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남자 배우는 누구?

[포커스]조승우부터 김주혁까지, 2005년 한국 영화·드라마 속 남자배우를 말한다

등록 2005.12.16 10:12수정 2005.12.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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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청년에서 위버 섹슈얼에 이르기까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남성 캐릭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소 전형적인 캐릭터보다는 주변의 어려운 시대적 상황이나 역경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소중하다고 느끼는 가치에 올인할 줄 하는 순수함과 열정을 지닌 캐릭터들이 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올 한 해를 빛낸 영화-드라마 속 화제의 남성 캐릭터들을 돌아본다.

<말아톤>의 조승우

시네라인 투
세상을 울린 백만불짜리 다리. 장애와 편견을 넘어서 넓은 세상과 조우한 순수 청년의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자폐아나 신체 장애우를 다룬 이야기는 전에도 있었지만, <말아톤>의 초원이 가지는 차별점은 섣부른 감상주의적 접근을 배제한 채, 자신을 둘러싼 역경을 적극적으로 헤쳐나가는 낙천적인 캐릭터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연말 시상식에서는 아쉽게도 그리 환대받지 못했지만, 이 작품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망주에 머물던 조승우는 확실한 스타덤에 올라섰고, 공식 커플인 강혜정과 더불어 젊은 영화팬들에게 가장 선호도 높은 배우로 인정받았다.

<달콤한 인생>,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

황정민
황정민CJ엔터테인먼트
올해 각종 영화 시상식을 평정한 남자. 운명 같은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순진한 농촌 총각, 터프한 척 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강력반 형사, 입가의 스카페이스가 번뜩이는 야비한 웃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조폭 보스에 이르기까지.

불과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연과 단역을 전전하던 황정민은 올해 다작 활동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색깔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정상급 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송강호와 설경구의 바통을 잇는,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 속에 단호하고 열정적인 남자의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 황정민, 명실공히 올해 한국 영화 최고의 발견으로 손색이 없다.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


김명민
김명민KBS
영화가 황정민을 발굴했다면, TV는 김명민을 발견했다. 이전까지 내세울 만한 흥행작 하나 없던 배우. 그러나 <불멸의 이순신>은 21세기에 새롭게 선보일 이순신의 환생으로 무명의 김명민을 선택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웅, 불패 신화를 자랑하는 화려한 명장의 이미지 뒤로 시대와 불화해야했던 불운한 지식인의 고뇌와 좌절에 시선을 돌린 드라마는, 단순한 초인이 아니라 보다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외유내강한 캐릭터로 이순신을 재창조해내는데 성공했다.


<웰컴 투 동막골>, <나의 결혼 원정기> 정재영

선굵은 인상과 날카로운 눈매는 그간 정재영이라는 배우를 마초적인 이미지 안에 가둬놓는 경향이 심했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스마일 마크가 보이는 남자. 상처를 간직한 <웰컴 투 동막골>의 인민군 소좌 리수화는, 정재영 특유의 '사연을 간직한 남자'의 매력을 십분 살려준다.

나이 서른 여덟이 되도록 여자 한 번 사귀어보지 못한 쑥맥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열정으로 '다 자빠뜨려'를 외치는 <나의 결혼원정기>의 농촌 로맨티스도 정재영을 대신할 캐릭터를 상상하기 힘들다. 출연 분량은 극히 짧았지만,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던 꾸러기파 보스 '꾸러기' 역할은 단연 올해 최고의 카메오.

<달콤한 인생>, <주먹이 운다>, <친절한 금자씨>의 오달수

명계남이나 이문식같은 배우들은, 한때 한국영화를 그들이 출연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구분하는 조연 파워로, 주연 못지않은 위력을 과시했다. 2005년 현재, 한국영화에서 이런 조연 파워의 계보를 잇는 배우는 단연 오달수다.

영화감독 류승완이 '겉보기에는 엄청 무성의하게 연기하는 것 같은데, 묘하게 진심이 전달되는 배우'라고 평했듯이, 오달수의 연기는 허허실실이다. 언제나 사회의 양지에서 비껴나 있는 비주류 혹은 양아치 캐릭터로 등장하면서도 자신이 출연하는 장면에서 만큼은 완벽한 주연이 되는 배우 오달수. '가불은 불가' 같은 대사처럼, 작은 단어 한 마디에도 감칠맛 있는 리듬감을 불어넣을 줄 아는 배우는 흔치 않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다니엘 헤니

다니엘 헤니
다니엘 헤니IMBC
수많은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끌어들인 이 화제의 드라마가 보여준 진정한 발견은, 톡톡 튀는 김선아도 귀여운 현빈도 아닌, 세련된 스위트 가이의 교과서를 보여주며 수많은 여성팬들을 무장해제시킨 배우 다니엘 헤니였다.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면서도 자신의 욕심을 강요하지 않는 순정파, 안하무인이던 진헌(현빈)마저도 자격지심을 가지게 만들 정도로, 언제나 반듯하고 친절한 미소를 잃지않는 고급스러운 매너남의 캐릭터는, 남자가 보기에도 가장 완벽한 남성상이 아니었을까.

