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글 현판이대로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의 현판은 박정희 전 태통령의 친필글씨로 과거사정리 차원에서 철거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일부에서는 친일파 박정희의 현판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고, 한글단체 쪽에서는 한국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광화문 현판이 한자로 된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날카롭게 대립했었다.
이런 논란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으로 잠시 물밑에 가라앉았다. 문화재위원회는 광화문 건물의 복원 계획을 발표했는데 교체를 두고 논란을 빚었던 광화문 현판은 당장 교체하지 않는 대신, 조선 고종시대 원위치로 광화문이 복원될 때 그 시대 원형을 살려 복원하도록 했다. 광화문 복원은 2009년까지 완료 예정이지만 문화재청은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김형오 의원 등 국회의원까지 가세해 논란을 빚었던 현판 교체 문제는 일단 한글단체의 승리로 보이기는 하지만, 문화재청 유홍준 청장은 "문화재 복원은 원형을 찾아가는 게 원칙이다"라고 말해 광화문 현판 '한글 복원'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뜻을 밝혀 또 다른 논란이 숨어 있다고 하겠다. 현판은 '원형 복원' 원칙에 따라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의 글씨로 복원될 전망이다.
7. 문화다양성협약 채택
나라 밖 소식으로 유일하게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을 꼽아본다. 그것은 나라 사이의 일만이 아닌 우리 문화를 지켜낼 수 있는 주춧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지난 10월 20일 "문화 콘텐트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협약(협약의 공식명칭ㆍ(Cultural Diversity Convention)"을 채택했다. 유네스코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에서 협약을 표결에 부쳐 148개 회원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만 반대했다. 미국으로부터 스크린 쿼터 폐지 요구를 받아온 우리나라도 어정쩡하게나마 찬성표를 던졌다.
협약은 "문화의 획일주의에 반대"하며 "각 나라가 자국문화 보호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협약 제20조는 "이 협약을 다른 어떤 조약에도 종속시키지 않으며, 다른 조약의 해석ㆍ적용시 이 협약의 관련 규정들을 고려한다"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협약은 비준될 경우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물론 협약은 나라별로 비준되어야 효력이 생긴다.
영국의 비비시(BBC) 방송은 협약 통과를 "할리우드에 대한 승리"로 말한다. 협약은 미국 문화의 범람을 막기 위해 프랑스가 주도해 만들었으며, 주로 미국 영화와 음반의 일방적 수입을 규제하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각 나라의 문화를 상품처럼 보지 않고 별도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처럼 힘이 약한 나라가 세계를 향해 당당할 수 있는 것은 문화일진데 이 협약은 그래서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 '겨레문화 7꼭지 큰 소식'은 나만의 생각이다. 여론조사를 통한 것도 아니고, 전문가들이나 문화담당 언론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도 아닐 터여서 생각하는 이에 따라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을유년 겨레문화를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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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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