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김 의장이 직권상정 할 것
 고건, 우리당 대선 후보 자격된다"

[인터뷰] 위기의 열린우리당 '구원투수' 정세균 의장

등록 2005.12.06 11:39수정 2005.12.0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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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및 원내대표가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라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실 것"이라고 말해 오는 9일 본회의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정 의장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과의 협상을 위해) 충분히 시간을 보냈다"며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한나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선(先) 개방형이사제 후(後) 자립형사립고'라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후퇴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점과 관련, 정 의장은 "선명한 것을 선택해 박수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령 박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차선이든 차차선이든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불가피함을 토로했다.

민주당 노 대통령 탈당 발언 "아주 무례하다"

자강(自强). 위기의 집권여당을 책임지고 있는 정세균 의장(진안·무주·장수·임실군, 3선)이 쥐고 있는 화두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 의장은 '이대로는 안된다'며 '민주개혁세력 재결집'을 내세워 외연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심을 추스리고 스스로 결속하고 우리가 주장하는 바를 추진하는 결속력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 다른 세력을 끌어들이든 힘을 합치든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외부로 눈 돌릴 때가 아니다. 우선 집토끼부터 잡고 다른 방안을 연구해 봐야 한다."

내년 2월 18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 전까지 자신의 책무를 '집단속'이라고 한정했다. "통합의 구심력 확보"다. '그 이후'에 대한 여지도 남겼다. 수도권과 호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통합에 관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 것과 관련 그는 "우리가 정책, 이념 등에 있어 민주개혁세력으로부터 박수를 받으면 호남의 민심은 당연히 돌아온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민주개혁세력에 민주당도 포함이 되냐'는 질문에 그는 "정당은 거기에 없다, 그런 성향을 가진 국민을 말한다"면서 "호남 유권자들은 개혁 지향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호남을 애써 분리해서 보려는 의지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노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통합의 여지를 남기는 것에 대해 "남의 당의 최고지도자에게 아주 무례하고 옳지 않은 태도"라며 "우리가 점잖으니까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성을 냈다.

통합론과 관련 그는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경계'의 위치에 있다. 노 대통령은 이미 '창당 초심'을 강조하며 제동을 건 반면, 의원들의 절반 이상은 동조하는 상황. 통합에 관한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휴전이야, 휴전. 이거 인터뷰가 아니라 전쟁이구만(웃음)"이라고 곤란해했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관망하며 전략적인 고민을 하는 듯 보였다.

통합론 여운 "호남 유권자들은 개혁 지향적"


정 의장은 흡사 '외줄타기'를 하는 상황에 있다. 대통령과 차기주자, 의원들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져서는 낭패인 처지.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견해를 조심스레 진전시켜 나갔다. 우선 당내 현안인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 당의장·원내대표 투톱시스템을 원톱 체제로 전환해 당의장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원내정책정당으로 가는 게 맞다. 투톱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당의장이 3, 4개월 단위로 바뀐 게 더 문제였다. 다만 당의장이 가진 위상을 확보하고 활동하는데 혹시 어려움이 있다면 보완해 주는 정도가 필요하지 근본적으로 투톱 시스템을 훼손하는 것은 과거 회귀다."

하지만, 당헌당규 개정소위(위원장 유재건)가 검토하고 있는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제 폐지, 당의장에 정책위의장 추천권 부여 방안 등에 대해 "나는 과거에도 왜 러닝메이트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해 개정에 동조했다.

최대 쟁점인 기간당원제에 대해서는 '모집당원'의 문제를 제기하며 손질의 필요성에 동조했다. 정 의장은 "당 지도부나 공직후보자가 모집당원에 의해 좌지우지돼서는 안된다"며 "선거는 이기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민심에 가까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간당원 외에 일반당원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0원 이상 당비 6개월 이상 납부'라는 기간당원제 요건에 대해서는 "완화하면 안된다"며 현행 유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공직후보자 투표권을 일반당원에게도 확대하는 안에 대해서는 "개정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당헌·당규에는 기간당원에게만 공직후보자 투표권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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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연정 "그렇게 좋은 제안은 아니었다"

다음은 당정청 쇄신 문제. 일단 당정 관계는 어느 정도 당이 주도권을 회복했다고 자평했다. 정 의장은 "정부가 저질러 놓은 것, 수습 잘하고 있다(웃음)"며 정부의 소주세 인상안은 이미 철회시켰고, LNG(액화천연가스)세 인상안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당론 찬성을 이끌어낸 이라크파병 2차 연장동의안도 '1000명 감군안'을 당의 주도로 관철해 잡음을 최소화했다.

