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여성계 10대뉴스

평등세상 기원 숨가쁜 해... 사회곳곳 여성차별 뿌리 뽑았다

등록 2005.12.21 10:39수정 2005.12.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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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원 기자] 여성계의 오랜 숙원인 호주제 폐지를 이뤄낸 2005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 국회 통과와 함께 힘차게 시작한 2005년 여성계는 딸의 종중원 인정판결, 최초 한일공동여성사 교재 발간, 산전후휴가 90일 완전 사회보험화 추진 등의 쾌거를 연이어 이뤄냈다. 그러나 난자매매와 대리모 출산,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채취과정 논란 등 여성의 몸이 도구화되는 문제가 불거졌으며, 성매매특별법 시행 1주년을 맞은 해임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업소에 화재가 나 희생자가 발생하는 참변이 이어지기도 했다.

우먼타임스는 희망찬 2006년을 다짐하며 올 한 해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주요하게 다루었던 10대 여성뉴스를 선정했다. 뉴스 선정은 우먼타임스 기자들이 항목으로 올린 26개 뉴스 중 본지 신숙희 발행인과 여성단체 대표 6명이 심사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1. 호주제 역사 속으로… 새 신분등록제 수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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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문화의 상징이었던 '호주제'가 2008년부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17대 국회가 지난 3월 2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성차별'과 '반인권'의 족쇄였던 호주제가 민법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국회는 3월 본회의에서 4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민법개정안에 161명이 찬성(반대 58명, 기권 16명)함에 따라 과반수를 넘어 무사히 호주제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부계혈통만 인정, 뿌리 깊은 성차별 역사를 재생산하고 강화시켜온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2005년 한국사회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공동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서게 됐다. 호주제 폐지 이후 여성계의 화두로 새로운 신분등록제 마련과 새로운 가족 정책수립이 떠오르면서 여성계는 다양한 사회통합 방법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해를 보냈다.

2. 역사 왜곡 "못봐주겠네"…한일공동 여성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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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명의 한일여성연구자 및 활동가들이 모여 지난 11월1일 최초의 한일공동여성사 교재 <여성의 눈으로 본 한일 근현대사>를 출간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4년에 걸쳐 한국과 일본의 여성학자, 역사학자, 여성 활동가들이 장, 절, 세부항목까지 논의해 공동 집필한 결과물이다.


이는 질곡과 왜곡의 여성사를 일본의 교과서 역사왜곡에 대응해 집필하기 시작한 것으로 이 교재를 만들자고 먼저 제의한 것은 일본의 여성·전쟁·인권학회다. 일본학회에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전쟁과 여성인권센터'에 제의, 2001년 10월 공동교재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국제회의 등을 통해 시작된 것이다. 일본에서도 같은 날 <젠더 시점에서 본 일한 근현대사>(나시노키샤 출판)가 발간됐다.

3. 황교수 난자 채취 논란… 여 건강 권리 기구 마련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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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2005년 한 해 동안 여성계는 난자채취 의혹과 더불어 난자매매, 대리모 성행 등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난자 기증, 거래 과정에서 난자 추출이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제공을 받고, 여성들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합당한 절차와 연구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자기증자가 1000명이 넘어선 현재 난자기증이 갖는 여러 인권 및 생명윤리적 쟁점은 난자기증 절차의 엄정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것이 여성계의 입장이다. 현재 여성계는 생명윤리법이 올해부터 시행되었지만 연구 목적의 배아생성기관이 아닌 불임치료를 받는 시술기관에서 이뤄지는 여성건강 및 인권에 대한 보호조치가 없어 인공생식에관한법률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4. 딸들의 반란…여성 종중원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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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1일 대법원은 호주제 폐지 이후 제도적 양성평등의 일대 획을 긋는 '여성 종중구성원 인정' 판결을 내렸다. 용인 이씨 사맹공파, 청송 심씨 혜령공파 출가 여성 8명이 '여성에게도 종중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종친회를 상대로 각각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 6년을 끌어오던 딸들의 소송이 대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은 성년이 되면 남녀 구별 없이 종중원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은 1958년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종중원 상호간 친목을 위해 성년남자로 구성되는 종족의 자연적 집단"이라는 대법원의 판례를 47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 제사 등 종원의 의무만 명시하고 있을 뿐, 동등한 재산권 분배 등 실질적 권리에 대해서는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5. 산전후휴가 급여 전액 고용보험서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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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지난 4월21일 산전후휴가 90일 완전 사회보험화를 추진하는 당정협의를 갖고 2006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부터 2008년에는 전 사업장에 적용하는 단계적 시행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산전후휴가 급여분을 전액 고용보험에서 부담한다며 점차 대상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부터 아이를 낳은 여성근로자가 받는 산전후휴가 급여(90일분의 통상 임금)를 전액 고용보험에서 지급키로 함에 따라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들은 모성보호에서 더욱 소외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산전후휴가 급여는 60일분은 사업주가, 30일분은 고용보험이 지급하고 있다. 이에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여성노동연대회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산전후휴가 기간과 급여보장을 위한 법개정안 논의 법안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 성폭력 범죄자 실명 공개… 성폭력 근절 공익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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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가해자가 자신의 실명을 인터넷에 공개했다며 김혜순·이두옥 대구여성의전화 전 공동대표를 사이버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이 "성폭력 근절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공익활동"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성폭력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들을 역고소하는 성폭력가해자들에게 일침을 가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여성의전화는 "성폭력범죄자 실명공개는 성폭력 사건해결이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 가해 행위 공표를 통해 피해자 인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을 지지했다.

