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을 위한 엄마의 레시피'를 시작하며

등록 2006.01.09 11:43수정 2006.01.0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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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꼬리곰탕

꼬리곰탕 ⓒ 임미옥

"엄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예요?"


평소와 다르게 황백지단이며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설치는 제 모습에 딸들이 부엌으로 들어와 갸우뚱 거립니다.

"오늘 저녁은 꼬리곰탕이야~. 엄마, 요리 레시피 만들어서 우리 딸내미들한테 물려주려고…."
"이야~ 정말? 신난다~. 이 담에 엄마 요리 레시피 보고 만들면 엄마가 해주는 거 전부 만들 수 있는 거죠?"

평소에도 유난히 요리에 관심을 보이는 작은딸이 환성을 지릅니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작은 아이는 카레나 오무라이스는 기본이고 제법 각종 덮밥까지 만들 줄 압니다. 휴일날 가끔은 자청해서 가족의 점심을 만들기도 하지요. 기분이 아주 좋은 날은 디저트에 설거지까지 풀코스로 봉사를 하는 딸입니다.

저는 사실 평소 딸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 엄마입니다. 오히려 딸들에게 요리 잘 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요리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일류 요리를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는 경제 능력을 키우는 게 더 현명하다는 얘기를 들려주는 그런 엽기 엄마(?) 거든요.

반면, 저는 일류 요리는커녕 저렴한 요리도 가끔씩 사주는 것도 부담스러워 되도록 외식보다는 집에서 음식점 메뉴를 해 먹습니다. 그렇다보니, 아이들은 엄마의 음식 솜씨가 대단해 보이는가 봅니다.


"와~ 엄마, 신기하다. 우리가 냉장고를 보면 먹을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엄마가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재료를 꺼내 만들면 뚝딱 맛있는 요리가 되니 엄마손은 요술방망이 같애요!"

저야 외식비도 줄이고 가족들 잘 먹이기 위해서 이것저것 맛나게 만들려고 하는 거지만 아이들은 마치 엄마가 부엌에서 재밌는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나 봅니다. 제 속도 모르고 말이죠.


아무튼, 그러던 제가 갑자기 요리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걷어붙였습니다. 실은 피치못할 이유가 생겼거든요. 다름 아니라 요리 원고 청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곳 도쿄 지역의 모 교민 잡지에 요리칼럼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 사진자료와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우리 집 식탁은 당분간 풍성해질 전망입니다. 첫 번째 레시피 주제가 꼬리곰탕 만들기라서 오늘 저녁 메뉴로 꼬리곰탕을 만들면서 평소엔 생략하고 넘어가는 황백지단을 만드는 둥 부산을 떨었습니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 주부들을 위한 레시피라서 일본 현지에서 해먹을 수 있는 한국요리를 설명하고 어디에 가면 그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지, 식재료의 일본어 명칭, 구입방법 등을 풀어놓게 되지요. 처음엔 사실 귀찮은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만, 훗날 이 레시피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딸들에게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엔돌핀이 솟듯 열정이 생깁니다.

"그래, 딸내미들한테 레시피를 남겨주자. 에미로서 딸들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선물은 없을 거야."

해야지 하면서도 미적미적 미루어오던 원고 작업이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자 바로 파바박! 속도가 붙기 시작한 요리 레시피. 역시 무슨 일이든 시켜서 하는 일보다 좋아서 하는 일이 능률과 효율면에서 효과적이기 마련인가 봅니다.

일본에서 성장하는 우리집 아이들은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로 만들어진 한국식 음식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이 다음에 엄마가 해 준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펼쳐놓고 만들 수 있는 엄마의 요리 레시피, 제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자산중 가장 쓸모 있는 것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2006년, 깨몽이(저) 올해 목표 중 하나, '딸들에게 남기는 엄마의 레시피'. 어때요, 근사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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