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파리의 연인>의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는 <루루공주>나 <프라하의 연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주인공 김정은의 신분적 지위만 재벌가의 공주로 변형시켰을 뿐인 <루루공주>는 조악한 완성도로 언급할 가치조차 없고, <프라하의 연인>은 아예 연인 시리즈의 속편임을 공식 선언하고, 같은 작가와 제작진에 의하여 완성된 드라마인 만큼,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것은 시작부터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파리의 연인>에서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했던 신분 차이를 극복한 사랑이나, 주인공 캐릭터들의 입체적인 매력은, <프라하의 연인>에서 다시 발휘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에도 지나치게 단순구도화된 선악구조나, 핵심적인 등장인물의 갑작스런 사고(이동건-김민준)로 반전을 맞이하는 작위적인 설정, 멋진 대사에만 치중한 설득력없는 전개 등은 처음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미덕으로 치부되고 넘어갔지만, 안이하게 반복되었을때는 피로만을 안겨주었다.
드라마는 통속성의 미학을 드러내주는 대중문화 장르다. 시청자들은 사실 새로움을 갈구하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정말로 파격적이거나 실험적인 이야기에는 곧잘 거부반응을 보이곤 한다. 익숙한 캐릭터, 익숙한 공식들이 반복될 때마다 그것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 그런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일년내내 같은 식단만 받아야한다면 그것은 기쁨이 아니라 고통이다. 익숙한 공식에 잠시 동안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창의성의 부재에 한 번 식상하게 되면, 되돌릴 수 없는 외면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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