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바라보는 박승 총재의 자신감

금통위의 콜 금리 전격 인상 배경과 전망

등록 2005.12.08 16:52수정 2005.12.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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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국은행 총재.
박승 한국은행 총재.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사보강 : 8일 오후 5시 30분]

"내년에는 체감경기도 점차 개선되고 경제양극화 현상도 조금씩 시정될 것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말에는 자신감이 그대로 배어 있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 이날 아침부터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마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난 박 총재는 "우리경제는 내년 5%, 내후년에는 4.8%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면서 "최근 경제여건을 재점검해 본 결과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기회복은 무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판단에 따라 이달 콜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면서 현행 연 3.50%로 돼 있는 콜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3.75%로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박승 총재의 자신감과 전격적인 콜 금리 인상

한은의 이번 콜금리 인상은 전격적이었다. 그동안 금융권 일부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흘러나오긴 했지만, 조심스러웠다. 연말에는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가계의 자금 수요가 크게 늘기 때문에 정책 당국에서 금리인상 카드를 쓰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통위는 콜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올들어서 두 번째다. 한은이 1년에 두 번씩 콜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2000년(2월, 10월) 이후 5년만이다. 이번 콜금리 인상에는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한은의 강한 기대감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박 총재 역시 향후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경기 판단에 대해선 신중한 어법을 써온 박 총재는 "체감경기가 개선되고 있다" "경제양극화도 시정될 것"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특히 양극화 문제에 대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9%인데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은 0.3%에 불과했다"면서 "하지만 내년에는 GDP 성장률 5%에 GNI 성장률도 4.5%에 이르러 이러한 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한은은 지난 6일 '2006년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 4분기 경제성장률이 4%대 후반에 달하고 내년에는 5% 성장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물가도 잡고, 부동산도 견제하고...

대신 소비자 물가의 경우 내년에는 경제성장과 함께 하반기에 3.4%까지 오르면서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물가안정을 최대 목표로 하는 한은 입장에선 6개월 먼저 금리를 올림으로써 물가에 대응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또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주춤했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다시 들썩이고 있는데 대한 통화당국의 경고성 메시지로도 읽힌다. 실제로 한은은 금통위 직후 내놓은 금리인상 배경 자료에서 "부동산 가격도 국지적으로는 상승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적었다.

이밖에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이 최근 저금리 기조를 접고, 속속 금리 인상으로 나서고 있는 점도 인상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의 경우 내년초까지 정책 금리를 4.5%까지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한은이 콜금리를 계속 동결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1% 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주식시장 등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이 높은 이자를 찾아서 한국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박승 총재의 남은 세 번의 선택은?

이제 시장의 관심은 추가 인상 여부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일부에선 금통위가 내년 1분기에 콜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추측이 벌써부터 나돈다. 1분기 중에서도 내년 2월께가 유력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 사진은 올해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재경위의 국정감사에서 박승 총재가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박승 한국은행 총재. 사진은 올해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재경위의 국정감사에서 박승 총재가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권우성
이같은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박 총재의 임기와 맞물려 있다. 박 총재는 내년 3월말이면 임기를 끝마친다. 앞으로 남은 금통위는 모두 세 번이다. 이 가운데 통상 임기 마지막 달에는 후임 총재를 배려해 콜금리 '동결'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1월 역시 12월에 이어 연달아 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고, 1월은 새해벽두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또 내년 1월 28일부터 30일까지가 설 연휴다. 가계와 기업 입장에선 자금 수요가 높다.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 돈 쓰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박 총재도 이날 간담회에서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내년 1월에 올릴 것이냐 이달에 올릴 것이냐는 논의가 있었다"고 소개하고 "불확실성을 조속히 제거하는 것이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 이달에 콜금리를 올렸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총재에게 주어진 세 번의 콜금리 인상 카드 가운데, 만약 사용하게 될 경우 2월 카드가 유력하다.

게다가 지난 2002년 4월 취임 당시 박 총재가 물려받은(?) 콜 금리는 4.0%였다. 금통위가 앞으로 한번 더 0.25% 포인트 정도로 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박 총재 취임 때와 같은 4.0%가 된다. 시장은 박 총재와 금통위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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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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