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압에 부상당한 농민 또 숨져

'사지마비'된 홍덕표씨 18일 새벽 사망... 경찰청장 파면 요구 거세질 듯

등록 2005.12.18 02:21수정 2005.12.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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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8일 오전 9시50분]

11월 15일 집회에 참석했다가 사지마비, 폐렴 등을 앓아온 홍덕표씨가 18일 새벽에 사망했다.
11월 15일 집회에 참석했다가 사지마비, 폐렴 등을 앓아온 홍덕표씨가 18일 새벽에 사망했다.오마이뉴스 강성관
지난달 15일 여의도 농민집회에 참석했다 숨진 전용철씨에 이어 또 한 명의 농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농민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추(목뼈)와 척수(신경)를 다쳐 사지마비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왔던 홍덕표(68·전북 김제시 백산면 상리)씨가 18일 새벽 0시 35분에 결국 숨을 거뒀다.

홍씨의 아들 성귀(39)씨는 이날 새벽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폐렴으로 고생하시더니 결국 사망하셨다, 걸을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홍덕표씨는 지난달 15일 집회에서 이마 등에 상처를 입고 당일 오후 서울 성애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홍씨는 3일 뒤 전북 익산 원광대병원으로 옮겨져 경추 추반간 통합수술 등을 10시간 넘게 받은 뒤 계속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병세는 호전되지 않고, 지난 2일 폐렴까지 겹쳐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경찰청은 홍씨가 사지마비 상태에 이르게 된 것과 관련, 사실상 잘못을 시인한 바 있다. 최광식 서울경찰청 차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홍덕표씨는 집회 현장에서 진압경찰로부터 가격을 당해 부상했을 가능성이 현저하다"며 "당시 구체적 상황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들 성귀씨는 지난 4일 "아버지가 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여서 어떻게 맞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했으나 이마가 찢어진 것은 (경찰이) 방패로 때려서 그렇게 됐다고 했다"며 "방패와 곤봉으로 뒷목과 머리도 맞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그동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가족들과 향후 대응책을 모색해왔다. 전농 전북도연맹 박귀열 사무처장은 "아직까지 장례식을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지 최종적으로 협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농은 부검과 장례 절차 등에 대해 협의를 마친 뒤 18일 오전께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고 전용철씨에 이어 홍씨도 결국 사망함에 따라 농민단체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농민대회 과잉진압 책임을 물어 서울경찰청 이종우 기동단장 직위해체 방침을 밝혔으나 농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천막농성과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계속 벌이고 있다.


농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 허준영 경찰청장 및 오영교 행정차지부 장관 파면과 폭력진압 책임자 구속처벌,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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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단장 구속, 경찰청장·행자부장관 파면"
[전문] 홍덕표씨 사망에 대한 전농 입장

다음은 농민 홍덕표씨 사망에 대해 18일 전농이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노무현 정권은 결국 '우리 쌀을 지켜야 우리 국민이 살 수 있다'고 외치던 순박한 그리고 힘없는 농민을 한 자리에서 두명이나 죽였다. '살인정권'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서, 아니면 무엇이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길래, 아무런 저항의 무기도 아무런 저항의 의지도 갖고 있지 않던 힘없기만한 농민을 두명이나 죽여야만 했는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그 어느 것 하나 강대국 미국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땅 대한민국의 사회구조적 본질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때이다.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 식량무기화 정책으로 제3세계 약소국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미제국주의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는 노무현 정권에게 이 땅의 농업은 민족의 식량산업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입맛에 맞게 개편되어야 할 구조조정의 대상일 뿐이다.

돌이켜보건데, 이미 노무현 정권은 350만 농민의 생존권 같은 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정부를 대상으로 '쌀을 지키자, 식량주권을 지키자'고 목이 터져라 외쳤던 우리가 너무 어리석었음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는 현실이다.

이제는 모든게 명확해졌으며, 더 이상 망설일 것도 없다. 우리 농업을 살리고, 나라의 미래와 민족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타살당한 고 홍덕표·전용철 열사 사망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앞에 사죄하고, 이 땅 농업의 근본적 회생대책을 내놓지 않은 이상 우리는 노무현 정권 퇴진 투쟁의 기치를 단 한순간도 놓지 않을 것이며 더욱 더 높여나갈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 엄중히 경고한다. 잔인무도한 폭력진압으로 선량한 국민을 2명씩이나 죽인 현장책임자에 대한 직위해제 정도로서 타살정국을 적당히 넘어가볼까 하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 그것은 오히려 정권 수명을 단축하는 자살행위임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분명히 요구하는 바이다. 서울경찰청 기동단장 이종우를 반드시 구속처벌하고, 경찰청장 허준영과 관할부처인 행정자치부 장관 오영교를 당장 파면하라. 그리고 살인마 집단 서울경찰청 1기동대를 즉각 해체하라. 이와 같은 조치가 없이는 제3·제4의 전용철·홍덕표 사건이 언제라도 재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각인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전농은 이와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한 치도 물러섬없이 노무현 정권 퇴진 투쟁에 총 매진할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바이다.

2005년 12월 18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문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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