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김선아)
올 상반기 전국을 뒤덮었던 삼순이 신드롬의 원조.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다. 내세울만한 배경도 없는 노처녀 주제에 성질은 반골에다가 말투는 거칠다. 그야말로 완벽한 안티 히로인의 전형이지만, 바로 이처럼 주눅들지 않는 건방진 매력으로 잘난 왕자를 사로잡는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변종? 그것도 옳다. 하지만 적어도 삼순이는 역대 어떤 신데렐라보다 솔직당당한 매력을 발산한다.
<장밋빛 인생>의 맹순이(최진실)
하반기 브라운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우리 시대의 전형적인 아줌마 맹순이, 억척스러운 또순이의 모습 이면에는 엄마 혹은 아내라는 이름 뒤로 언제나 밀려나야만 했던 우리 시대 아줌마들의 잊혀진 슬픔이 있다. 남편 반성문의 뒤늦은 속죄와 순애보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편과 가족에 대한 헌신만을 강요당했던 여성들의 삶을 위로하는 짧은 환타지였다.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한혜진)
젊은 나이에 홀몸이 되고 애까지 딸린 청상과부의 이야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면, 그저 기구한 인생을 한탄하는 청승맞은 수절기로 끝맺었겠지만, 우리 시대의 '신세대 과부' 금순은 갸날프긴 해도 결코 나약하지는 않다. 과부 혹은 재혼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 완곡하게 저항해 나가며, 금순은 마침내 일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행복의 조건을 모두 쟁취해낸다.
평범한 사랑은 가라. 사랑은 내 방식대로
<연애의 목적>의 최홍(강혜정)
사랑에 배신당하고 스토커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던 비운의 여인. 그녀의 순정은 언제나 남성중심적인 사회의 편견 속에 왜곡당하고 버려진다. 그러나 사람을 통해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잊어야한다고 했던가. '들이대기의 제왕' 유림(박해일)을 보약(?)삼아 과거에의 속박에서 비로소 해방된 그녀는 다시 새로운 사랑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연다.
<사랑니>의 인영(김정은)
여자나이 30살, 너무 어리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다. 안정된 직장에 번듯한 애인, 현실을 자각할만한 연륜까지 갖춘. 그러나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열병같은 첫사랑에 다시 빠져든다. 헤어진 첫사랑을 닮았다는 17세의 어린 제자와 함께. 그것은 순수한 사랑일까?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죄가 될 수 없다고 믿는 인영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현재의 감정에 충실한 것 뿐이다.
<여자 정혜>의 정혜(김지수)
<러브토크>의 써니(배종옥)
슬픔도 기쁨도 박제되어 버린 표정, 매일 반복되는 나른한 일상속에 자신을 가두고 사는 여자. 이윤기 감독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두 여인, 정혜와 써니를 통해 고독한 현대인의 소통 장애와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남자를 만난 정혜와 고국에 돌아온 써니, 두 여인은 마침내 과거와 화해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