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주민들, 일방적 미군기지 이전방침 반발

오키나와 주민 90% 미군기지 철수요구... 오키나와현과 일본 정부 갈등

등록 2005.12.20 21:53수정 2005.12.2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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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작년 8월 13일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 국제대학에 추락한 현장 모습.

작년 8월 13일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 국제대학에 추락한 현장 모습. ⓒ 오키나와 국제대학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둘러싸고 오키나와 현과 일본 정부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의 총면적 75%가 몰려 있는 오키니아 현은 미군 주둔의 반대여론이 강한 곳이다. 이런 지역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필두로 한 일본 정부가 기지건립을 강행하고 있어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29일, 주일미군재편 협의에 대한 중간 보고에서 일 자위대와 미군의 동맹 협력관계를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후텐마 비행기지를 오키나와 소재 미군 '캠프 슈와브'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지 내에는 육지와 바다를 매립해 활주로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오키나와 현 2대 지방지 중 하나인 <류큐 신보>와 <오키나와TV >가 11월 1일~3일까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키나와 주민의 90%가 이 계획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키나와 현 주민들은 주일미군의 군사훈련에 따른 소음과 추락사고, 민간인 폭행사건 등 많은 피해를 입어왔다.

지난 1995년 9월, 미군 해병대원의 소녀 폭행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대규모 미군주둔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같은 해 10월에는 '주일미군 지위협정'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집회에 8만5천명이 참석하는 등 오카니와현 주민들의 분노가 정점에 달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1996년 12월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정리와 축소에 관한 미일특별행동위원회 (SACO)의 최종 보고를 발표하고, 주일 미군은 5년~7년 후에 후덴마 기지를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환 조건으로 '충분한 대체시설이 완성되어 운용이 가능해진 후'라는 전제 조건을 붙였다. 대체 시설 후보지로 오키나와 동쪽 헤노코지구 해상이 떠올랐지만, 주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이전 계획은 좌절되고 말았다.

그 결과 올 10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양국의 외무, 국방장관 연례회의인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에서 나온 것이 캠프 슈와브로의 이전계획이다.


일·미 협의에서 반영되지 않았던 오키나와 현민의 목소리

a 기노완시는 12월 2일 시청 옥상에 메시지를 페인트로 써놓았다.

기노완시는 12월 2일 시청 옥상에 메시지를 페인트로 써놓았다. ⓒ 기노완시

오키나와 주민여론은 후덴마기지의 현외 이전, 즉 미국 본토로 이전 혹은 일본내 오키나와현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나미네 게이이치 오키나와 현 지사는 캠프 슈와부 연안 이전 계획이 나오자마자 즉각 반대를 표명하고 계획 실시에 제동을 걸었다. 계획안의 매립 해역은 오키나와현 관할이기 때문에 미군기지로 이용하려면 지사의 서명이 필요하다. 지난 달 아소 다로 외상과 누카가 후쿠시로 방위청 장관이 오키나와현 지사를 방문해 설득했지만 이나미네 지사는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달 16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기지 재편에 반대하는 자치단체들에 대해 "평화와 안전, 일본의 경제발전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안전 보장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안전과 경제발전을 지키기 위한 대가를 다시 오키나와에 강요하려는 고이즈미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되었다.

지난 16일 오키나와현 의회가 만장일치로 '캠프 슈와부 이전 계획안'에 반대를 결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해당 해역의 사용 권한을 지사에서 정부로 옮기는 특별 조치법을 국회에 제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오키나와 현과 정부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계속되는 후텐마기지 소음피해... 미 헬리곱터, 오키나와 대학에 추락하기도

1996년 SACO최종보고에서 합의된 후텐마 기지 반환 기한이 2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후텐마 기지 인근 주민은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미군은 아프간·이라크 전쟁용으로 저공비행 훈련 등을 계속하고 있어 소음 피해는 더욱 심각해졌다.

작년 8월 13일에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 국제 대학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방학 중이어서 부상자는 다행히 없었다.

후텐마 기지가 있는 기노완시는 12월 2일 시청 옥상에 "DON'T FLY OVER OUR CITY! U. S. HELOs OUT NOW! (시가지 상공을 날지 말아라. 미군 헬리콥터는 즉각 나가라!) "라는 메시지를 페인트로 써놓았다. <류큐 신보>에 의하면, 기노완 시장은 "이 메시지를 후텐마 기지가 폐쇄될 때까지 내건다"면서 "후텐마 비행장의 반환을 일·미 양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주일미군재편안에서는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관계 강화 및 기지 일부 공동 사용이 포함돼 있어 결국 주일 미군 기지는 미군 뿐 아니라 자위대를 강화하는 것과 연결돼 있다. 앞으로 헌법이 개정돼 자위대가 '자위군'이 된다면 미군기지가 항구적으로 존재하게 돼 오키나와 주민들의 피해와 부담 역시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일미군 재편을 둘러싼 자치체와 정부의 대립은 향후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저지할 수 있는지 여부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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