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아이가 올 초 들어서 똥오줌을 가리기 시작했어요.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일인지 모른답니다. 딸아이는 모르겠지만 나와 아내에겐 정말로 고마운 일이었어요.권성권
올해 우리 집은 아이 셋의 가정이 된다. 네 살 된 첫째 딸아이와 두 살 된 둘째 아들 녀석 그리고 아내 뱃속에 든 셋째까지가 그렇다. 아직까지 셋째는 딸일지 아들일지 알지 못한다. 올 4월이 되면 모든 것을 알게 된다. 그 녀석까지 태어나면 그야말로 우리 집안은 꽉 찰 것이다.
사실 첫째 딸아이는 네 살이긴 하지만 개월 수로는 26개월 밖에 안 된다. 만으로 따지면 두 돌하고 두 달을 조금 넘긴 셈이다. 둘째 녀석도 두 살이긴 하지만 겨우 7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꽉 들어찬 해를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많이 모자란 해를 살고 있는 셈이다.
모자라는 해를 살면 뭐든지 늦는 걸까. 젖을 떼는 것도 그렇고 밥을 먹는 것도 그런 걸까. 사실 우리 딸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늦었다. 둘째 녀석도 늦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 두 녀석들을 바라보며 나와 아내는 많은 애를 태우기도 했다.
그러던 딸아이와 아들 녀석이 올 해 들어 드디어 뭔가를 해 냈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이었다. 바로 딸아이가 기저귀를 떼기 시작했고 아들 녀석은 방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그것들을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나와 아내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사실 둘째 녀석은 제 누나와 몸집이 비슷하다. 개월 수가 많이 차이나지만 몸은 거의 비슷한 셈이다. 몸무게만 봐도 제 누나에 비해 빠지지 않는 편이고 몸 크기도 비슷하다. 그 까닭에 막 태어났을 때만 다른 기저귀를 썼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둘 다 같은 기저귀를 쓰게 됐다. 누나 것이 둘째 것이 되었고 둘째 것이 누나 것이 되었다.
둘이 기저귀를 같이 써서 그런지 기저귀는 그만큼 갈아 채우기가 바빴다. 첫째 것을 갈면 둘째 것도 갈아야 하고 또 둘째 것을 갈면 곧바로 첫째 것도 갈아줘야 했다. 연달아 가는 기저귀만 해도 집안에 수북히 쌓였고 그 값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런 형편이었으니 나와 아내는 첫째 딸아이가 하루 속히 기저귀를 떼 주길 바랐다. 그런데도 딸아이는 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는 커녕 지난 해 끝자락까지 끝끝내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그 때문에 속이 많이 탔지만 그래도 기저귀를 가는 순간만큼은 딸아이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 줬다.
그런 딸아이가 올 초에 들어 드디어 기저귀를 떼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정말로 고맙고 또 고마울 따름이었다. 작년 연말부터 오줌통에다 똥과 오줌을 누도록 가르쳐 왔던 게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이 있다. 그것은 딸아이가 똥오줌을 가릴 때마다 나와 아내에게 내뱉는 말이었다. 그때마다 나와 아내는 딸아이에게 재미있게 맞장구를 쳐주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