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줄기세포 관련 언론보도, 좀 더 신중해야

등록 2005.12.29 15:46수정 2005.12.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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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중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가 있기 전 이를 보도하던 몇몇의 언론사가 "있다", "없다"를 번복하며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6일 <연합뉴스>는 '2005년 논문 맞춤형 줄기세포 없었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지난 주말 DNA 지문분석 결과를 전달받아 검토한 결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2ㆍ3번 줄기세포는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며 미즈메디 병원의 냉동 잉여수정란 줄기세포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사실상 줄기세포가 없으며 원천기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를 했다.

뒤이어 SBS는 "2004년 논문에 사용된 1번 줄기세포도 분석결과 논문의 DNA지문과 다른 데이터가 나왔다"는 보도를 해 황 교수 연구팀의 원천기술이 없는 것 아니냐는 여론을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27일 <연합뉴스>는 '냉동보관 5개 세포, 체세포와 일치'라는 보도를 통해 전 날의 보도를 번복하며 원천기술의 존재가능성을 넌지시 언급했다. 하루 만에 보도 사실이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이 보도는 조선일보가 29일자 조간에 '결국 줄기세포는 없었다'는 보도를 함으로써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네티즌 "지금 장난하나?"

이렇게 보도가 번복되자 네티즌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뉴스에 댓글을 단 한 네티즌 'sally'는 "어제는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발표를 했다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일치하지 않았다고 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장난하나?"라며 "어느 언론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언론의 보도는 가뜩이나 황 교수 사태로 인해 민감한 사회를 더욱 긴장시키게 했다. "없다"는 보도는 없다는 보도대로 황 교수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실망을 증폭시켰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는 황 교수 연구팀의 문제점을 지적한 MBC와 프레시안 등의 매체에 화살이 집중되었다.

기사마다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는 있기 마련이지만, 줄기세포와 원천기술의 존재유무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어있는 만큼 언론의 이런 '말초적' 보도행태는 부적절했다.

이번에 해프닝을 일으킨 대부분의 기사는 일부 익명으로 처리된 서울대 관련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뒤 언론사의 추측으로 매듭을 짓고 있다. 공식적인 발표 이전에는 관련된 내용을 일체 비밀로 한다는 조사위의 취지도 언론 앞에서는 무력했다. 공식적인 발표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서울대 '관계자'의 말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와 사회여론을 좌지우지 했다는 점은 특종과 정보에 목마른 언론사 기자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더욱이 지난 26일 SBS의 보도는 SBS가 공식적 근거로 내세운 관련기관이 "조사한 적 없으며 오보다"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사실적 정보를 알려야 하는 언론의 사명을 저버리고 조급증으로 인한 소위 '~카더라'보도를 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큰 결례이자 잘못임에 틀림없다. 기자의 팬은 한 사회를 분열시킬 수도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를 현명하게 쓰는 것이야말로 기자의 책임이다. 좀 더 신중한 보도를 통해 국민여론을 왜곡시키는 데에 언론사가 일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혜교 기자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역사문화학과에 재학중인 시민기자이며, 인터넷에선 '혼돌군', 혹은 '땡깡쟁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정혜교 기자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역사문화학과에 재학중인 시민기자이며, 인터넷에선 '혼돌군', 혹은 '땡깡쟁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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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우진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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