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영입·낙하산 인사 탈피, 능력 갖춘 여성 임원 뜬다

등록 2006.01.11 15:05수정 2006.01.12 14:34
0
새해벽두 LG·웅진등 30대그룹 임원승진서 여성 대폭 증가
대부분 장기근속 특징…획기적 제품·기술개발 기여 공로


[권미선 기자]연초 대기업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여성 대부분이 내부 승진인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여성 임원이 외부에서 영입되거나 오너 일가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이들의 승진은 앞으로 '여성인력 활용'에 긍정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그룹사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여성은 LG의 조은숙·지희정 상무보, 웅진의 최정순 상무, 오규화·이미혜 상무보 등. 이들은 대부분 40대 기혼여성으로 한 직장에서 장기 근속한 것이 특징.

특히 획기적인 제품이나 기술개발로 회사 매출에 크게 기여한 것이 임원 승진의 비결인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기혼 여성에 대한 편견이 상당 부분 희석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40대 여성들을 줌마렐라(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로 부르며 '소비력을 갖춘 아줌마집단' 정도로 여겨오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

한편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여성들이 여성 고유분야가 아니라 기술, 인력관리, 기획 등 전 분야에 걸쳐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커리어 관련 전문가는 "40대 여성들은 결혼하면 그만두겠다는 각서를 쓰고 입사해 투쟁을 통해 권리를 찾아온 50대 이상 여성들처럼 눈물겨운 경험은 하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간접차별에 시달려온 세대들"이라며 "이들의 약진은 최근 들어 거세게 분 여풍이 사라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데서 의의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밖에서 모셔오기 '옛말', 여성 임원 내부승진 '솔솔'

우먼타임스
LG그룹은 이번 인사로 여성임원이 2명 늘어 총 11명의 여성임원이 구성됐다. 이번에 승진한 여성 임원은 LG전자 조은숙(41) 연구위원, LG생명과학의 지희정(47) 연구위원으로 모두 상무보로 신규 선임됐다.


조은숙 연구위원은 유럽형 3세대 휴대폰 개발을 담당했으며, 지희정 연구위원은 차기 신약 후보인 '서방형 인간성장 호르몬 프로젝트'의 주역 중 한 명.

LG그룹 관계자는 "두 연구위원의 탁월한 성과 창출과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돋보였다"며 "그룹사 측의 풍부한 여성 인재 활용 차원에서 상무급으로 승진시켰다"고 설명했다.


웅진그룹은 최정순(51) 상무보를 상무로 오규화(45), 이미혜(45) 국장을 각각 상무보로 승진했다. 웅진그룹 인재개발 원장인 최정순 상무는 그동안 임원 능력 향상, 인재 관리, 직급별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의 성과를 이루어 승진했다.

웅진씽크빅 편집개발 본부장인 오규화 상무보는 '바투바투 인물이야기' '푸른 담쟁이 우리문학' 등과 같은 히트 상품을 개발한 공로로 임원으로 선임됐다. 웅진씽크빅 웅진주니어 사업본부장인 이미혜 상무보는 기존의 전집, 학습지 위주의 사업에서 영역을 확대, 단행본 사업을 연매출 100억대까지 확대하는 데 기여를 해 상무보로 승진한 케이스.

이 둘은 모두 출판 편집자 출신으로 1991년도에 입사, 15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게 됐다.

유일한 오너 일가로 상무보로 승진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31)씨는 파격 중의 파격인사라는 평이다. 조현아씨는 지난 1999년 대한항공에 입사, 지난 2002년 차장 승진 후 3년 만에 임원에 올랐다.

대한항공 측은 글로벌 리딩 항공사로 성장하기 위한 세대교체를 통해 역동적인 조직 분위기 형성을 위해 젊은 층의 임원을 배치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으나, 조 상무의 발탁은 3세 경영을 위한 제반 준비가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는 10대 그룹 중 총 7명의 여성임원이 탄생했다. 오너 일가는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33) 제일모직 상무보와 신격호 회장 외손녀인 장선윤(35) 롯데쇼핑 해외명품팀장 이사대우가 있다.

그 외 삼성그룹의 윤심 상무를 비롯해 내부 임원 승진은 4명이며, LG상사 패션부문 김영순 상무는 외부 영입으로 임원이 됐다. 현재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삼성그룹은 1300명의 임원 중 12명이 여성으로 1%가 채 안 된다. 11명으로 여성 임원이 늘어난 LG그룹도 600여명 중 1%를 겨우 넘기고 있다.

롯데그룹의 여성임원은 단 두 명으로 롯데쇼핑 신영자 부사장을 포함해 모두 오너 일가로 여성임원이 구성되어 있다.

인재포털 기업 커리어의 관계자는 "부드럽고 섬세한 감성을 갖춘 여성인력들이 점점 주목을 받고 있다"며 "최근 산업 시스템이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로 바뀌면서 앞으로 여성의 힘이 주효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4. 4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