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오른다 떠올라"

강원도 삼척 용화해변 절벽에서 바라본 일출

등록 2006.01.06 10:51수정 2006.01.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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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면 길었고, 짧으면 짧았을 2005년의 마지막 하루를 마무리한 후, 일년에 한 번 만큼은 특별함을 지니는 신년일출을 보는 2006년의 첫 날.

장엄한 신년일출은 비록 단 하루의 짧은 다짐이 될지라도 새로운 마음과 각오가 뒤따르고, 무언가 불끈 솟는 느낌과 헤아릴 수 없는 자신감이 솟아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12월 31일 2005년의 마지막 태양을 넘긴 후 찾아든 마지막 밤, 곧 한 살을 더 먹고, 한살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더해진다는 갑갑한 마음과 함께 몇 시간 후면 새로운 태양이 뜬다는 기대감으로 서울을 출발했습니다.

2006년의 신년 해돋이를 준비하고 있는 바다...붉은 기운과 함께 장호항의 이른 아침
2006년의 신년 해돋이를 준비하고 있는 바다...붉은 기운과 함께 장호항의 이른 아침문일식
지난 번에 봐두었던 강원도 삼척 용화해변의 일출장소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4시 남짓. 유난히도 길게만 느껴지는 새벽, 자도자도 끝이 없는 버스좌석에서의 불편함이 극에 달하고, 어스름해지는 바닷가 풍경에 쫓기듯이 밖으로 나가 일출을 기다렸습니다. 오전 7시가 넘어서자 금방 일출이라도 떠오를 듯 수평선 저편부터 분홍색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잔잔함 속에 해변으로 밀려드는 흰 파도가 어슴푸레하게 보였습니다.

장호항을 출발해 아침을 여는 한 무리의 선단
장호항을 출발해 아침을 여는 한 무리의 선단문일식
7시 반이 다 되어갈 무렵 한 무리의 선단이 힘차게 항구를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선들이었습니다. 해돋이를 보기위해 모여든 사람들에게 비춰진 한 무리의 선단은 특별하게 보였지만, 배를 타고 있는 그들에게는 변함없는 일상일 것입니다. 2006년의 첫 해가 아닌 매일 변함없이 뜨는 태양이자 하루를 여는 상징일 뿐 일겁니다. 신년의 첫 해를 바라보며 한해의 소망을 빌고 있을 때 그들은 아마도 풍어와 무사히 항구에 도착하기를 빌었을 겁니다.

하늘이 분홍색에서 붉은 기운으로 더욱 열정적이고 강렬해졌습니다. 구름만 끼지 않았다면 벌써 신년의 일출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을 텐데 2006년의 첫 해돋이는 바라보는 사람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습니다.

2006년의 첫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렌즈에 먼지가 많이 묻어 아쉽네요)
2006년의 첫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렌즈에 먼지가 많이 묻어 아쉽네요)문일식
어느 한 지점이 더 더욱 붉어지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곳으로부터 해돋이의 시작을 알리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떠오른다 떠올라"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드디어 손톱만한 크기의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짙은 구름의 질투에도 불구하고 웅장한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의 첫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 2
2006년의 첫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 2문일식
불편한 버스 속에서의 뭉쳐있던 피곤함이 한 순간 떨쳐지고, 하나라도 놓치기 싫었던 일출의 모습을 눈과 카메라로 순간순간을 담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카메라의 셔터음이 시시각각 변하는 일출의 장관을 대변하는 시계의 초침과도 같았습니다.

장호항과 먼바다가 배경이 된 해돋이
장호항과 먼바다가 배경이 된 해돋이문일식
강렬한 붉은 기운이 주변을 주섬주섬 삼키고, 이내 바다에 붉은 기운을 다시 토해 냈습니다. 허무하리만큼 짧은 순간이 지나고 태양은 짙게 드리운 구름을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태양은 어느 때보다도 더 환하게 세상을 비추었고, 난 그 세상의 빛을 온 몸으로 받았습니다. 그 빛은 올 한해를 충만하게 할 원기왕성함이고, 자신감과 희망을 이끌어나갈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서쪽으로부터 몰려온 먹구름과 용화해수욕장
서쪽으로부터 몰려온 먹구름과 용화해수욕장문일식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고, 미련이 남은 듯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떠나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서쪽으로부터 한 떼의 먹구름이 몰려왔습니다. 태양을 덮을 듯 큰 기세로 몰려왔고, 해돋이의 장관이 연출된 용화해수욕장 상공에는 마치 전장의 전운이 감돌 듯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2006년 해돋이의 아쉬움을 달래며...
2006년 해돋이의 아쉬움을 달래며...문일식

한낮에 바라본 용화해수욕장의 절경(2005년 4월 여행사진)
한낮에 바라본 용화해수욕장의 절경(2005년 4월 여행사진)문일식
일출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습니다. 소원을 빌기에도, 눈에 담기에도, 카메라에 담기에도, 덕담을 주고받기에도 너무나 짧은 시간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훤히 밝아진 하늘아래 아름다운 용화해수욕장의 해변이 아련하게 펼쳐졌습니다.

장호관광랜드 식당에서 먹은 정성스런 떡국..한 살 더 먹다...
장호관광랜드 식당에서 먹은 정성스런 떡국..한 살 더 먹다...문일식
장호관광랜드내 한 식당에서 준비한 떡국을 먹었습니다. 이제 또 한살을 먹는 순간입니다. 내 스스로 느껴지지 않는 생소한 숫자를 되뇌이다 이내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살 더 먹는다는 것보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덧붙이는 글 | http://blog.empas.com/foreverhappy4u/에 올렸습니다. 
12월초 답사를 통해 12월 31일-1월 1일에 다녀온 다음카페 여사모(길따라)의 정기여행 일정의 일부입니다.

덧붙이는 글 http://blog.empas.com/foreverhappy4u/에 올렸습니다. 
12월초 답사를 통해 12월 31일-1월 1일에 다녀온 다음카페 여사모(길따라)의 정기여행 일정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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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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