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토굴선 새우젓을 팔지않습니다!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에서 작가 한승원님을 만났어요

등록 2006.01.08 19:32수정 2006.01.08 19:31
0
원고료로 응원
소한의 매서운 추위가 기세를 떨치던 지난 6일 아침, 광주광역시 교육연수원 초등독서교육 연수생 40여명은 해산토굴 기행을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해산 한승원 작가는 지난 97년 고향 전남 장흥으로 귀거래 하셨습니다. 좋은 위치에 있는 빈집을 구입하신 후 그곳에 조그마한 집을 지으신 후 해산토굴이라 명명하였습니다.

출발 전날 해산토굴과 그동안 집필하신 책에 대해 조사를 해본 뒤라 더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저는 젊었을 때 <아제아제 바라아제>와 <해변의 길손> 그리고 <그 바다 끓며 넘치며> 등을 읽었습니다. 아련히 장흥 바닷가를 마음속으로 그려보곤 했었지요. 척박한 민초들의 고달픈 삶을 한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에서 한을 눈물과 슬픔으로 혹은 인간의 생명력과 동의어로 간주하게 됩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멀미로 고생을 했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후에 장흥군 안양면에 도착을 했습니다. 갯내음이 풍기는 바다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해산토굴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시골 고샅길을 오르니 동네 개들이 짖었습니다. 10분쯤 오르니 야트막한 산 아래 붉은 지붕의 해산토굴이 보였습니다.

2006년 1월 6일 해산토굴에서 문학 강의중인 작가 한승원님
2006년 1월 6일 해산토굴에서 문학 강의중인 작가 한승원님고병하
도착하니 한승원 작가님께서 "많이 추우시죠?"하시며 반겨주었습니다. "해산토굴은 양옆으로 좌청룡 우백호 모양으로 낮은 산들이 날개를 펼친 듯합니다. 그리고 집 뒤로는 산이, 집 앞으로는 바다가 있어서 배산임수의 형상을 취하고, 멀리서 보면 란(卵)형의 모양입니다. 즉 자궁의 형상이죠..." 설명이 계속되었습니다.

"문화관광부에서 해산토굴이라는 안내판을 설치해주었는데, 하루는 트럭을 몰고 온 남자가 새우젓을 파느냐고 묻습디다. 이 곳은 작가가 글을 쓰는 작가실이라고 했더니 불쾌한 표정을 짓고 갑디다. 그 때 아하! 해산토굴에 한승원을 가둬놓고 맛깔스럽게 익혀가는 것과 새우젓 장사가 굴속에 새우젓을 곰삭히는 것과 같구나~하는 생각이 듭디다."

2006년 1월 6일 해산토굴 앞 마당에서 작가와 기념촬영
2006년 1월 6일 해산토굴 앞 마당에서 작가와 기념촬영고병하
한승원 작가님은 추운 날씨에도 쉼 없이 문학 강의를 하셨습니다. "문학은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말 되게 하는 것입니다. 소설가는 비유로 이야기를 합니다. 제 소설 <어머니>와 <앞산도 첩첩하고>는 비유덩어리입니다. 요즘 화두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화두란 호랑이굴과 똑 같습니다. 호랑이 굴속으로 다람쥐나 개, 고양이가 들어가면 안나옵니다. 왜? 잡아먹으니까... 달마스님의 얼굴에는 수염이 많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달마스님의 얼굴에는 왜 수염이 없느냐?'라고 물으면 화두가 되는 것입니다. 화두란 잡동사니 같은 말을 다 잡아먹어 버립니다. 그렇게 말이 안 되는 소리로 도를 깨치는 것입니다.

2006년 1월 6일 해산토굴 앞 마당에서 강의에 몰두하고 있는 연수생들
2006년 1월 6일 해산토굴 앞 마당에서 강의에 몰두하고 있는 연수생들고병하
2006년 1월 6일 장흥 여다지 앞바다
2006년 1월 6일 장흥 여다지 앞바다고병하
해산토굴 마당이 추워서 근처 여다지회마을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강의는 계속되었습니다. 해산은 한승원님의 호이고 토굴은 수도하는 곳을 옥, 당 대신에 겸허하게 말할 때 사용합니다.

또 동물심리학자와 식물심리학자 그리고 사람의 식물성, 광물성, 동물성의 소리에 대해서 강의를 한참을 하셨습니다. 순간 '아~ 캠코더를 가지고 올걸! 너무 아쉬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늘 작가를 동경해 왔는데, 이번 연수로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bhgoh)와 카페(http://cafe.naver.com/fraugoh.cafe)에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bhgoh)와 카페(http://cafe.naver.com/fraugoh.cafe)에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