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마음에 그리다

야정 강희산 <唯心展>, 14일부터 30일까지 서울과 인천에서 연이어 열려

등록 2005.12.10 18:14수정 2005.12.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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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희산 作, 69×52cm, 화선지, 수묵담채, 2005

강희산 作, 69×52cm, 화선지, 수묵담채, 2005 ⓒ 강희산

마음 들머리에 걸어둔 화두가 '심(心)'이라 하였으니, 마음에 들어가고 나감이 모두 '마음'에 중첩시켜 작품으로 토해내는 것이겠다 싶다. 그리하여 '유심(唯心)'의 심원한 세계로 모두 들어간 것이지 않겠는가 싶었다.

12월 14일부터 20일까지 단성갤러리(서울전)와 12월 21일부터 30일까지 인천 연수구청갤러리(인천전)에서 있을 '야정 강희산 유심전' 기사를 쓰기 위하여 마감이 임박했음에도 늦장을 부렸던 것은 자나 깨나 드나들던 그의 마음 들머리에 걸어둔 것이 무엇인가를 짚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유심'이 '그의 유심'에 닿은 후에야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유심'은커녕 '나의 유심'조차 온전히 헤아리지 못하고선 마감에 쫓긴 기사를 쓴다.

'자경전'에서 '유심전'으로 건너가는 노정

한 번쯤 그의 작품을 따라가 본 독자라면, 그가 꺾어 세운 것이 죽(竹)이든 송(松)이든, 매(梅)든 난(蘭)이든 결국 그 뿌리가 발 뻗고 있는 곳이 정신과 마음속임을, 그때 마음은 거울과 다름 아님을, 적어도 두 번째 개인전 '자경전(自鏡展)'을 본 관람객이라면 그의 그림이 자리한 곳이 어디인가를 짐작은 하였겠다.

a 강희산 作, 孟子 告子章, 47×70cm, 화선지, 수묵담채, 2005

강희산 作, 孟子 告子章, 47×70cm, 화선지, 수묵담채, 2005 ⓒ 강희산

마음속에 떡 하니 들어가 앉아 작가가 펼쳐내는 "거울 속의 세계와 거울 밖의 세계가 아름다운 관계로 어우러져 빛"(임일성, 자경전 서문 가운데)이 나는 장면을 황홀하게 바라보는 것도 한편으로는 '자경'에 가까움을 이미 느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에 작가가 화두로 내건 '유심(唯心)'을 보는 일도 한 마장 관람객 자신이 쳐놓은 울타리 밖을 크게 돌아온 듯한 느낌에 사로잡힐 것이다.


'스스로 거울삼아 비추어보고 경계함'(自鏡)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고쳐 새롭게 함'(自新)을 가능케 하고, 나아가 '스스로 즐기기도'(自樂)하고 '스스로 행'(自行)하기도 하는 경지에 이르는 일. 결국 그렇게 나아가는 작가의 걸음이 머문 곳이 마음자리이니 '스스로 단속함'(自約)을 연년이 진행하고 있음을 이번에도 '유심(唯心)'을 통하여 또 보게 된다.

a 강희산 作, 歲寒心, 70×70cm, 화선지, 수묵담채, 2005

강희산 作, 歲寒心, 70×70cm, 화선지, 수묵담채, 2005 ⓒ 강희산

마음이 가닿은 지점


이번 '유심전(唯心展)'이 갖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이해하기 위하여 다소 길지만 작품집에 게재된 한국서예연구소 김태정 소장의 서문을 인용하기로 한다.

김태정 소장은 "중요한 것은 독자성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 속에 자기를 심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러한 독자성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냥 주어지거나 가볍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한 마음을 기초를 굳혀 나가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래서 늘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사는 강희산이 열망을 귀하게 여긴다. …진실로 그 진의는 크고 깊다. 그래서 그림을 단순히 그림으로 볼까 두려운 마음도 생긴다. 우선은 배우는 일에 충실해야 하므로 아직, 심각하게 성격 운운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이번 전시의 주제를 '心'으로 정한 것은 잘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전시를 '自'로 정하여 스스로의 문제를 풀어보려고 노력한 '자경전(自鏡展)'처럼, 이번에는 서화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을 다룬 '유심전(唯心展)'을 펼치게 된다. '마음'을 다지다 보면, 예술의 깊이를 천착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섬세하고 미묘한 흐름과 호흡이 문제가 되는 '선'과 공기의 소통이 문제가 되는 '조형'의 문제로까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하였다.

a 강희산 作, 玄心, 47×70cm, 화선지, 수묵담채, 2005

강희산 作, 玄心, 47×70cm, 화선지, 수묵담채, 2005 ⓒ 강희산

'동심동덕(同心同德)'의 추구 강하게 느껴져

'유심전'은 마음이 닿은 지점에서 발아한 작품 34점을 펼쳐 보인다. 소재는 연(蓮), 대나무, 수목, 난, 괴석, 매화, 소나무, 국화, 산수 등으로, 이를 모으고 풀어내는 방식은 '玄心(현심)'(사물의 심오한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마음), '匠心(장심)'(공묘한 마음), '以心傳心(이심전심)' 등의 작품처럼 부드럽고 둥글게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주죽(朱竹)을 그린 '세한심(歲寒心)'(꿋꿋하여 변하지 않는 절개를 비유함)과 6폭 대나무 병풍과 같이 실로 날카롭게 몰아세우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유심전'의 뿌리는 <장자> '천운(天運)'편 '自勉(자면 : 자신을 면려함)'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스스로 애써 노력함이 있지 않고서야 어찌 '유(唯)'라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 기자가 관심을 가진 부분도 바로 이 점이었다.

'자경전'에서 '유심전'으로 건너가는 그 길의 여정을 보지 못한 기자로서는 '자경전'과 '유심전'을 양날개로 놓고 바라봄으로써 두 전시 사이에 놓인 노정(路程)을 스스로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a 강희산 作, 童心, 43×60cm, 화선지, 수묵담채, 2005

강희산 作, 童心, 43×60cm, 화선지, 수묵담채, 2005 ⓒ 강희산

그러한 가운데 느낀 점은 이번 '유심전'에서 작가가 한층 더 '同心同德(동심동덕 : 사상과 행동이 완전히 일치됨)'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이는 '유심전'이 화(花)의 느낌을 강하게 전달해주는 데 있지 않은가 여겨졌다. 즉 작가의 마음이 발화하는 지점이 꽃 피는 지점 가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바위의 미점조차도 꽃망울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풍죽(風竹)을 곳곳에 포진시켜 서늘한 마음자세도 잃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이번 전시는 고뇌와 추구가 현심(玄心)에 가깝게 다가서고자 한 작가의 마음이 표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 야정(野丁) 강희산(姜熙山) 씨는 (사)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이며, 대한민국현대서예문인화협회 이사장입니다.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개인전 4회를 비롯, 다수의 초대전, 단체전에 출품하였습니다. (문의전화 : 032-817-5070)
※ <월간 서예문인화> 12월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야정(野丁) 강희산(姜熙山) 씨는 (사)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이며, 대한민국현대서예문인화협회 이사장입니다.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개인전 4회를 비롯, 다수의 초대전, 단체전에 출품하였습니다. (문의전화 : 032-817-5070)
※ <월간 서예문인화> 12월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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