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치도록 황 박사를 믿고싶다, 하지만..."

[전문] 미국의 한 전신마비 환자의 글... 희망과 절망을 오가다

등록 2005.12.20 13:01수정 2005.12.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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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전신마비환자가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파문을 바라보는 절절한 심정을 19일 미국의 IT뉴스 사이트인 <와이어드>에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9년 전 교통사고로 사지가 모두 마비된 스티븐 에드워즈는 환자로서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큰 기대를 걸어왔으나 최근의 논문조작 사태로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심적 고통을 겪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황우석 박사가 피츠버그 대학의 제럴드 섀튼 박사와 공동으로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사이언스>에 발표됐을 때 나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나처럼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언젠가 효과적인 치료법을 열어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것이었기에 이것은 큰 뉴스였다"고 회고했다.

그 뒤 연구용 난자의 출처와 관련 윤리 문제를 이유로 섀튼 교수가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하고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 교수가 줄기세포 소장직을 사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는 황박사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그는 "난자를 제공한 두명의 여성은 연구실의 연구원이었으며 황 박사에게 이름을 밝히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며 "만약 황 박사처럼 부하직원의 사적 비밀을 지켜주는 것과 대다수 사람들이 이해할만한 사소한 실수를 공개해 동료에게 상처를 줘야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한다면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면서 황 교수의 당시 입장을 옹호했다.

그는 그 이후 여러 번 황 박사의 믿음이 흔들리는 고비가 있었으나 무엇보다 노 이사장의 폭로 기자회견이후 믿음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고백하면서 그래도 황 박사가 옳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아래는 <오마이뉴스>가 에드워즈의 글을 전문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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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사지마비환자인 나는 줄기세포연구를 통해 개발될 치료기술의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줄기세포연구의 선구자인 황우석 박사의 업적이 추문으로 변해가는 최근의 뉴스를 지켜보며 큰 실망 속에 빠지게 됐다.

황우석 박사가 피츠버그 대학의 제럴드 섀튼 박사와 공동으로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사이언스>에 발표됐을 때 나는 희망을 갖게 됐다. 나처럼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언젠가 효과적인 치료법을 열어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것이었기에 이것은 큰 뉴스였다. 9년 전 나는 교통사고로 3번 척추뼈에 타박상을 입으면서 어깨 아래의 사지를 모두 못 쓰게 됐다.


그런데 연구의 성과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섀튼 박사는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출처와 관련,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며 황 박사와 절연을 선언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자 황우석 박사는 눈물을 흘리며 사죄를 했고 연구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소식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나는 황우석 박사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했다. 황 박사는 동료인 노성일 이사장이 난자를 돈을 주고 취득한 사실을 알았지만 이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황 박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난자를 제공한 두명의 여성은 연구실의 연구원이었으며 황 박사에게 이름을 밝히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황 박사처럼 부하직원의 사적 비밀을 지켜주는 것과 대다수 사람들이 이해할만한 사소한 실수를 공개해 동료에게 상처를 줘야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한다면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또 난자기증은 여성에게 잠재적인 위협을 내포하고 있는데 마땅히 그들의 고통에 보상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나는 황우석 박사에게 연민을 느꼈다. 사지마비환자로서 나는 치료방법을 찾아가는 가도에 서있는 황박사에게 동료나 마찬가지였다.

조사가 시작되고 압력이 커지면서 황 박사는 스트레스와 피로증세로 입원했다. 나는 화가 났다. 만약 섀튼 박사가 일을 좀 더 말끔하게 처리했다면 황 박사는 지금도 연구실에서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 아닌가? 만약 황 박사의 연구팀이 난자를 얻기 위해 과도한 배란촉진기법을 사용하는 등 정말로 해로운 일을 했다면 나는 섀튼 박사가 공개적으로 절연을 선언한 것에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머리는 이런 사소한 일로 큰 소동을 벌이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노트북 컴퓨터로 혹시 새로운 뉴스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황 박사의 이름이 거론된 최신뉴스를 모두 검색해 혹시나 그의 상태가 호전됐는지 알아보려 했다. 하지만 점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왔다.

서로 달라야 정상인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주 사진들이 사실은 복제된 것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1개의 줄기세포 사진 중에 단지 몇 개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당시 내 감정을 전하자면 한 마디로 놀라서 멍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잘못된 사진이 제출된 것이라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논문의 결과를 믿을 수 있는 것일까?

고맙게도 <사이언스>가 그 실수가 자신들이 저지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보도에 따르면 사이언스의 카트리나 켈너 생명과학담당 편집장이 "황 박사가 원래 제출한 자료에서는 11개의 사진이 모두 달랐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비록 잠깐이지만 나는 다시 믿음을 되찾았다.

이제 서로 다른 줄기세포주의 DNA 지문이 마치 같은 세포를 찍은 것처럼 이상할 정도로 비슷하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보도가 이미 알려진 사진복제의혹을 뒤늦게 보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해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지난 주 노성일 이사장이 황 박사가 입원한 병실에서 논문의 결과가 모두 조작되었으며 배아줄기세포주가 하나도 없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는 소식이 흘러나올 때까지였다. 나는 사람을 잘 믿는 성격이라 그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 기사는 두 사람이 서로 동료였다고 하고 그간의 보도내용을 볼 때 내가 그 사람을 믿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도 친구와 채팅을 하다 노성일 이사장이 난자획득을 위해 돈을 지불한 바로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기까지였다. 나는 경악했다. 혹시 노성일 이사장이 그에게 쏠리는 의혹을 황 박사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황 박사는 지난 목요일(미국시간) 기자회견에서 드디어 침묵을 깨뜨렸다. 그는 노성일 이사장의 말이 거짓이며 10일 내에 그의 연구성과가 진실임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외부의 관찰자이자 줄기세포연구에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황 박사의 주장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나는 미치도록 황 박사를 믿고 싶다. 하지만 지난 몇 주간의 일들은 그것을 어렵게 하고있다.

황우석 박사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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