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원내대표는 정동영 행보에 달렸다?

DY·GT·친노 뒤섞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 조망도

등록 2005.12.22 09:41수정 2005.12.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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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전당대회의 전초전 성격이 될 내년 1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의지를 보이는 의원들은 다수 거론되고 있지만 전당대회 구도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잣대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당의장 출마 여부다. 정 장관은 당 복귀의 뜻은 분명히 했지만 아직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당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자리'를 국한하지는 않았다. 정 장관은 "당에 돌아가서 물 한 방울, 벽돌 한 장의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가고 싶다"고 말해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에 도전할지, 혹은 지방선거 선거대책본부장 정도의 역할을 수행할지 여지를 남겼다.

측근 사이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전대 출마를 당연지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지방선거 패배 뒤의 정치적 부담이 크고 노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차기 주자로 치고 나가기엔 이르다는 점도 '정면대결'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싹쓸이론'에 피해보는 김한길... "난 DY 계보 아닌데"

a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의원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설명을 하며 당론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의원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설명을 하며 당론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같은 이유로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 경선 구도는 다소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피해(?)는 당장 김한길 의원(3선)이 보고 있다.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인사들 중 김 의원은 일찌감치 의지를 보여왔지만 당내에서 "당의장·원내대표 싹쓸이는 곤란하지 않냐"며 '반 DY(정동영) 정서'를 자극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DY계 인사로 꼽혀왔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사적으로는 친구요, 뜻이 맞는 동지지만 누구의 계보로서 정치를 해오진 않았다"며 억울해 했다. 한 측근은 "의원께서 1996년 이후 10년 동안 정치를 해왔지만 민주당 시절 '동교동계'로 꼽힌 적도 없고, 200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고문을 밀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김 의원은 최근 고위공직자의 재산형성 과정을 의무적으로 밝히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제출해, 당론으로 이끌어내며 존재 부각에 열심인 모습이다.


GT와 친노가 연합하면?... 배기선·유인태도 후보군에 물망

"DY계 싹쓸이는 안된다"는 점에서 그 견제세력인 김근태(GT) 장관과 친노 그룹의 이해관계는 맞아떨어진다.

GT계에서 장영달 의원(4선)이 나섰다가 한발 물러선 것도 그런 맥락이다. 장 의원은 지난달 말 경선 출마를 결심한 듯했지만 최근 '배기선 추대론'에 일정 부분 동조하고 있다.

배기선 사무총장(3선)이 양대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 "경선없이 추대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배 총장 자신도 "싸우면서까지 나갈 생각은 없다"며 경선을 통한 원내대표 출마에는 난색을 표시했다. GT 측에서는 어차피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면 절충안으로 '배기선 추대론'이 낫다는 계산이다.

a 배기선 사무총장은 양대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 "경선없이 추대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양대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 "경선없이 추대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하지만 재야파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정체성의 문제를 들어 신기남 전 의장, 원혜영 정책위의장을 거론하기도 한다. 또 배 총장이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광고물 로비사건과 관련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인태 의원의 출마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친노 직계'로 통하지만 '중진급 재선'으로 당내 두루 신망이 높다는 점에서 GT 측과 범친노 그룹에서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유 의원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만나 "나는 나갈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정동영 당의장·김한길 원내대표' 구도에 대해서는 "당내 거부감이 크지 않겠냐"며 "원내대표 선거는 전당대회 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유동적"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늘 배후에서 가교역을 맡아온 유 의원 자신은 의사가 없는 게 확실해 보이지만 유 의원의 '파워'는 무시할 수 없다. 지난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에서 주변의 권유로 뒤늦게 경선에 뛰어들어 김한길 의원을 제치고 당선돼 "역시 유인태"라는 소리를 들었다.

달라지는 '원내대표'의 힘... 정책정당화→정치정당화 회귀?

원내대표 경선을 둘러싼 이같은 신경전은 내년 초 차기 주자들의 당 복귀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지도체제 변경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당의장·원내대표의 투톱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면서 당헌·당규소위원회에서는 당의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제를 폐지하고 정책위원장과 정조위원장들을 당의장이 임명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정 장관 측은 "현재 당의장은 사표낼 권한밖에 없다"며 반기는 입장이지만 다른 그룹에선 "사실상의 원톱 시스템, 과거로의 회귀"라며 반감을 보이고 있다.

과거 '원내총무'는 당살림을 도맡아 하며 당대표에 귀속됐지만 17대 국회 들어 '정책정당화·원내정당화'라는 정치개혁의 모토와 함께 '원내대표'로 그 위상이 한껏 높아졌다. 당의장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일 때도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정치계절이 다가오면서 원내대표의 위상은 '의장 견제용이냐' '당 장악용이냐'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원내대표 후보군은 예산안 등의 처리가 남은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a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유인태 의원이 맨뒷자리에 앉아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유인태 의원이 맨뒷자리에 앉아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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