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덕분에" → "황우석 때문에"

미국 줄기세포 연구에도 불똥 튈듯... 반대그룹 "거봐라"

등록 2005.12.20 10:11수정 2005.12.2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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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조작으로 드러나면서 세계의 줄기세포 연구계 역시 패닉에 빠졌다. 황 교수의 성과를 바탕으로 활성화됐던 이 분야의 연구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

그간 황 교수의 논문에 대해 갖가지 의혹이 제기될 때도 해외의 관련학자들이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며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자신들의 연구에 미칠 불똥을 염려했던 탓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배아줄기세포연구를 반대해온 그룹은 이번 파문에 대해 당장 "거 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낙태반대운동을 지휘해 온 리차드 도어플링거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그간의 과학적 업적을 부풀렸으며 대중을 오도했다"고 비판하고 "황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은 세계의 줄기세포논쟁을 2005년 5월 이전 시점으로 되돌려 놓았다"고 지적했다.

황우석을 내세워 부시 압박하던 미국 연구그룹 "이럴 수가"

a 지난 5월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황우석 박사 체세포 복제연구 관련 기사.

지난 5월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황우석 박사 체세포 복제연구 관련 기사.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쪽은 캘리포니아 주를 필두로 줄기세포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내 연구그룹일 것으로 보인다.

황우석 교수와 동일한 연구를 진행하며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린 바 있는 ACT사의 로버트 란자 교수는 최근 <네이처>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 정부가 치료용 복제연구를 제한하는 입법을 시도하는 사이 한국의 과학자들은 줄기세포 레이스에서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며 부시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역설적이지만 부시 정부의 압박 속에서 갈수록 사면초가에 빠져들던 미국 내 관련 전문가들에게 황우석 박사의 연구성과는 강력한 대항논리를 제공했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논문조작사건으로 가장 믿었던 큰 원군이 사라져 버린 셈.


일리노이 기술연구소의 나이젤 카메론 소장 역시 "한국에서 거대한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뉴스가 나오자 우리 모두 겁에 질려 줄기세포연구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고 회고하고, "정치인이나 환자들 모두 적절한 지원만 따르면 난치병 정복이 코 앞에 있다고 주장했고 각 주정부는 연구비를 쏟아 부었다"며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미국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사실 <사이언스>가 보통 3개월 가까이나 걸리는 논문심사기간을 대폭 앞당기며 2년에 걸쳐 두 번씩이나 황우석 박사의 논문을 표지논문으로 선정한 것 역시 줄기세포 연구에 부정적인 부시 정부에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배어있다는 관측도 무성했었다.


미국에서 생명윤리문제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글렌 맥기는 "이번 사건으로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예산 배정 체계를 훨씬 더 엄격하게 운영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며 미국 내 줄기세포연구계에 닥칠 한파를 염려했다.

<사이언스>의 재빠른 논문 심사는 부시 정부에 대한 메시지?

a 지난 11월 황우석 교수를 '과학인 50인' 가운데 '최고연구원'으로 선정했다 최근 취소한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지난 11월 황우석 교수를 '과학인 50인' 가운데 '최고연구원'으로 선정했다 최근 취소한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 Scientific American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국제과학계의 윤리적 기준이 좀 더 체계화된다면 향후 양질의 연구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존 레니 편집국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미국이 이같은 윤리기준 강화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소개했다.

논란이야 어떻든 황박사의 논문조작 사건은 그간 가열되던 세계배아줄기세포 연구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분명하다.

관련학계가 당분간 얼어붙은 채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또 그간 관심의 초점에서 한발짝 비켜나 있던 성체줄기세포연구가 새로이 각광을 받는 상황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

한국인에게 이번 사건은 "과학계의 국치일"이지만 세계의 과학자들에게는 과학자로서 그들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문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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