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네이버냐, '명쾌한' 구글이냐

10cmX1cm 창으로 인터넷 호령하는 검색권력들... 한국 격돌 임박

등록 2006.01.09 10:28수정 2006.01.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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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에서 작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닐 몬크리프는 구글 덕분에 흥했다가 구글로 인해 망한 대표적인 사례다.

큰 사이즈의 신발을 전문적으로 취급했던 몬크리프는 구글에서 '큰발'을 검색하면 그의 사이트가 검색 결과 제일 위에 나타나는 덕에 사업이 탄탄대로를 달렸다. 몬크리프가 자신의 사이트를 검색결과 상단에 올리기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구글 검색엔진의 작동원리에 따라 사람들은 그의 인터넷 신발가게로 들어오는 문을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2003년 11월이 되자 구글은 더 이상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를 거부했다. 구글이 스팸머들을 제거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업데이트 과정에서 그의 사이트가 검색결과 상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그의 사무실에는 더 이상 주문전화가 울리지 않았고 그는 곧바로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검색'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구글스토리>의 저자 존 바텔은 "구글은 인터넷이라는 생태계를 좌우하는 기후와 같은 존재"라고 규정했다. 구글이 인터넷 생태계의 기후에 해당하는 검색 기준을 바꾸는 순간 인터넷 안에 살고 있는 존재들의 생사의 희비가 갈린다는 의미에서다.

제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정보가 떠다니는 인터넷에서 '검색되지 않는다'는 곧 '존재하지 않는다'와 동의어다. 검색이 보여주지 않는 기업, 사람, 지식은 존재자체를 부정 당하는 셈이다.

미국선 '구글한다'='검색한다', 한국선 "네이버에 물어봐"

미국의 구글과 한국의 NHN은 검색없는 인터넷을 상상할 수 없는 이 시대에 가로 10cm, 세로 1cm 크기의 네모상자(검색창) 하나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google'(구글한다)이 'search'(검색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한국에서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말이 정답으로 통한다. 이쯤되면 '검색권력'이라는 말도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 두 인터넷 기업은 검색하나로 비즈니스,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빅브라더라는 별명도 얻었다.


구글과 NHN은 여러모로 닮은꼴이 많다. 1998년 가을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만든 구글은 사업개시 7년만에 기업가치에서 제너럴모터스(GM)을 앞섰고 브랜드가치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쳤다.

지난해 시가총액은 이미 120조원을 넘어섰으며 검색으로만 5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전세계에서 매일 6500만명 이상이 구글에 접속하고 미국 인터넷 검색 시장만 보면 39%의 점유율을 차지해 야후 등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NHN의 행보도 거칠 것이 없다. 국내 검색시장에서 점유율 70%를 넘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작년 매출은 애초 목표치를 크게 뛰어 넘은 3470억여원을 기록했고 그 중심에는 검색이 자리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작년 8월, 2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불과 넉달만에 다시 4조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증권가에서는 NHN의 목표 주가를 올려잡기에 바쁘다.

독특한 기업문화가 회사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다는 점도 닮았다. 구글의 기업문화는 실리콘밸리의 사옥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이 곳은 야구장, 수영장 등 온갖 운동시설은 물론 마사지실까지 갖춰진 하나의 놀이터다. 24시간 동안 호텔급 식사가 제공되고 하루 근무시간 중 20%는 자신이 원하는데 쓸 수도 있다. 직원들이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뭐든지 허용한다는 것이 구글의 방침이다.

NHN의 본사도 카페테리아, 수유실, 의무실, 온돌식 회의실 등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 공간들로 채워져 있다.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주 5일제를 도입했고 출근 시간도 보통의 기업들과 달리 오전 10시로 늦췄다. 아침을 거르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에 오면 간단한 식사와 스넥도 제공된다.