<해신>의 송일국

역사에서 장보고를 살해하는 암살자에 지나지 않았던 캐릭터를, <해신>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에 가슴 아파하는 로맨틱한 터프가이로 되살려 냈다.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송일국의 남성미 넘치는 연기는, 염장의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만들어놓았다.

제도와 원칙에 얽매이는 도덕적인 영웅상으로 그려진 장보고보다 대중이 염장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자유분방한 그의 반골 기질 때문이 아니었을까. 장보고가 죽는 장면보다, 염장의 최후에 눈물 흘린 시청자들이 더 많았다고 할 정도로 송일국은 <해신>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견이었다.

<부활>, <쾌걸 춘향>의 엄태웅

엄태웅
엄태웅KBS
21세기의 변학도는, 이몽룡보다 훨씬 단호하고 중후한 남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오랜 무명생활을 전전하던 이 배우의 진가는 <쾌걸 춘향>을 거쳐 복수를 꿈꾸는 <부활>의 1인 2역을 통하여 마니아들에게도 인정받았다.

겉보기에는 무뚝뚝하고 감정표현에 인색한 듯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감성과 열정을 품은 남자의 캐릭터. <내 이름은 김삼순>이 브라운관을 장악하던 시절에도, 깊은 사연을 간직한 듯, 우수에 젖은 눈빛 연기의 진가를 알아본 팬들은, 역시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

<주먹이 운다>의 류승범

데뷔 이래 톡톡 튀는 신세대의 대명사로 불려왔던 배우. 아웃사이더에 가깝지만,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왔던 류승범은, <주먹이 운다>에서 기존의 설렁설렁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들끓는 열정과 분노를 링위에서 폭발시키는, 거친 청춘으로 돌아왔다.

당대 최고의 배우인 최민식과의 충돌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류승범의 진가는, 바로 갓 건져올린 생선처럼 활기넘치는 생명력 그 자체이다. 전문적으로 연기 교육을 받은 배우가 아님에도 천부적인 감각으로 인물에 대한 진심을 담아내는 류승범의 연기는, 기교로서 대체할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발산한다.

<박수칠 때 떠나라>의 신구

저마다 '한 개인기' 하는 조연들의 잔치였던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원로배우 신구가 연기한 윤 반장은 그야말로 베테랑이라는 단어의 진가를 보여준다.

허허실실, 버릇없는 젊은 용의자의 독설에도 한줄기 느긋한 웃음으로 여유롭게 넘기고, 젊은 검사에게 쓸데없는 횡설수설을 늘어놓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사안의 핵심을 짚어내는 관록은 역시 베테랑의 몫이다. 근엄한 선비의 이미지 뒤로 산전수전 다겪은 노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느긋한 여백의 미학은, 젊은이의 재기발랄함으로도 흉내낼 수 없는 내공을 보여준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주현

중년의 사랑이라면 곧장 불륜 밖에 떠올리지 않는 것은 지나친 선입견이다. 다양한 세대의 사랑풍경을 담아내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연애고백을 보여주는 커플은, 바로 중년의 열정을 과시하는 곽 회장 커플(주현-오미희)이다.

뒤늦게 찾아온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큰 수익이 보장된 멀티플렉스마저도 포기하는 곽 회장의 순애보. 극장주라는 어드밴티지를 활용하여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센스. 겉보기엔 수전노같지만 내면의 순정을 간직한 곽 회장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올해 최고의 로맨스 그레이로 손색이 없다.

김주혁
김주혁SBS
<프라하의 연인>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주혁

말랑말랑한 꽃미남이나 철모르는 왕자는 가라. 올해 하반기 위버섹슈얼이라는 단어의 원조를 만들어낸 <프라하의 연인>의 상현이 보여주는 매력은 일견 마초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단호하고 분명한 자기표현을 통한 남성적 매력에 있다.

현란한 어록으로 채색되는 대사의 힘과 무뚝뚝하지만 진심이 담긴 남자의 매력은 <프라하의 연인>을 지탱해준 원동력이었다. 배우 김주혁은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는 정반대로 소심하고 표현하지 못해 고민하지만, 언제나 순정을 간직한 남자 광식으로 분하며 넓은 연기폭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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