문제는 당청. 지난 11월 청와대 만찬에서 비상지도부는 당청 간 소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안을 건의했지만 이렇다할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정 의장은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없지만 현재의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별 문제 없다"는 수준에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청와대 만찬 이후 참석했던 비상집행위원들의 실망감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자강'이라는 말을 다시 꺼내들며 "스스로 강해지는 자가 뭔가를 할 수 있다, 당이 잘해 나가면 대통령도 도와주고 정부도 도와준다"고 말해 청와대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그의 연장선상에서, 내년 초 발표될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안에 대해서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힘을 모으는 쪽이면 좋겠다"며 "정책과 철학을 밝히는 수준의 비전"이기를 기대했다.

사실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차기주자 측에선 '연정 후속타' 수준의 안이 발표된다면 당청 간 '빅매치'가 불가피하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의 대연정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지금쯤 (한나라당에서) 거국내각 구성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한마디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계속 발목을 잡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해 일정한 전략적 효과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제안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건 사실"이라고 패착임을 인정했다.

정동영·김근태 '빅매치' "나와도 좋고 안나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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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동영·김근태 장관의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서는 "나와도 좋고 안나와도 좋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패배를 의식해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보호론'에 대해 그는 "어차피 정치인이 어디 나갔다가 떨어지는 것은 상사 아닌가"라며 "우리당이 죽느냐 사느냐에 따라 그분들의 운명도 결정된다"고 선을 그었다. "선택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에 섰다.

그러면서 '40대 재선 역할론'에 힘을 실었다. 정 의장은 "내년 전당대회에 그분들도 오고 40대 젊은이들도 나서서 뛰면 우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더해지지 않겠냐"며 "40대가 당의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지도부에 들어가서 당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수론'과는 선을 그으면서도 '역할론'을 제기, 정동영·김근태 양자 구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선 후보 경선과 관련 '정동영·김근태만으로는 안된다'며 고건 전 총리 등을 영입해 '경선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정 의장은 "누군들 배제될 필요는 없다"고 동조했다. 고 전 총리의 '정체성'을 문제삼아 불가론을 펴는 측에 대해서는 "지금이 대선 후보를 논할 시기는 아니지만 우리는 '열린'우리당 아니냐"며 "경선 자격이 충분하다"고 평했다.

한편 앞으로 두 달여 남은 자신의 임기 후 거취와 관련 경제부총리 등 입각설이 도는 것에 대해 정 의장은 "나는 김칫국부터 마시는 사람이 아니(웃음)"라며 현재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평가받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나아가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아니지만 다음 전대에는 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더 큰 꿈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른 급한 것 때문에 밀리는" 국가보안법 폐지법안
정세균 '11대 입법 과제' 중 "절반 이상 성공이 목표"

▲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인터뷰
지난해 이맘 때 정기국회를 최대 이슈는 국가보안법 개정·폐지안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조용하다. 법사위에 계류된 채 전체회의에서 논의되기는커녕, 여야 협상의 대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세균 의장은 "우리는 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하지만 "다른 급한 것(법안) 때문에 밀린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우리(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처리해야 할 안건들이 많이 있고 한나라당과 싸우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나. 그런 법안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법안 처리를 하고 있는데 깰 때는 아니다. 영원히 깨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지금은 일 좀 하고 보자는 것이다."

정 의장은 차선이 안되면 차차선을 통해서라도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 기조에서 보자면 국가보안법은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목에 걸린 가시와 같다. 선거구제 개편법안도 그렇다. 노 대통령의 연정 후속 법안의 성격으로 특위를 꾸려 도농복합선거구제·독일식 정당명부제로 압축되었지만 정기국회 안에 법안을 상정하겠다던 문희상 의장 시절의 약속은 이미 물건너 간 듯 보였다. 야당과의 협상은커녕 당차원의 의원총회 한 번 열지 못했다.

정 의장은 "걱정이다"라며 "어제 저녁에도 (법안 처리 현황 일일보고서를 리뷰하면서) 그런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밤 열린우리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11대 입법 과제를 체크한다. ▲공직부패수사처설치법 ▲국가보안법 폐지안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환수에 관한 특별법 ▲남북관계 발전기본법 ▲방위사업법 ▲국민연금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비정규직법 ▲사립학교법 ▲8·31 부동산 정책 후속 입법안 ▲선거구제 개편법 등이다.

그는 "아직 서너 개 정도밖에 처리하지 못했다"며 "최소한 절반 이상은 성공시키겠다, 그래야 본전이다"라고 실천 가능한 목표치를 내놨다. 그중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들과 비정규직법, 사립학교법은 반드시 처리해야 할 목록에 포함된다. 그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반대하는 정부여당의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이번 회기를 넘기는 게 옳으냐"며 "차선이라도 채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동산 후속 대책이 늦어지면서 강남 집값이 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정 의장은 "원가연동제를 도입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으면 분양원가공개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강수를 뒀다. 당의 명운을 걸고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의지다. 공개 대상으로 민간아파트도 포함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정 의장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더욱 강한 처방도 불사하겠다는 뜻이지 지금 당장 밀어붙이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현재 입장은 8·31 부동산 대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뒷감당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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