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실이요?" 재벌 권력의 상징인 총수들의 집무실은 대개 사옥 맨 꼭대기층에 위치해 있다. 왼쪽부터 태평로 삼성 본관, 양재동 현대차 사옥, 여의도 LG 트윈타워, 서린동 SK 본사.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회장님실요? 어떤 회장님을… 예약은 하셨나요? 잠깐만요."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안내 데스크. '회장실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기자의 뜬금없는 질문에 여직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어떤 회장실을 말씀하시는 건지… 사전에 예약을 하셨나요"라고 물었다.
기자임을 밝히고, '28층에 이건희 회장 집무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안내 표시판에 없다'고 하자,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 보곤 "26층부터 구조조정본부라고만 돼있어 잘 알지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삼성 본관 로비 안내 표시판도, 11기의 중앙 엘리베이터에도, 28층 표시를 찾기 어렵다.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더라도 공식적으로는 27층까지만 올라갈 수 있다. 대신 '27' 숫자 위에 여분의 버튼이 있어, 28층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28층은 이른바 삼성 권력의 핵심이다. 이를 이용하는 삼성 임직원도 극히 제한돼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 집무실은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특히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국내 4대 재벌총수들의 집무실은 더욱 그렇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그룹의 주요정책과 경영전략이 결정되는 이곳은 외부인은 물론 내부직원들조차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재벌 권력의 상징인 총수들의 집무실은 대개 사옥 맨 꼭대기층에 위치해 있다. 그룹마다 차이는 있지만, 총수와 함께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 핵심인사들도 본사 사옥 최고층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아래층에는 이들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이나 구조조정본부 등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임원은 "그룹 총수나 사장단 등이 본사 최고층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며 "위층에 있으면 임직원들의 이동도 드물고, 불필요하게 접촉할 일도 줄어 경영의 집중도를 높일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집무실은 28층, 이재용 상무는 25층, 그 사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