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서비스는 '죄악'인가

[기고- 문용식 나우콤 사장] 우상호 의원의 무모함을 통박한다

등록 2005.12.12 19:00수정 2005.12.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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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누리꾼들이 인터넷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많이 이용하고 있는 파일교환 서비스. 6일 국회 문화관광위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사실상 이용이 어려워진다.

누리꾼들이 인터넷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많이 이용하고 있는 파일교환 서비스. 6일 국회 문화관광위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사실상 이용이 어려워진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사람들이 설마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타버리는 것이 초가삼간일 줄 모른다면, 능히 사람들은 빈대를 쫓고 불을 지피고 초가삼간을 태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쉽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저작권법 개정안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통과된 후 여러 인권시민사회단체의 즉각적인 반대성명, 네티즌의 일방적인 반대와 비난이 있었다. 그럼에도 법안을 밀어붙이는 우상호 의원의 단호함을 보면서 법조문 하나가 갖는 복잡하고 중층적인 의미와 관계를 실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법안 개정 절차상에 문제가 많다. 두번째로 법안 내용 자체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산업정책적인 문제와 시민의 자유 제한 문제다.

공청회 없는 입법, 포괄적 법조항... 절차도 내용도 모두 문제

절차상의 문제는 명백하다. 정보통신위원회와의 협조나 전문가와 국민을 초청한 공청회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저작권법 개정안은 전문가와 네티즌들에게 졸속 입법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저작권법의 경우 너무 복잡해서 자구 하나에 따라 한 업종의 흥망이 갈린다. 물론 바쁜 국회 일정상 그리고 사안의 중대함을 잘 몰랐기 때문에 검토할 시간조차 없이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는 의원들의 처지가 이해는 된다.

절차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비록 늦었지만 제대로 된 공청회를 열면 된다.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와 네티즌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면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상의 문제는 심각하다. 네티즌들은 물론 법조인들까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의 저작권법 104조는 본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명확히 '소리바다' '냅스터' 등 특정 업종 즉 P2P 서비스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과문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구체적인 경우에 사법적인 판단으로 P2P 서비스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입법으로 P2P서비스를 막고 있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너무나 과도하게 선진적(?)이라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상호 의원의 저작권법을 일반적으로 해석했을 경우에 발생한다. 그 규정 내용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포괄적 해석이 가능하게 되어 인터넷 서비스 전반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법조항 그대로 해석하면,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을 복제ㆍ전송하도록' 하는 서비스는 P2P나 웹하드 서비스 뿐만 아니라 메신저나 인터넷 게시판, 심지어 이메일까지도 해당될 수 있다. 특히 블로그, 미니홈피, 카페 등의 폐쇄조치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다음과 같은 개정안 제104조의 제2항은 마치 '저작권법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하고 있는 듯하다.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하여 해당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이에 접근하도록 설비, 장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본다."

'저작권법 시대’ 선언한 104조 2항... 국제적 흐름에도 역행

이 조항은 블로그와 카페에서 불법적인 파일 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우 앞으로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사업자는 저작권 침해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고 손해배상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온라인 서비스는 물론 블로그와 카페라는 인터넷 문화가 얼마나 위축이 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현행 법에는 면책조항이나마 있었다.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서 저작권 침해로 삭제요청을 했을 때, 사업자가 이를 삭제해 주면 면책이나 감경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르면, 서비스 자체가 문제가 된다. 이는 사업자와 네티즌 모두에게 그러한 서비스를 폐쇄하고 이용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저작권법이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조차도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데, 국제적인 흐름에도 역행하면서까지 입법을 추진하려는 그 무모한 용감성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법안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은 그 내용이 인터넷 서비스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활동을 막는 이러한 법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난센스일 정도다. 인터넷 산업의 위축은 물론 관련 기술 발전이 차단되고, 결국에는 인터넷의 풍부함과 네티즌의 자유가 억압될 것이다.

a 소리바다 홈페이지.

