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블루오션'은 가능한가?"

[지역언론 별곡-86] <대학생 글쓰기 특강> 펴낸 강준만 전북대 교수

등록 2005.12.11 13:54수정 2005.12.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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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성역과 금기 허물기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여름방학이 끝나고 가을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를 오리엔탈리즘의 슬픈 역사로 조명한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를 출간한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가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또 한권의 책을 뚝딱 내놓았다.

생각하기 훈련을 통해 글쓰기 비법을 제시한 <대학생 글쓰기 특강>(인물과 사상사)이 바로 그것. 잠시라도 시간만 주어지면 금세 통렬한 비판과 분석적 대안을 수백 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내놓아서 '다작의 명수' 소릴 듣는 그가 이번엔 독특한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책으로 공개했다.

"핵심에 책임지고 피부반응을 자제하자"

a '강준만 글쓰기 비결'이 담긴 <대학생 글쓰기 특강>

'강준만 글쓰기 비결'이 담긴 <대학생 글쓰기 특강> ⓒ 인물과 사상사

모두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 장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 글쓰기와 공짜와 무슨 관계가 있기에, 그는 시작부터 문학적 함수관계를 다소 생뚱맞게 풀어 나간다. "글쓰기엔 공짜도, 왕도나 요령도 없다"는 그는 "평소 책을 많이 읽고 많은 생각을 해보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식적인 말 같지만 글쓰기 위한 기본 전제조건인 사고훈련과 창의력 훈련은 바로 독서의 생활화임을 주장하는 그는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책의 종류와 성격은 물론 자신의 선호도와 수준에 따른 차별적 독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강 교수는 이 글쓰기 특강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를 풍요롭게 해보자는, '글쓰기로 세상 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세상사를 피상만 보고 휘둘릴 것이 아니라 핵심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핵심에 책임지는 자세를 갖되 지나친 피부반응을 자제할 줄 알아야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세상에 대한 안목을 넓혀줄 이건희, 블루오션·레드오션, 인터넷 실명제 등 우리 사회의 이슈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주어에 책임지고 최대한 역지사지를 할 것"


아울러 그는 "무엇이건 달리 생각해 보고 뒤집어서 생각해 보길" 권하고 있다. "생각도 훈련인 만큼 달리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창의력은 물론, 세상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고 충고한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의 바탕이 되는 사회과학적인 개념 설명과 자료 활용법, '멋진 제목을 다는 훈련을 해보자' '주어에 책임지자' 등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이 저자 특유의 시원스런 문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또 '허망한 결론을 경계하자' '흑백논리의 오류' 등 논술 글쓰기에서 유의해야 할 점과 '딜레마를 다루는 법' '논점을 회피하지 말자' 등 오류들을 피해가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그는 특히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논점을 주장할 때에 다른 견해의 입장을 써 본 후에 논박할 것"을 강조하면서 "최대한 역지사지할 것과 극단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쉽게 가지 말 것'을 주문한다. 즉 어떤 주제에 대해 극단적인 견해를 논박의 대상으로 삼으면 글쓰기가 쉽긴 하지만 너무 쉽고 싱거워진다는 것이다.

이밖에 그는 평소 신념처럼 여겨온 경제적인 글쓰기, 창의력 훈련 요령 등을 소개하면서 "기본적인 통계 수치를 인용할 것"과 "권위에의 의존, 가령 유명 인물이나 저서의 주장을 인용하는 것은 적정 수준에서 할 것" "글쓰기에 돌입하기 전에 논점을 확실히 하는 건 물론 논리 전개 방식까지 머리 속에 정리할 것" 등을 제시했다.

"글로 쓰여 진 암묵지엔 한계가 있지만 없는 것 보다 백번 낫다"

강 교수는 "민주주의, 민중, 상식, 다양성, 다툼 등의 가치를 앞세워 자신들의 신념을 전투적으로 역설하는 사이버 논객들의 글쓰기를 지켜보면서 다른 견해에 대한 무한한 존중심을 가져야 한다고 스스로 설득하려 애를 쓰는 동시에 논술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출간 계기를 밝혔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어정쩡한 대안과 허망한 결론을 경계할 것과 음모론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는, 이른바 글쓰기에서의 '지뢰밭 피해가기'나 '흑백논리의 오류' 또는 '부적절한 인용의 오류 피해가기' 등은 평소 강준만 교수가 글을 쓰면서 느꼈을 법한 고민들을 짐작하게 한다.

강준만 교수는 지난 6월부터 전북대에서 글쓰기 특강을 진행해 왔다. "적극적인 글쓰기를 위해 소모임을 만들고 매일 단 한 장이라도 글을 쓰는 습관과 성향이 다른 신문의 사설을 꼼꼼히 읽어보고 정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줄 아는 안목과 생각하기를 통한 글쓰기 요령을 강의해 온 것이다.

이러한 그의 글쓰기에 관한 지식 공유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 쓰여진 암묵지엔 한계가 있지만 없는 것보다 백번 낫다"는 주장을 펼쳐온 강 교수는 "암묵적 지식의 공유야말로 우리 사회의 엄청난 시행착오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만의 독특한 글쓰기 노하우 공개는 '암묵지 공유혁명'의 새 단초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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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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