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도 덩달아 방학?… 아! 어쩌나

학기땐 교육부, 방학에는 보건복지부... 급식 지원 '이원화' 문제 있어

등록 2006.01.04 14:56수정 2006.01.0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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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감현주 기자]방학 시작과 함께 초·중·고생 24만명이 밥을 굶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방학 중 학교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급식 희망자에 한해서만 지원을 하는데다 각 지자체에서 충분한 조사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문희 한나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해 12월 25일 올 겨울방학 기간 동안 24만5537명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밥을 굶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 발표했다.

문 의원이 2005년과 2006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급식현황과 지원계획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기 중 우리나라 초중고생 100명중 6명이 밥을 굶어 급식을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겨울방학에는 100명 중 3명이 밥을 굶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 같은 차이는 정부가 급식아동에 대한 급식을 이중으로 관리해 학기 중에는 교육부가 관리하지만, 방학이 되면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05년 기준 학기 중 급식지원 학생수가 전체학생 중 46만8288명(6.0%)이라고 통보했으나 이번 겨울방학 중 급식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는 전체 학생 중 22만2751명(2.8%)을 급식 계획으로 잡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교육부와의 급식지원 기준이 다르고, 학생들이 방학 중 급식을 받으면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걱정해 급식 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교육부는 기초생활수급자, 결식아동, 차상위계층 중 급식필요 아동의 숫자를 산출한 반면,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급식지원대상자 중 급식을 희망한 아동에 대해서만 급식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교육부는 급식지원학생수가 2006년 48만2836명으로 2005년 46만8288명보다 3% 증가한 1만4548명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보건복지부는 2006년 1월 겨울방학 급식지원학생수가 22만2751명으로, 2005년 1월보다 11%(2만6712명) 준 것으로 조사돼 큰 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방학 중 급식 업무는 2005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고 있지만 각 지자체가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충분한 지원을 못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다.


2005년 교육부의 학교급식 지원현황을 살펴보면, 지역별로는 100명당 충북이 8.8명, 전북이 8.3명, 강원이 8.2명, 전남 7.93명, 서울은 5.2명, 경기도 4.45명, 울산은 2.6명이다. 그러나 이 숫자에 학교를 다니지 못할 만큼 어렵거나 학교에 갈 나이가 되지 않은 어린이들은 빠져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급식아동의 숫자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일선학교에선 급식 어떻게

눈에 보일때만 '결식아동' 야단법석
안보이면 굶든 말든 '걱정 뚝' 씁쓸


방학 기간 중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정작 결식아동을 보호해야 할 학교와 일선교사들은 결식아동에 대해 무관심해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방학 기간 동안 무료급식이 필요한 학생을 파악하는 별도의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학 중 결식아동들이 어떻게 식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 정도가 현저히 낮은 것.

강북 C여고 정모 교사는 "학기 초 학부모 및 학생 면담을 통해 학기 중 중식급식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파악하고 있지만 방학 중에는 결식 학생들이 어떤 지원을 받는지 정확히 모르겠다"면서 "구청, 동사무소 등에서 식권이나 급식비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한 학급당 급식 지원을 받는 학생은 4~5명. 기초수급생활자,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학생 이외에 담임교사 재량으로 한 달에 4만~5만원의 급식비를 조달하기 힘든 학생들에게도 급식지원을 하고 있다.

학기 중 급식지원을 받았던 학생 중 상당수가 방학 기간 동안 별다른 식사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확실함에도 불구, 일선 교사들이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 문제.

일부 교사들은 상위 기관의 지시 없이 학교 차원의 결식아동 급식지원은 어렵다며 개별적으로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고 말한다.

경기도 J고 김모 교사는 "정부의 지원 없이 학교가 자체적으로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제공 활동을 펴기는 무리"라며 "사춘기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 학생들을 고려할 때 학교 혹은 학급 단위의 결식아동 지원 모금활동은 적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남 L중 박모 교사도 "담임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식아동이 학기 중 급식지원을 받을 때 또래 친구들이 무료 급식대상자인지 눈치 채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학기 초 가정환경조사 및 상담을 통해 학급의 결식아동 현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기 중 제공하는 급식지원 이외에는 학교와 일선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에 전교조 급식운동본부 김재석 집행위원장은 "급식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방학 중 무료급식을 희망하지만 어느 기관에서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라며 "일선교사들부터 앞장서 무료급식을 희망하는 결식아동이 학급 내에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조사하는 작업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일선교사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 이재은 기자

배고픈 아동은 국가의 책임
[인터뷰]문희 한나라당 의원

"방학 때마다 학생들에게 급식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은 아동들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것이죠. 결식아동은 국가가 나서서 책임져야 합니다. 아동급식은 앞으로 보건복지부가 다시 맡아 관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희 한나라당 의원은 "겨울철 결식아동이 늘어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우리가 OECD 국가임을 자랑하는 가운데, 학기 중 급식을 지원받는 학생의 52%인 24만명이 겨울방학 동안 밥을 굶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문 의원은 이어 "급식대상자 수가 다르게 집계되는 등 교육부과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가 결식아동에 대한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하면서 "급식대상자 수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학기 중 급식지원 대상자를 교육청에서 각 지자체에 통보해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도 학기 중 지원대상자를 상대로 '방학 때 급식이 필요한지를 면담'하여 '급식지원이 필요한 아동' 등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라며 '수치심 유발'을 간과한 한심한 정책을 비꼬았다.

또한, 그는 보건복지부에서 각 지자체로 관련업무가 이관됨으로 인해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의 경우 급식대상자 수를 축소하고 있는 점도 결식아동 증가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의원 측은 "단체급식을 하는 학기 중에는 1명당 1500원꼴이지만 방학기간에는 개인당 3000원 이상의 급식비가 소요되어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에서는 급식대상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보건복지부가 다시 총괄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문 의원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실태 자료를 이중으로 관리하고 있어 정책 혼선을 더욱더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의원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자료를 공유하여 학기 중 급식지원대상자를 방학 중에도 전원 그대로 지원하면 될 텐데, 이중 관리로 24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방학 중에 굶어야 하는가. 정부는 금강산 관광에 보조비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급식비에 보태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약사회 회장 출신인 문 의원은 30여년 간 개국 약사로서 국민보건과 복지향상을 위해 현장에서 활약해온 것은 물론 여성단체 및 각종 NGO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지난해 10월13일, 재보선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승계해 국회에 등원했다. / 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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