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여건 성숙되면 '남북연합제' 진입해야"

노벨평화상 수상 5돌 특별강연... '4개 전제조건' 제시

등록 2005.12.09 09:56수정 2005.12.0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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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 5주년 기념행사에서 '위기에 찬 평화,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주제로 특별강연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 5주년 기념행사에서 '위기에 찬 평화,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주제로 특별강연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수영

김대중 전 대통령은 8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여건이 성숙되면 일단 제1단계의 '남북연합제'의 통일체제로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연합은 남북의 정상과 각료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정기적으로 회합하고 협의하는 제도"라고 전제하고 "남북연합은 비록 강제성은 없지만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과 화합과 발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며 "7천만 국민은 전쟁의 두려움 없이 서로 도우면서 완전통일에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 5돌 기념식에서 '위기에 처한 평화,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남북연합은 정상·각료·국회의원들이 정기적으로 회합·협의하는 제도"

그는 "남북연합제는 남북 양쪽이 현재대로 독립국가로서의 권한을 그대로 유지하고, 통일을 위한 노력을 점진적으로 해나가는 제도"라며 남북연합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네가지 '여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당면한 북한 핵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평소 지론대로 북·미 양자가 주고받는 협상 속에서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동시에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는 핵문제 해결 이후 6자회담을 상설화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저는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71년 대통령선거 출마 당시 대통령후보 공약으로 '미·일·중·소 4대국에 의한 한반도 평화보장'을 주장한 바 있다"면서 "거기에 남·북한을 합친 것이 지금의 6자회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셋째는 핵문제 해결과 더불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4자가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는 "이로써 50년이 넘는 한반도 전쟁상태는 종식되고 항구적인 평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째는 3원칙(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과 3단계(남북연합→남북연방→완전통일) 통일정책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는 "3원칙 3단계 통일방안은 남북 양측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성공이 보장되는 통일방안이며 평화에의 햇볕정책"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독일 통일의 교훈'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후원자인 바이체커 대통령은 30년 전 첫 방한 시절에 강원룡 목사의 소개로 당시 젊은 국회의원 김대중을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저와 김 전 대통령은 친구로서 두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는 민주화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평화다"라고 밝혔다.

바이체커 대통령은 또 "김 전 대통령이 수많은 자택연금과 기소, 그리고 사형선고까지 받으면서도 고난을 극복하고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것은 민주화에 헌신한 결과"이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이룬 것에 대해 국제사회는 노벨평화상으로 화답했다"고 밝혔다.

3부 요인, 24개국 주한외교사절, 각 당 지도부 등 대거 참석

이날 기념행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의 국무위원들과 장·차관급 및 청와대 인사, 노벨평화상 시상식 및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등을 중심으로 마련되었지만, 현 정부의 3부 요인들이 다 참석하고 24개국 주한외교사절들도 참석해 마치 현직 대통령 행사를 방불케 했다.

행사에는 김원기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해찬 국무총리, 전윤철 감사원장 등 헌법기관 수장들 외에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고건 전 총리 등 이른바 차기 대권 주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또 국회 회기중임에도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한화갑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와 의원들이 참석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구애 경쟁'을 벌였다. 또 이 자리에는 김영환·김옥두·정균환 전 의원 등 민주당 출신 인사들도 오랜만에 눈에 띄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년 10개월만에 처음으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었다. 박 전 실장은 아직 현대비자금 사건 재판이 끝나지 않아 공식석상에 나서는 것을 꺼렸으나, 김 전 대통령이 "무슨 소리냐"며 "행사장에 나오라" 강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자리에는 불법감청 사건으로 구속중인 신건 전 국정원장을 대신해 신씨의 부인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내외빈들을 거명하며 인사말을 할 때 '민주당 한화갑 대표'에 이어 '권영길 민주노동당 임시대표'를 소개하면서 "권노갑 대표"라고 '실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권씨는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형집행정지 중이어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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