등록 2005.12.05 18:41수정 2005.12.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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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소재 문화사거리(옛 명신당 삼거리) 앞 횡단보도 설치를 둘러싸고, 이를 추진하는 지역 시민단체와, 반대하는 지하도상가 입주민들 간의 대립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4년 9월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부평지부(이하 인천연대 부평지부)는 "문화사거리가 아파트와 상가가 밀집한 지역으로 보행자의 도로횡단이 잦은 곳인데도 횡단보도가 없어 보행약자의 보행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며 15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인천시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인천경찰청은 "도로 위 시설물의 이전비용과 상인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를 부결시켰다.

올 10월 인천연대 부평지부는 인천경찰청에 다시 재검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에 11월 17일 부평경찰서에서 인천연대 부평지부, 지하상가 관계자, 부평구청, 부평구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한노인회 부평구지회, 동아아파트 부녀회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횡단보도 설치에 관한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는 횡단보도 설치에 대한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하지만 지하상가 상인들은 "교통혼잡 지역인 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더 많은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부평역에서 문화사거리까지 1천4백여개 지하상가 점포운영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를 들어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지난달 23일 지하상가 입주민들은 '지하도상가 위 횡단보도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문화사거리 앞 횡단보도 설치가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45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인천시와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이 문제는 또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게 됐다.

대책위는 진정서를 통해 "지하상가는 보행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출구에 1억여원을 들여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고 도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보행권 강화와 교통소통 확보, 상권유지 등을 위해서는 횡단보도 설치보단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밝히고 "횡단보도 설치가 강행될 경우에는 생존권 사수를 위해 법적대응 및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천연대 부평지부는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간담회에서 교통혼잡과 교통사고를 우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던 지하상가 상인들이 결국은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며 "상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수 시민의 불편을 계속 강요한다면 지하상가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계속적인 대립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인천연대 주장대로 그려본 횡단보도. 이렇게 하면 교통흐름에 방해없이 설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인천연대 주장대로 그려본 횡단보도. 이렇게 하면 교통흐름에 방해없이 설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장호영
횡단보도 설치가 교통혼잡 가중시킨다?

현재 문화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가뜩이나 교통혼잡 지역인 곳에 더욱 교통정체를 유발시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인천에서 택시운전을 10년 동안 했다는 J씨는 "그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한다고 해서 현재의 교통상황보다 더 나빠진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라고 밝히고, "백화점에서 나오는 차량에 대한 좌회전 신호시 횡단보도 신호를 줘도 시간이 충분해 현재의 교통신호 체계로도 횡단보도 설치가 가능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설치한다고 해도 교통상황이 더 나빠질 것도 좋아질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부평문화의거리발전추진위원회(이하 문발추) 인태연 부회장도 "현재 인천연대 부평지부가 설치하자는 위치에 횡단보도가 들어설 경우 차량 소통에 지장을 줄 이유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횡단보도엔 불법주정차를 할 수 없게 돼 그곳에 잦은 불법주정차가 없어질 것이다"고 주장해 이를 뒷받침했다.

횡단보도 설치가 지하상가의 상권을 죽인다?

지난달 30일 지하상가 상인들은 인천연대(http://ispp.or.kr) 홈페이지에 '부평지하 상인들의 입장'이라는 글을 올리며 결국 교통혼잡의 문제보다는 생존권의 문제였음을 드러냈다.

상인들은 글을 통해 "지하상가 상인들도 사회약자이며 영세상인들"이라 밝히고 "횡단보도 설치는 인천연대가 사회약자를 위한다면서 사회약자를 죽이고 또다시 사회약자를 양성시키는 악순환의 방법"이라 규정하고, "지하상인들의 이기심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지하상인들도 살고 보행약자들의 횡단권도 보장받는 대안으로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고 진정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횡단보도 설치가 지하상가 상권을 죽인다는 주장 또한 지하상인들의 오버(?)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인천연대 홈페이지에 부평구민이라 밝히고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부평에 어디를 가던 지하상가에 들리면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린다"며 "지상의 다른 상가들은 그에 비해 정말 한산하기만 하다. 소비자들도 그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만만치 않은 자산가임을 다 알고 있는데 영세민으로 위장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농락이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횡단보도가 없어 불편을 매번 겪어야 했는데 그 이유의 배경에 지하상인들이 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 지하상인들이 계속 반대를 한다면 지인들에게 알려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주장했다.

문발추 인태연 부회장은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곳은 실제로 지하상가의 맨 마지막 입구에 위치한 곳으로 지하상가 상권이 모두 죽는다는 것은 좀 오버(?)다. 오히려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아파트 단지에서 차로 멀리나가 쇼핑을 하던 사람들이 보행으로 재래시장을 다시 찾게 되어 지상상권과 지하상권이 모두 살 수 있다. 강제적으로 통행을 통제하면 오히려 상권을 더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이익을 얻었으면 지역주민에게 베풀 줄 아는 상도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교통정책, 이제는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돼야"

인천연대 부평지부 장금석 사무국장은 "횡단보도는 인도와 같이 사람의 보행을 위한 차도위의 인도라 할 수 있지만, 부평 문화사거리 앞 도로는 장애인 등 보행약자가 도로를 건너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어 보행약자에게 집단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 규정하고 "서울 광화문 앞 보행신호등 설치가 보여주듯이 이제는 차량위주의 교통정책이 아니라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문화사거리 횡단보도 설치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인천의 교통정책이 사람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이번 달 중순 문화사거리 앞 횡단보도 및 보행신호등 설치 여부를 결정할 인천지방경찰청 교통규제심의위원회가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지역인터넷뉴스사이트 ICNEWS(http://icnews.net)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지역인터넷뉴스사이트 ICNEWS(http://icnews.net)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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