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농민대회에 참석했다가 목뼈와 척수를 다쳐 사지마비상태에 이른 홍덕표씨는 심한 폐렴에 걸려 위독한 상태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원광대 병원에서 만난 홍덕표씨.오마이뉴스 강성관
지난달 15일 여의도 농민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추(목뼈)와 척수(신경)를 다쳐 사지마비 상태에 있던 홍덕표(68·전북 김제시 백산면 상리)씨가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는 등 위독한 상태에 빠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북 익산 원광대병원 한 관계자는 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폐렴 증상이 호전될지 아니면 악화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악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폐기능 상실... 병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가족들은 홍씨가 호전되기를 바랐지만 상태는 더 악화됐다. 홍씨 아들 성귀(39)씨와 병원측에 따르면, 홍씨는 폐에 물이 차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지난 2일 일반 병동에서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홍씨는 중환자실에서 수면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쉬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오마이뉴스>가 병동을 찾았을 당시 홍씨는 산소투여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원광대병원 신경외과 박종태 진료과장은 9일 "경추 수술 이후 사지마비는 호전되고 있었는데 지난 2일 갑자기 폐렴이 심하게 걸렸다"며 "현재 가장 강한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는데 이 항생제에 반응한다면 치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과장은 홍씨의 폐렴에 대해 "경추 3번과 4번, 척수가 손상되면 팔, 다리 마비와 함께 호흡곤란 현상이 오고 폐렴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경추와 척수 손상이 사지마비 현상을 부르면서 다시 폐렴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 과장은 "항생제 반응 여부는 빠르면 4일, 길면 7일 지나면 판단할 수 있다"며 "환자 상태로 봐서 절망적 상황으로 갈 소지가 더 많다"고 말했다. 폐렴을 치료하지 못하면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들 성귀씨도 전화통화에서 "신경외과 진료과장이 '3∼4일 정도가 고비'라고 말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주치의도 '환자 상태로 봐서는 회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들 "아버지가 경찰에 뒷목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부상에 대해 "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여서 어떻게 맞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못했으나 이마가 찢어진 것은 (경찰이) 방패로 때려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며 "방패와 곤봉으로 뒷목과 머리도 맞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원광대병원이 지난달 22일 발급한 소견서에는 "11월 15일 농민집회 중 의경에게 맞은 이후 발생한 사지마비 증세로 본원 응급실에 내원함"이라고 적혀 있다. 홍씨는 집회 참가했던 11월 15일 오후 6시10분께 서울 성애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11월 18일 원광대병원으로 옮겼다.
홍씨는 11월 21일 목뼈 안쪽 신경이 흐르는 경추관이 외부 충격으로 손상돼 원광대병원에서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후 홍씨는 사지마비 상태가 계속 됐고, 팔과 다리를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고 전용철씨에 이어 홍씨마저 목숨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관계자들을 익산 원광대병원에 급파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서정길 전농 부의장은 "위급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관계자들과 병원에 왔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귀열 전농 전북도연맹 사무처장은 "홍씨와 관련한 병원진료기록, 당시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사진자료 등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최근 홍씨와 같은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의 폭력진압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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