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화' 대안학교 더 당당해진다

정부, 전국 80여개 비인가 대안학교 정규학교로 인정

등록 2006.01.13 15:52수정 2006.01.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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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연령 감수성을 고려한 학교 구조 및 교실 인테리어와 복도마다 붙여진 학생들의 얼굴 사진 및 지역마을 지도도 성미산학교의 자립과 상생의 교육관을 엿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다.
학생들의 연령 감수성을 고려한 학교 구조 및 교실 인테리어와 복도마다 붙여진 학생들의 얼굴 사진 및 지역마을 지도도 성미산학교의 자립과 상생의 교육관을 엿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다.우먼타임스
[이재은 기자]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대안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시행령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입시 위주의 개인별 특성에 초점을 맞춘 대안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행령이 시행되면 비인가 대안학교들이 시도교육청의 심의를 거쳐 정규학교로 인정받게 된다. 정규학교로 전환되면 전국 80여 개의 비인가 대안학교들이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간디학교, 이우학교와 같이 학력 인정을 받아왔던 일부 대안학교들이 이미 4~5년 전부터 관심을 모으기는 했지만 학력 인증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비인가 학교들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따라서 대안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시행령이 시행되면 비인가 대안학교의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빠르면 2007년 비인가 초중고 대안학교들이 각종 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아 정규 학교로 개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교육부 측의 설명이다.

학력불인정 불구 자율교육에 선호도 커

아직 정부의 인가도 받지 못한 상태에도 불구, 작은 대안학교를 찾는 고학력의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비인가 대안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틀에 박힌 교육방법에서 벗어난 다양한 교육적 시도들을 할 수 있기 때문. 현재 비인가 대안학교들은 정부의 지원을 일절 받지 않기 때문에 교육당국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성미산학교에 첫째 딸을 입학시키는 것을 계획하고 있는 문모(34·한의사)씨는 "대안학교에서만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지식 이외의 것들을 딸에게 가르쳐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학교에 참여하며, 같이 성장할 생각에 딸아이보다 엄마, 아빠가 더 설렌다"고 말했다.


'생태 학습·공동 협력체', '창조적 맞춤식 교육'을 실천하며 수준 높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점과 지난해 초 대안학교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도권의 영역으로 일부 대안교육이 흡수된 것도 비인가 대안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학부모들의 수가 증가하는 이유다.

전인학교에 아들을 보낸 김모(37·교사)씨는 "인간적으로 존중받으면서 공부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 전인학교가 마음에 들었다"며 "머지않아 학력 인정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에 대학 진학 부분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성·직업교육 탁월...각광받는 학교는

스스로넷미디어스쿨, 하자작업장학교, 한들학교, 용산도시속작은학교, 은평씨앗학교, 꿈꾸는아이들의학교, 성장학교 별, 꿈틀학교, 광진도시속작은학교, 민들레사랑방, 성미산학교, 사람사랑나눔학교, 홈스쿨러모임 등이 서울시대안교육센터를 통해 지원받고 있는 비인가 대안학교들이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소속 도시형 대안학교는 인가형과 비인가형으로 나뉜다. 비인가형 학교는 정규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다양한 인성교육과 직업교육 등을 실시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학교에는 정규학교가 가르치지 못하는 것들을 배우고자 하는 정규학교 학생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비인가 대안학교로는 성미산학교가 손꼽힌다. 지난해 입시설명회를 1·2학기 두 번으로 나누어 열었을 만큼 성미산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지난 2003년 9월 개교한 서울 마포에 위치한 도심형 대안학교 성미산학교는 초중고등 통합 12년제 대안학교로 지역사회와 교육을 아우르는 공동체학교. 통합교과, 자유로운 교과과정, 다양한 수업방식, 교사와 학생간의 민주적인 소통구조, 학부모의 교육 참여, 교장 선출 보직제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교육부의 인가를 받지 못해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도 없어 그동안 성미산 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은 학교 운영, 학교 부지 구입, 건물 신축, 교재개발 등에 투자된 전액을 기부금과 입학금을 통해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정규학교로 인정되면 학부모들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학생 선발은 학생 자기소개서와 학부모 및 학생을 잘 알고 있는 주변인이 작성한 학생소개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밖에 용인헌산중학교, 수원경기대명고등학교, 전인학교 등도 비인가 대안학교 중 비교적 학교시설과 교과운영 커리큘럼이 잘 짜인 있는 학교로 평가받고 있다. 헌산중의 경우 학생과 교사 모두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이 특징. 방과후 활동부터 과제, 놀이 등을 담당교사와 함께 할 수 있다.

미리 학교생활 체험...캠프 열기 후끈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사전에 학교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대안학교 방학캠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방학 기간에 운영하는 계절학교를 통해 대안학교를 미리 경험할 수 있기 때문.

학교별로 여름, 겨울방학 동안 진행하는 대안학교 캠프는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2∼3일 동안 학교의 특성과 분위기를 경험하는 프로그램. 산청 간디학교, 영광 성지송학중학교, 원주 참꽃작은학교 등 산골에 있는 본교에 머물며 생태 체험학습과 연구학습을 한다. 3~7일에 15만~30만원 선이다.

입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안학교 입학 전형은 학교별로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비인가학교의 경우, 매년 1월과 2월 신입생 모집에 들어간다. 그러나 학교 설명회나 학부모 교실, 계절학교 등이 입학 전형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어 평균화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입학전형과 일정은 적어도 3~4개월 전부터 입학을 희망하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대안학교의 등록금 및 입학금은 일반 공립학교보다 1.5배 가량 비싼 편이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의 경우 월평균 25만원의 기숙사비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산어린이학교나 성미산학교의 경우 500만~1000만원의 입학금과 출자금을 내고, 졸업 시 돌려받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안학교의 학생 선발은 원서 접수를 통한 서류전형과 학생 면담, 학부모 면담 등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비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정보는 대안교육연대(psae.or.kr)와 서울시대안교육센터(activelearning.or.kr)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육부 '대안학교' 재정지원
제도권 편입 '기대', 자율침해 '우려'도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대안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시행령을 빠르면 오는 2007년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교육계 및 학부모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안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시행령이 시행되면 '실험교육의 장'으로 인식되어왔던 비인가 대안학교들이 정규학교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때문에 전국의 80여개 비인가 학교들이 학력인정과 함께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비인가 대안학교가 정규학교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시·도교육청 소속의 대안학교설립운영위원회의 인가 심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일정 부분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학력인정을 받는 대신 자율적으로 운영해온 대안학교의 교과운영 방식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

현재 구체적인 시행령 안과 시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규학교로 전환받기 위해 필요한 설립기준, 교육과정, 수업연한 등의 구체적인 운영규정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는 것이 관계부처의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 방승호 장학사는 "정규학교로의 전환이 국·공립학교와 같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규학교로 학력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제7차 교육과정을 교과운영의 1/2 이상 반영하는 등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절충안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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