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글쎄."
아내의 제안에 선뜻 맞장구를 치진 못했습니다. 둘째 광수가 무섭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녀석은 아는 만큼 실천하려고 애쓰며 살고 있습니다. 튀김을 만들다 프라이팬에 남은 폐식용유를 무심코 싱크대로 버리다가 녀석에게 걸리면 환경오염을 내세우며 잔소리를 합니다. 녀석은 유독 자연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녀석이 진달래 가지를 꺾어들고 들어가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조금만 꺾어 가자."
잠시 망설이던 아내가 진달래 가지를 꺾었습니다.
"광수가 뭐라고 하면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꼭 안아주지 뭐."
진달래 가지를 꺾던 아내가 돌아보며 웃었습니다.
다행인지 광수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진달래 가지를 조그만 오지 항아리에 꽂아 오디오 위에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