소리바다 홈페이지. ⓒ 소리바다

국민의 사적영역 감시도 심각한 인권 침해

물론 우상호 의원 측은 P2P나 웹하드서비스만을 목적으로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하여 실제 법안의 효력을 예측 못했음을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다 양보해서 P2P서비스나 웹하드 서비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선의를 인정해 준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P2P 서비스 없는 인터넷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P2P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의사소통과 지식정보 전달체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P2P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억압은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자유로움과 공유의 정신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법안은 저작권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는지는 몰라도 분명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 우 의원의 법안은 심각한 인권문제를 일으킨다. P2P서비스만을 생각해보더라도. P2P서비스업체를 통해 생기는 수많은 네티즌간의 사적 커뮤니케이션을 감시하겠다는 것인데 누가 감시의 주체인지부터가 문제다. 이는 철학의 문제고 사회적 타협과 결단의 문제다. 그리고 설령 감시를 한다 해도 그토록 많은 P2P커뮤니케이션을 다 모니터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중 일부를 무작위로 모니터링할 것인데 이는 무작위로 시민의 전화를 도청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특정 인물에 대한 도청도차 문제가 되는데 일반 국민을 무작위로 도청한다면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이는 무자비한 감시 사회를 의미한다.

저작권의 역사는 거대 미디어 권리보호의 역사

이번 저작권법 파동은 인터넷 산업은 물론 저작권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우리에게 주었다. 네티즌들의 상식과 정서와는 정반대의 법안을 입안하고 수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우 의원 측은 매우 당당하고 억울해 했다.

2002년 겨울 인터넷 대통령이 오프라인 대통령이 되는 기적을 만들었고 2004년에는 인터넷의 힘으로 탄핵을 뚫어냈던 열린우리당의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인터넷을 옥죄는 법안을 거리낌 없이 낼 수 있는 당당함, 아니 그 무모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극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생각과 입장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천년을 존재해온 소유권에 대해서도 생각과 입장의 차이가 심하듯이 새롭게 펼쳐지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저작권에 대한 입장 차이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소유권에 대한 입장에 따라 사회경제체제가 다르듯 저작권에 대한 입장에 따라 지식정보사회와 인터넷세상의 삶의 양식이 결정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 인터넷 세상의 앞날을 좌우할 대충돌이 저작권법을 통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법의 개정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저작권법 개정의 역사는 거대미디어 기업이 자신의 권리의 권리보호 범위와 기간을 넓히기 위하여 끊임없이 법을 개정한 역사였다. 초기 최장 28년이었던 저작권 보호 기간은 최장 95년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한국의 저작권법 개정의 역사도 세계화 또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미국 거대미디어그룹의 진출 그리고 한국미디어 기업의 성장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이러한 저작권법 개정의 역사와 움직임을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로렌스 레식 교수는 자유문화 공간의 위축이라 표현한다. 과거에 자유의 영역이었던 공간이 저작권 강화를 주장하는 거대 미디어기업의 로비 공세 등에 따라, 비자유, 부자유의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창작자와 네티즌 모두가 행복한 인터넷을 꿈꾼다

a 문용식 대표

문용식 대표

저작권이라는 새로운 권리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 우리에게 펼쳐지고 있다. 처음이기에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걷고 있는 몇몇 나라를 참고삼아서 인터넷과 저작권을 지혜롭게 연결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지금은 차분하게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지혜를 모을 때지 편협한 주장을 우길 때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적인 비웃음을 초래하고 범 네티즌적인 반발만을 조장할 이번 개정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인터넷은 하늘이 내린 우리 민족의 '블루오션'이다. 창작자와 네티즌이 모두 자유롭고 행복한 인터넷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문용식 나우콤 대표이사는 1992년부터 정보통신사업을 시작해 PC통신 나우누리의 창립멤버로 참여했고 현재 웹스토리지 서비스 사이트인 '피디박스'를 운영중인 나우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가져다주는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화와 인터넷상에서 소통의 문제, 네티즌들의 자유와 권리에 관심이 많다.

덧붙이는 글 문용식 나우콤 대표이사는 1992년부터 정보통신사업을 시작해 PC통신 나우누리의 창립멤버로 참여했고 현재 웹스토리지 서비스 사이트인 '피디박스'를 운영중인 나우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가져다주는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화와 인터넷상에서 소통의 문제, 네티즌들의 자유와 권리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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