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과 당직자 100여명은 14일 오전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사학법 통과에 반발하는 장외집회를 가졌다. 박근혜 대표가 지방일정을 이유로 30여 분뒤 자리를 뜬뒤, 의원과 당직자들이 당으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강행처리에 대해 국가정체성 사수를 내걸고 장외투쟁까지 나선 한나라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국민들의 여론도 대체적으로 비우호적인 상황인데다가 내부동력마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제 '퇴로'를 놓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은 앞뒤 아무 것도 안 보고 낭떠러지로 뛰어드는 꼴이다. 게다가 몇몇 의원이 박 대표를 낭떠러지 밑에서 끌어당기고 있다. 지금까지 당이 쌓아온 성과가 한꺼번에 무너지게 생겼다. 박 대표도 대선 후보로서 꽤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그는 사립학교법 통과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대투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중진 의원은 "현재 당내 분위기는 강경파가 1/3, 절차상의 문제까지만 지적하자는 쪽이 1/3, 박 대표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원들이 1/3 정도"라고 전하면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각종 방송토론이 계속되면 지금의 동력도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내놓은 자립형 사립고를 여당이 받으면 개방형 이사제도 수용하는 쪽으로 협상이 되다가 여당이 강행처리를 했다"며 "결국 우리도 개방형 이사제를 인정한 셈인데, 이걸 절차문제가 아니라 친북반미까지 연결시켰기 때문에 퇴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13일 장외집회에 나온 한 의원도 "우리로서는 이쪽으로 가면 쓰레기통, 저쪽으로 가면 똥통으로 가게된 형국"이라며 "지금으로서는 꽃놀이패를 쥔 여당이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나온 다른 의원은 기자들에게 "지금 여론이 어떻냐"고 되묻기도 했다.
"우리 논리가 딸리게 돼있다"
장외투쟁 첫날인 13일 오전 명동집회에선 400여명,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200여명 정도 모였던 장외집회는 오늘(14일) 오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계속됐으나, 이 자리에는 참여의원과 당직자 100명 정도만이 모였다.
강경파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장외집회를 제안했던 한 의원은 "사학 비리 없애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나, 우리가 사학법 개정하면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알아듣겠나"라며 "우리에게 불리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 동력이 떨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사학법 개정 반대 명분이 당내에서도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학법 문제를 이념투쟁으로 연결시킨 것에 대한 비판이 특히 많다.
한 소장파 의원은 "사학법을 자세히 보면 우리 논리가 딸리게 돼 있다"며 "교사는 소속 학교의 이사가 될 수 없고 이사는 학사운영에 관여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사학법이 개정되면 전교조 교사가 개방형 이사가 돼 학교를 장악하고 학생들에게 친북좌경 교육을 시키게 될 것이라는 말이 성립이 안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방송토론을 나가도 쩔쩔 맬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고진화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학법 개정과 이념문제를 억지로 꿰맞추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논리적 비약이 크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한 고참 보좌관은 "보좌진이든 의원이든 중·고교, 대학교 때 한 번쯤은 사학을 다녀봐서 사학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씩 알고 있다, 80년대 말과 90년대에 사립대마다 이런 문제로 몸살을 앓지 않았느냐"며 "당에서 의원들과 보좌진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절차 문제가 아니라 이념문제로 연결시켜 장외까지 나온 것이 납득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의 보좌관도 "여론도 7:3 정도로 불리하다고 하는데, 이 엄동설한에 왜 장외로 나간 것인지 모르겠다"며 "전략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잘못된 시점에, 잘못된 장소에, 잘못된 이슈' (wrong time, wrong place, wrong issue)를 제기했다는 지적이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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