닮았으면서도 다른 구글과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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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게 많은 두 업체지만 다른 게 하나 있다. 두 회사에게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검색 방식이 그렇다. 초기화면만 들여다 봐도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한 네이버와 단순히 검색창만 있는 구글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선 두 사이트의 검색창에 '황우석'을 입력해봤다. 네이버에서는 황우석의 사진과 기본적인 프로필, 사용자들이 직접 생산한 지식들, 관련 사이트, 뉴스, 웹문서 등을 친절하게 모두 보여준다. 이 중에서도 사용자들이 만든 정보가 검색 결과의 품질을 높이는 비결이다. 하지만 구글은 웹문서, 이미지 등을 따로 검색해야하고 사용자들이 직접 생산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차이는 기본적인 통신 인프라와 한미 양국의 검색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국내의 경우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높아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미국만 해도 아직 전화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이 높아 텍스트 위주의 웹검색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또 구글의 경우 사업초기 검색 대상이 되는 웹문서가 방대해 순수 검색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국내에서는 웹상의 자료가 많지 않아 검색기술보다는 상대적으로 사용자 스스로 만들어내는 콘텐츠 확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컸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차이점은 검색에 대한 기본 철학이다. 구글은 검색결과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다. 100여개가 넘는 원칙이 적용되는 구글의 검색엔진을 통해 나온 결과를 인위적인 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보여주기만 한다. 광고주가 지불하는 비용에 따라 검색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국내 사이트와는 달리 구글은 검색엔진만이 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또 검색결과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철저하게 검색 기술 자체의 경쟁력으로만 승부하려는 구글의 기술 지향적 철학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 검색기술과 별도로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지향한다. 사람의 수작업을 거치더라도 검색결과를 모아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데이터베이스(DB)도 상당하다. 일례로 작년 11월 스웨덴과의 축구 평가전이 열렸을 당시 경기 종료 후 얼마되지 않아 네이버에서는 경기 결과와 사진 등 정리된 데이터를 볼 수 있었다. 이는 검색엔진과 사람의 손이 만나야만 나올 수 있는 서비스이다.

네이버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 구글은 명쾌하긴 하지만 산만하고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재현 네이버 부문장은 "구글은 모든 것을 기술로 해결하고 시스템화·표준화하려는 기본 철학을 가지고 있어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반면 네이버는 검색엔진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서비스에 대한 기획과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절한' 네이버, '불친절한' 구글?

a 구글의 기업문화는 실리콘밸리의 사옥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24시간 동안 호텔급 식사가 제공되고 하루 근무시간 중 20%는 자신이 원하는데 쓸 수도 있다.

구글의 기업문화는 실리콘밸리의 사옥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24시간 동안 호텔급 식사가 제공되고 하루 근무시간 중 20%는 자신이 원하는데 쓸 수도 있다. ⓒ 구글 홈페이지

구글의 한국진출 계획이 가사화함에 따라 바야흐로 두 지존은 맞수 대결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세계를 휩쓴 '구글 쓰나미'의 파장을 우려하기도 하고,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앞선 통신인프라를 바탕으로 높은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토종업체에 밀려 구글의 불패신화가 깨질 것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현재 앞서 있는 것은 네이버다. 지난 2년동안 구글의 한글 버전이 서비스됐지만 검색 시장 점유율은 70% 대 3%로 네이버의 절대적 우세다.

검색 서비스 '첫눈'의 장병규 대표는 "똑똑한 네티즌들이 네이버를 많이 쓰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검색 품질이 높기 때문"이라며 "구글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네이버에서 볼 수 있으니 네이버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네티즌들이 자체 생산한 지식정보를 기반으로한 풍부한 데이터양은 구글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앞선 기술과 자본을 갖춘 구글이 어떤 변신을 할지는 미지수다. 구글은 검색광고로 벌어 들인 막대한 현금으로 이메일, 지역검색, 인터넷전화, 가격비교, 도서검색(구글프린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고 데스크톱 검색(PC내 검색), 이미지파일 관리 프로그램, 각종 정보를 바로 확인하는 사이드바 등을 통해 컴퓨터 응용프로그램 시장 진출까지 꾀하고 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을 묶은 구글팩 서비스도 현재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구글 베이스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올리는 콘텐츠를 모으는 사업도 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업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무한경쟁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또 구글로서는 글로벌 기업인 야후가 한국의 토종 업체들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사례를 교훈 삼아 현지화 전략에 있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구글에게도 딜레마는 있다.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네이버가 이미 사용자들의 입맛을 길들여놓은 '한국형 검색'을 따라갈 필요가 있지만 국내 시장을 위해 그렇게 변신을 하는 순간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검색이라는 기본 철학을 배신하게 된다. 구글의 변신이 쉽지 않은 이유이다.

최재현 본부장은 "현재 구글의 웹검색 방식으로는 국내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며 "구글이 국내에 진출을 하더라도 별로 두려울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구글이 한국에 상륙하는 2006년, 네티즌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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