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 매국노를 기리는 이상한 인천시(?)

등록 2005.12.09 17:58

수정 2005.12.09 17:58

고이즈미 일본 수상의 잇따른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일본 외상의 망언으로 인해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극에 달해가는 시기에, 인천광역시 관교동에 위치한 '인천향교'에 을사오적 중의 한명인 박제순을 기리는 선정비가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지역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현재 인천향교에는 인천도호부사를 지낸 15명의 업적을 기리는 선정비 18기가 세워져 있다. 이 중 뒷줄에 위치한 박제순의 선정비에는 '행부사박공제순영세불망비(行府使朴公齊純永世不忘碑)라고 적혀 있어, "박제순의 선정을 영원히 잊지말자"며 그를 기리고 있다.

박제순은 1888년 5월부터 1890년 9월까지 인천부사(인천시장)를 지냈으나, 1905년 일본공사 하야시와 을사늑약을 체결하는데 참여했고, 1910년 8월 29일에는 내부대신으로서 '한일합방조약'에 서명한 을사오적 중의 한명이며, 친일파의 대명사격인 인물이다.

이와 관련,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상임대표 신현수)는 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친일파의 선정비가 인천시내 한복판에 버젓이 서 있다는 것은 인천시의 역사인식 수준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인천시가 이를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혹시 전임시장에 대한 특별예우를 하는 것은 아니냐"고 비판하고, 인천시에 즉각적인 철거를 요구했다.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부처장은 "인천시가 추천하는 관광명소이며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는 향교에,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지는 못할망정 대표적인 친일파를 기리는 선정비가 버젓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이는 아직도 우리사회가 친일파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천시가 직접 철거하거나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인천연대가 직접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연대는 12일 낮 12시 인천향교 박제순 선정비 앞에서 철거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