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전성시대'... 알고 가입하시나요?

펀드투자가 올해도 최고의 재테크 수단인가

등록 2006.01.11 10:21수정 2006.01.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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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재테크 시장의 꽃은 단연 주식, 그 중에서도 '펀드투자'였다. 증시활황에 힘입어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연 5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 펀드투자를 꼽는다. 바야흐로 '펀드투자 전성시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초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주가 조정 시 위험 대비가 전혀 없다는 것이 우려되는가 하면 적립식펀드의 대량 환매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오마이뉴스>는 2회에 걸쳐 주식투자의 허와 실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a 바야흐로 '펀드투자 전성시대'가 찾아왔지만 최근 들어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진은 이동균 국민은행 방배역지점 대리가 고객에게 펀드가입 요령을 설명하는 모습.

바야흐로 '펀드투자 전성시대'가 찾아왔지만 최근 들어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진은 이동균 국민은행 방배역지점 대리가 고객에게 펀드가입 요령을 설명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김연기


# 유형 1. 50% 수익이 났는데 지금 환매할까요?

국민은행 서울 방배역 지점에서 펀드투자 상담과 판매를 하고 있는 이동균 대리(35). 이 대리는 은행 내에서 펀드 판매왕으로 불린다. 이 대리가 하루 평균 상담하는 고객은 10여 명. 최근 들어 이 대리는 지점을 찾는 고객으로부터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렸는데 이제 환매해도 괜찮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대리가 예로 든 윤모 고객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3년 10월부터 매월 70만원씩 적립식 펀드에 투자한 윤씨는 지난해 말까지 연간 기준 38.7%의 수익률을 올렸다. 윤씨는 펀드 계좌에 적힌 평가액을 볼 때마다 일단 눈앞의 수익률에 환매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혹시라도 주가가 큰 조정을 받아 그동안 올린 차익을 전부 토해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같은 환매 욕구는 윤씨와 같은 적립식이 아니라 거치식(목돈을 한꺼번에 투자)으로 투자한 이들에게 더 크다. 지난해 초 주식형 펀드에 목돈을 투자했다면 연평균 수익률이 60%에 육박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순자산이 50억 원 이상인 234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56.34%나 됐다. 그만큼 여기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 욕구도 어느때보다 클 것이다.

환매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급하게 돈이 필요해 환매를 할 경우엔 먼저 펀드에 가입한 판매사에 가서 환매신청을 해야 한다.

펀드는 은행 예·적금과 달라서 환매 즉시 돈을 찾을 수 없다. 고객이 환매신청을 할 경우 판매사는 이를 운용사에 알려 고객이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이를 고객에게 돌려준다. 일반적으로 환매청구 후 3~4일 후에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펀드 유형별로 살펴보면 주식형의 경우 월요일 장 마감(오후 3시) 이전에 환매신청을 하면 화요일 기준가격으로 목요일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혼합형 역시 월요일 신청하면 목요일에 돌려받지만 주식형과 달리 수요일 기준가격을 적용받는다. 채권형은 월요일에 환매를 신청하면 수요일에 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올해도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성급하게 환매에 나섰다가 더 높은 수익을 낼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성급한 환매보다는 장기 보유를 권했다. 이동균 대리는 "단순히 1년 사이에 고수익을 올렸으니 서둘러 차익을 실현하자는 것은 적립식펀드의 속성인 장기 투자에도 맞지 않는다"며 "적립식펀드는 증시가 일부 조정을 받더라도 오히려 싼 값에 주식을 더 많이 사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 관점의 투자자라면 일부를 환매하는 것도 괜찮다. 재무설계 전문회사인 FPnet의 민주영 금융컨설팅팀장은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 일부 환매를 하되 일시에 하기보다는 분산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민주영 팀장은 "환매한 자금을 그냥 묵히기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펀드에 재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 유형 2. 많이 올랐는데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최근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네티즌 8224명을 대상으로 '2006년 계획하고 있는 재테크 수단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56.91%(4680명)가 펀드(간접투자)라고 답했으며 주식(직접투자)이 1343명(16.33%)으로 뒤를 이었다. 예적금 가입과 부동산은 각각 17.86%(1469명), 8.9%(732명)에 그쳤다.


물론 포털 이용고객 특성상 응답자의 상당수가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젊은층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민들은 여전히 '펀드'를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주식형 펀드가 지난해 많이 올라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예적금이나 부동산 등 마땅히 대안으로 떠오르는 투자처가 없다."

이는 전문가들이 아직도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서둘러 가입하는 게 좋다라고 말하는 근거다. 여기에 증시 활황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들이 펀드투자를 '재테크의 중심'으로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지난해 펀드 성적표만 보고 올해에도 똑같이 투자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처음 펀드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의 경우 기대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은 게 사실이다. 이동균 대리는 "지난해 40~50%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해서 이같은 수익률이 올해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데도 고객들은 일단 과거 수익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펀드투자가 유망하다"는 의견을 내세우면서도 다만 새로 투자에 나서는 이들은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올해에도 주가전망이 밝다고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고수익을 무작정 바라고 접근했을 경우 나중에 크게 실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팀장은 그러나 "주식형 펀드는 올해에도 예적금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만큼 펀드투자 자체를 멀리하기 보다는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유형 3. 주가 조정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는요?

달이 차면 기울게 마련이듯이 주가도 쉼없이 달려갈 경우 조정이 뒤따라오게 돼 있다. 지난 해는 말 그대로 주가가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한 해였다. 펀드 계좌수가 처음으로 1000만개를 넘었으며 주식형펀드 수탁액도 3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주가 조정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 한다는 입장이다. 추가로 투자금액을 늘리기보다 위험을 분산할 수 있도록 펀드 구성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김성신 CJ투자증권 교보역지점장은 "주가 조정에 대비해 투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펀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예컨대 주식투자 비중이 60% 이상인 성장형 펀드에 가입한 경우 이를 주식투자 비중이 30~60%인 혼합형이나 30% 미만인 채권형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1개당 투자금액을 줄이는 대신 펀드 개수를 늘리는 것도 위험을 분산하는 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민주영 팀장은 "주식형 펀드 1~2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경우라면 올해에는 이를 쪼개 채권형 펀드를 포함해 2~3개로 분산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유형 4. 이제 곧 '환매대란'이 있을 거라는데요?

지난 연말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펀드시장 환경과 관련 이채로운 기사를 실었다. 당시 이 잡지는 우리나라의 적립식펀드 열풍을 소개하며 "2006년에 한국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 대규모 환매사태가 발생해 지난 2003년 신용카드 대란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2005년 한국 증시는 2004년에 비해 60%가까이 늘어난 적립식 펀드에 힘입어 큰 폭으로 올랐다"며 "자칫 시장에 쇼크가 발생하면 대규모 환매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펀드 투자자들에게는 아찔한 내용이다.

최근 들어 일부에서 적립식펀드의 대량 환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투자자들의 뒷머리를 쭈뼛 서게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적립식펀드로 자금이 본격적으로 몰려든 지 2~3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이 같은 환매대란설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처음 주식형펀드에 가입해 시장 하락기를 경험하지 못한 초보투자자들이 주가 조정시 상대적으로 크게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팀장은 "지난해 주식형펀드에 처음 가입한 투자자들은 주가하락을 경험해 보지 못해 투자 위험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증시가 장기간 조정에 들어갈 경우 이들 개인투자자들의 집단 환매와 뒤이어 주가하락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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