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최고-최악의 드라마를 말한다

[포커스] 여성·시대극 인기 속에 마니아 드라마 풍성

등록 2005.12.17 12:04수정 2005.12.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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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도 변함없이 수많은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최근 시청자들의 욕구가 다양화되고 좀더 양질의 드라마를 요구하는 눈높이도 높아졌다. 대중문화의 주요 콘텐츠이자 이제는 한류 열풍의 중심에까지 서있는 한국의 드라마. 지난 한해 동안 우리 드라마는 과연 얼마나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해 왔는가. 한해 동안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드라마들을 돌아본다.

당당한 그녀들이 온다- <내 이름은 김삼순> <굳세어라 금순아> <쾌걸 춘향>

MBC
올 한해는 당당하고 자기 주장이 분명한 신세대 여성의 캐릭터를 앞세운 이야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상반기 최고 시청률로 독주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을 비롯하여, <굳세어라 금순아> <쾌걸 춘향> <프라하의 연인>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

자신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때로는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과감하게 들이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랑에만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도 언제나 최선을 다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이처럼 주로 능력있는 전문직 여성으로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의 모습은, 종래 남자에게 끌려다니는 청순가련형 여주인공들과 달리 자신의 일과 사랑에서 좀더 긍정적이고 주동적인 여성상의 반영으로 사랑받았다.

시대극의 인기는 계속된다- <해신> <불멸의 이순신> <패션 70>

해신
해신KBS
자고로 드라마도 블록버스터 시대다. 화려한 스펙터클과 장대한 서사시를 안방극장에 담아낼 수 있는 장르는 역시 시대극이다. 최근 한류 붐과 더불어 한국 드라마의 소재 범위와 표현의 자유가 넓어지면서 최근에는 현대적 감성을 덧입힌 '퓨전 시대극'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동북아 해상권을 장악했던 장보고의 흥망성쇠를 다룬 <해신>,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구국의 명장 이순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서사시 <불멸의 이순신>,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여성 디자이너들의 화려한 성공과 사랑을 다룬 퓨전 시대극 <패션 70> 등은 시대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기에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휴머니즘과 가족주의의 회복- <장밋빛 인생> <부모님 전상서> <슬픔이여 안녕>

슬픔이여 안녕
슬픔이여 안녕KBS
하반기 대중문화의 주요한 코드는 눈물과 감성이었다. 일상의 리얼리티에 기반을 두고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소시민들의 애환에 초점을 맞춘 가족주의 드라마의 강세는 안방극장에 눈물바람을 몰고 왔다.


이런 경향을 주도한 것은 역시 대부분 KBS 드라마였다. 하반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장밋빛 인생>을 비롯하여,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와 <슬픔이여 안녕>이 잇달아 시청률 수위를 이어받으며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끌어모았다. 특정한 스타나 극적인 설정 없이도 다양한 인물들의 진심을 보여주는 통속성의 전략으로 잔잔한 성공을 거두었다.

시청률이 대수더냐, 우리에겐 '마니아'가 있다- <부활> <변호사들> <별순검>

부활
부활KBS
드라마의 성공은 역시 시청률로 평가받는 게 보통이지만, 가끔씩은 이런 선입견에 도전하는 작품들도 있다. 대진운이 나쁘거나 혹은 통속적이지 않은 전개로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일찍이 그 작품의 진가를 알아본 소수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드라마. 올 한해는 유난히 '마니아 드라마'라는 용어가 많이 등장하곤 했다.

대표적으로 엄태웅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부활>은, 그야말로 네티즌의 힘이 살려낸 '패자부활전'이었다. 김삼순의 인기가 전국을 호령하던 시절, 한 자릿수 시청률로 외면받았지만 탄탄한 이야기구조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종영 때는 시청률이 20퍼센트를 능가하며 말 그대로 '부활'하기도 했다. <변호사들>과 <별순검> 역시 방영시에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네티즌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전형적인 마니아 드라마들이다.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에 도전한다- <그린 로즈> <제5공화국> <베스트극장>

그린 로즈
그린 로즈SBS
천편일률적인 멜로드라마 일색에 식상한 팬들은 새로운 드라마의 출현을 간절히 기다리기도 한다. 트렌디 드라마의 통속적인 구성을 배제하고 추리와 스릴러가 배합된 독특한 색깔의 남성드라마로 사랑을 받았던 <그린 로즈>, 90년대 중반 이후 명맥이 끊겼던 한국 정치드라마의 부활을 알렸던 <제5공화국> 같은 작품들은 시청률과 별개로 국내 드라마의 다양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힐 만하다.

한편, 장편 드라마의 젖줄이라 할 만한 단막극의 재기도 시선을 끈다. 최근 시한부 종영으로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던 <베스트극장>의 부활은 언론과 대중의 열렬한 호평을 얻었다. 연작으로 구성된 '태릉선수촌'이나 '가리봉 오션스 일레븐'등은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단막극만의 참신한 형식미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2% 부족, 좀더 분발하세요- <루루공주> <세잎클로버> <가을소나기> 등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시대극이나 가족드라마에서 강세를 보이는 KBS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장르는 바로 젊은 층의 감성을 파고드는 트렌디 드라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나 <쾌걸 춘향>같은 성공작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올시즌 KBS 드라마는 유독 평일 시간대의 트렌디 드라마 부문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루루공주
루루공주SBS
<러브홀릭> <그녀가 돌아왔다> <웨딩> 같은 작품들은 모두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청춘스타들을 내세우고도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헤맸다. 진부하고 낡은 스토리라인,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와 설득력 없는 작위적인 설정들이 한몫했다.

올시즌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천당을 맛봤던 MBC를 삽시간에 지옥으로 끌어내린 것은 바로 <가을소나기>였다. 멜로드라마가 강세를 보이던 올 가을 시즌, 소재 자체가 그리 나빴던 것도 아닌데 하필 KBS <장밋빛 인생>과 맞붙어 참패를 당하며, 2000년대 이후 최악의 시청률로 한때 애국가 시청률에까지 도전장을 내미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권상우, 김희선의 한류스타 라인업을 구성하고도 하품나는 60년대 신파극으로 일관한 <슬픈 연가>나 제목을 '세상에 이런 일이'로 바꾸는 것이 더 적당했을 <사랑찬가>도 드라마왕국의 자존심에 흠집을 안긴 범작들.

그러나 올해 최악의 드라마 '위너'는 단연 SBS의 <루루공주>다. <파리의 연인>의 신화 재현을 외치며 화려하게 출발했던 이 드라마는 캐디 비하 논란과 넘쳐나는 간접 광고, 억지스러운 재벌들의 사랑담이라는 악재가 이어지며 날개없이 추락했다. 드라마 후반부에는 주연 배우마저 작품을 비판하는 사태가 벌어져서 이래저래 설화에 오르기도 했다.

섹시 스타 이효리의 스타 파워에도 불구하고, 주요 배역 전원의 완벽한 미스캐스팅과 낡은 이야기구조로 외면받았던 <세잎클로버>, 도대체 어느 나라 고등학교 이야긴지 국적 불명에 가까웠던 <건빵선생과 별사탕>, 조기 종영 유행을 불러왔던 SBS의 금요드라마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는 올해의 '워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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