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써서 돈 많이 벌었습니다"

[인터뷰] '2005 올해의 뉴스게릴라' 사는이야기 부문 수상자 김민수

등록 2005.12.30 10:49수정 2005.12.3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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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항상 유토피아의 삶을 꿈꾸듯 제주인들은 수천 년 동안 상상 속의 섬 이어도를 꿈꾸어왔다. 꿈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전한다 하더라도 나(제주)다움을 지키지 못한다면 꿈은, 영원히 꿈에 머문다. 제주인들처럼 먼저 행동으로 실천할 때 이어도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 제주에서 루게릭병과 싸우다 올 5월 영면한 사진작가 고 김영갑


제주인들은 유토피아 이어도를 꿈꾸지만 육지 사람들에는 제주도 자체가 하나의 유토피아요, '이어도'다. 오죽하면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라며 제주도로 가자는 노래까지 나왔을까. 이곳 토박이들에게 제주도는 특별할 것 없는 삶의 터전이지만 여전히 많은 뭍 사람들이 무언가를 꿈꾸며 제주 땅을 밟는다.

섬마을 교회 목사, 너무 낭만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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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 강충민

2005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사는이야기 부문 수상자인 시민기자 김민수씨도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제주에 왔다. 2002년 3월부터 제주도 동쪽의 작은 마을 구좌읍 종달리 종달교회에서 교목 활동을 시작했으니 이제 만 4년이 다 된 셈. 대도시의 교회에서 하느님을 섬겼던 그는 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에 왔을까.

"제 자신이 도시의 대형 교회보다는 작은 농촌 교회 목회자가 맞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목회자니까 선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삶 속에서 같이 생활하고 같이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작은 교회를 택하게 된 거구요."

겨울 바다가 보이는 제주의 해안도로 카페에서 만난 김민수 기자는 그의 기사에서 익히 짐작할 수 있는 모범답안(?)을 풀어 놓았다. 그가 섬기고 있는 종달교회는 교인이 마흔이 채 되지 않는, 빨간 벽돌의 교회당이 인상적인 작은 교회다.

"바닷가 작은 마을 교회 목사가 언뜻 보기에는 상당히 낭만적일지는 몰라도 도시 생활에 비해 힘든 것이 참 많아요. 경제적으로도 빠듯하고 불편하고…. 물론 이런 불편은 예상하고 왔지만요."

생각했던 것만큼 녹록치 않았던 제주도 정착 생활에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오마이뉴스>다. 대도시에서 보던 신문이 배달이 되지 않아 대체 언론(?)으로 <오마이뉴스>를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워낙 꽃과 풀 같은 자연을 좋아했는데 제주로 옮겨 온 후로는 아예 푹 빠져 버렸다. 꽃과 꽃 이름을 공부하면서 그렇게 사진도 찍고 글도 써서 <오마이뉴스>에 올린 것이 그의 시작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설교보다 더 값진 삶의 방향과 따스함을 전달하는 일종의 목회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제 글을 평균적으로 2500명 정도 읽는 것 같은데 저희 교회 신도는 마흔 분이 채 되지 않죠. 단순히 산술적인 수치가 아니라 설교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2500명이 넘는 분들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강바람 포토에세이' '내게로 다가온 꽃들' '어른들을 위한 포토동화' 등 3개의 연재를 진행했고 '텃밭에서 캔 행복한 이야기' '꽃을 찾아 떠난 여행' 등 많은 자체 연재 기사를 썼다. 내년 2월까지 기사 1000건을 쓰는 것이 목표라고 하니 기사 한 건 쓰기 어려운 사람들은 기가 죽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 기자는 글을 못 쓰니까 많이 썼고, 내용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많이 쓰니까 '올해의 뉴스게릴라'까지 된 것 같다고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기사 써서 돈 많이 벌었습니다~ 행복해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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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의 삶의 터전, 제주. ⓒ 강충민

글을 읽은 독자들이 "용기를 얻었다"는 회신을 보내 올 때면 '아, 설교보다 훨씬 낫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그 사람들을 통해 자신도 함께 위로 받고 살아갈 힘을 얻으니 목회자와 신도의 경계가 따로 있지 않다.

"일부러 찾아주시면 정말 반갑고 고맙죠. 물론 헌금이 늘지는 않지만(웃음). 제가 자리에 없거나 바쁠 때에는 많이 미안하고요, 특히 바쁠 때 찾아 주시면 난감할 때도 많아요."

새벽에도 상담 전화를 받을 만큼 '아는 사람은 아는' 유명인이 된 김민수 기자. 불쑥 교회로 찾아오는 불특정인들 때문에 가끔은 난감할 때도 있지만 그런 팬들이 있기에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돈 많이 벌었냐고요? 네, 많이 벌었어요. 기사 쓰고 책 펴내서 꼭 도움을 주고 싶은 분에게 도움드릴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많이 벌었어요. 사실 돈이 많다는 게 상대적이잖아요. 제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눌 수 있고 그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할 수 있으면 제가 더 행복한 거죠."

많이 벌었냐는 질문에 행복해질 만큼 많이 벌었다는, 세속인의 기준으로는 도대체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짐작가지 않는, 우문에 현답이다.

앞으로 그는 지금 터전을 잡고 있는 종달리에 문화센터를 열 계획이다.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고, 어떻게 꾸밀 건지 하는 향후 계획은 묻지 않았다. 그냥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텃밭에서 캔 행복한 이야기'처럼 꾸며 나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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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대학원에서 제주설문대설화를 공부했습니다. 호텔리어, 입시학원 강사, 여행사 팀장, 제주향토음식점대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사 등 하고 싶은일, 재미있는 일을 다양하게 했으며 지금은 서귀포에서 감귤농사를 짓고 문화관광해설사로 즐거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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