7. 여성부,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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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출범했다. 기존 1실·4국·1관·15개과이던 조직에서 가족정책국을 신설하고, 보육재정과를 증설하는 등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1988년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첫 국가기관인 제2정무장관실 이래 17년 만에, 여성부로 공식 출범한 지 4년 만에 단행되는 정부 조직 개편이었다.

신설된 주요 조직은 '가족정책국' 산하 '가족정책과' '가족지원과' '가족문화과'이며 가족정책에 관한 계획 수립,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의 가족정책 조정 및 위기가족 등에 대한 지원기능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보육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보육정책국 산하에 장단기 보육재정 편성과 효율적 집행, 보육시설 평가인증 업무 등을 담당할 '보육재정과'를 증설했다. 이 밖에 '대외협력관' '성별영향평가과'가 설치됐으며, 남녀차별 개선 관련 업무는 국가인권위로 모두 이관됐다.

8. 성매매업소 참변 잇따라… 화재방지대책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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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일 광주시 송정동 유흥업소 밀집가의 한 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여종업원 김모(33)씨와 또 다른 김모(24)씨가 모두 뇌사상태에 빠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는 지난 3월 발생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화재참사 이후 성매매 업소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해온 상태에서 또다시 발생한 참담한 사건이었다. 또한 여전히 성매매 관련 업소가 영업 중인데다가 화재방지 대책 마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게다가 성매매업소 화재 발생 시 소방당국과 경찰의 미온적 대처는 많은 여성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2000년 군산 화재참사로 성매매여성의 인권유린 문제가 불거진 이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는 2005년에도 여전히 화재사건으로 인한 성매매 여성들의 참변이 계속된 것이다.

9. "평화통일 꽃 피우자"… 남북여성통일 행사 성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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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공동행사 남측준비위원회 여성본부'와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남북해외공동행사 북측준비위원회 여성분과위원회'가 주최한 제2회 남북여성통일행사가 지난 9월10일부터 14일까지 평양, 묘향산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번 행사는 2002년 남북여성 약 700여 명이 금강산에 모여 3박4일 동안 통일의 의지를 모은 성과를 바탕으로 3년 만에 치러진 것이다.

4박5일의 일정 동안 여성들은 북측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여성 관련 시설, 즉 북 최대의 여성종합병원인 평양산원, 아동보육시설인 창광유치원, 여성들의 대표적인 작업장인 수예연구소 등을 방문했다. 또한 여성이 통일의 주역임을 천명하며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민족의 안녕을 수호해 나가자는 내용의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10. 꺼져가는 '여성발전기금' 다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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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갖고 그동안 일반회계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한 여성발전기금을 존치하기로 합의, 폐지 위기에 처했던 여성발전기금이 기사회생했다. 당정은 양성평등사회 구현을 위해 여성발전기금의 상징성과 새로운 여성정책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선도적 정책 추진 필요성, 16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여성발전기금 연결을 위해 여성발전기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여성발전기금이 2004년 8월 기획예산처 기금운용평가단의 폐지 권고 평가가 내려진 후 존치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자, 여성국회의원들과 여성단체들은 "여성부 일반회계 예산만으로 산적한 여성문제를 해결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중앙의 여성발전 기금이 폐지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지자체의 여성발전기금 조성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발전기금을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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