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면의 신명이 어우러진 동작이 한국춤" | | | [인터뷰]제3회 전통춤 공연을 하는 이승희씨 | | | |
| | | | ⓒ김영조 | 인터뷰를 하러 들어간 이승희 전통무용연구소 한 편엔 서가가 있었고, 그 서가엔 민족문화백과대사전 등 전통문화관련 책, 한단고기 등 상고사 관련 책, 사서삼경 등 동양 철학서적은 물론 중어대사전, 풍수지리 관련 책 등 다양한 책들이 적지않게 꽂혀 있어서 이승희씨의 깊이를 말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한 편으로 치우친 느낌을 준다며 겸손해 한다.
- 어떤 계기로 춤을 추게 되었나?
"할아버지가 한학과 한시를 하는 분이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통이 다가왔는지 모른다. 어렸을 때 엄마 버선을 신고 선비탁자에 앉아 책을 넘겨보곤 했다. 그렇게 자란 내가 성인이 되어서도 ‘한국의 미’ 등 전통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좋았고, 규방문화, 선비사상과 안빈낙도(安貧樂道: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킴)하며, 학문을 즐겼던 것이 좋아 보였다.
그러면서 전통문화 공연을 즐겨보곤 했는데 80년대인가, 이동안 선생님의 공연을 보고 다른 것과는 뭔가 다른 깊이와 품격을 느꼈다. 그래서 87년 봄에 이동안 선생님의 문하에 들어가 공부하게 되었다. 춤이 이렇게 좋은데 왜 전공자들이 없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 춤, 한국춤은 무엇이고,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나?
"춤은 자신의 정서, 내면세계가 움직임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또 한국춤은 고대부터 면면히 이어온 우리의 정신, 민족혼, 생활 속의 양식이 담긴 춤이다. 그리고 한국춤은 내적인 기운이 녹아 나와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의 춤은 손짓, 발짓 등 부분적인 모양새에 치중하는데 반해 한국춤은 전체적인 몸짓이며, 호흡에 실려서 한 동작, 한 동작 청정한 기운이 생기는 춤이다. 동서남북 사방에 완만하게 움직이다 보면 내면이 표현되며, 자연 속에서 내면의 신명이 어우러져 동작이 나올 때야말로 한국춤이 된다.”
- 춤은 왜 추는가? 어리석은 물음이겠지만 슬기로운 답을 해달라(웃음)
"춤을 출 때면 정신과 마음이 맑아진다. 또 춤은 무념무상, 비어있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녹음된 음악이 아닌 생음악을 바탕으로 춤을 추다 보면 즉흥적인 신명이 우러나온다. 그리고 이쯤 하다 보니 겨레문화의 전승 차원에서 춤추고, 가르치고, 연구, 지도하며 올바로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의식에서 추게 된다."
- 18년 춤 세월을 되돌아 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또 이동안 선생님을 계승한 것에 후회는 없는지?
"18년 동안 조금씩 벽에 부딪힐 때가 있었지만 시작할 때부터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좋아서 춤을 추었기에 후회도 없고, 크게 기억나는 일도 없다. 다만, 내게서 배워 나간 사람이 지방문화재가 된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는 한편 뿌듯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씁쓸했다. 이동안 선생님을 계승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춤 세계가 큰 가치가 있기에 또 이 일이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자긍심이 있으며, 그 자체로 만족한다."
- 어떤 춤이 어렵고, 어떤 춤이 더 매력있나? 또 우문일까?(다시 한 번 웃음)
"특별히 어렵다고 생각해본 춤은 없다. 다만, 끊임없이 공부하고 수양해서 내면이 꽉 차야 제대로 된 동작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춤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지만 밟아야 할 기본과정이 중요한 전통기본무가 가장 매력이 있다. 이에는 한국춤의 원형, 기본적인 움직임이 있고, 완만한 호흡법에 그 바탕이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승무'는 천지자연의 기운이 담겨있는 듯하여 좋고, '엇중모리신칼대신무'는 우리나라의 애조 띤 음악에 따라 죽은 이의 넋을 달래서 보내는 춤이기에 나름의 매력이 있다."
- 한국춤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은?
"실기만 치중하는 공부는 예술이 아닌 기술이 될 수밖에 없다. 수양하는 자세로 연마하여 한국춤의 깊은 멋과 아름다움을 찾아가길 바란다. 또 한시를 읊거나, 철학 사상을 공부하고, 다른 전통문화도 더불어 섭렵하여 포괄적인 아름다움의 예술로 승화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운학 이동안 선생님의 춤은 서울, 경기류의 원형 춤맥이기에 잘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또 고대 특히 고구려나 백제의 춤을 연구, 재현할 생각이다. 그 계획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책으로도 낼 생각이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문헌을 찾고, 고증을 거치며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다."
마침 연구소에 연습하러 나온 공연에 나갈 두 사람과도 더불어 인터뷰를 했다. 먼저, 일본인으로 신화, 현빈, 유재석을 좋아하다 한국춤의 매력에 빠진 코마다 미호는 "연예인을 좋아하다가 한국춤을 배우게 되었는데 한국춤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리고 어렵지만 재미있다. 한국 전통춤 말고도 역사, 한복, 요리, 김치 담그는 것 등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이어서 갓과 도포 차림으로 연습하던 구교원씨도 한마디 거든다.
"조상이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주셨기에 한국춤을 추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30대 때부터 춤, 민요, 풍물 따위를 배우다가 이승희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이승희 선생님의 춤은 제대로 된 춤, 순수하고 옳은 춤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마음이 편한 그리고 정감있는 연구소여서 이곳에 오게 되는지도 모른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