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구례 연찬회에서 박 대표는 이재오 의원을 겨냥해 "'박근혜가 대표되면 탈당한다' 더니 안 했다.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지고 남을 비판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이 의원을 직접 겨냥해 "저를 혹독히 비판하는 한 분은 '박근혜가 대표되면 탈당한다' 더니 안 했다.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지고 남을 비판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재철 의원이 "대표님, 수위조절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였다. 박 대표는 계속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역사에 죄가 많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박근혜가) 같은 핵심에 있었고 대통령의 딸이라고 생각한다면, (총선때)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안 되는 것이고, 도와준다고 했다고 해도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이라며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치사하고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그 뒤에도 이 원내대표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등 4대입법 정국을 거치면서 박 대표가 지나치게 보수·우경화됐다며 비판하는데 앞장섰다.
지난해 1월 한일협정 문건이 공개되면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을 때 박 대표는 "역사는 역사가가 평가해야 한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6·3동지회 회장인 이 원내대표는 "당시 한일협정은 역사학자가 한 것이 아니라 정치인이 한 것"이라며 "역사적인 평가를 넘어가며 과오를 덮으려 한다면 꼼수로 밖에 보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행정도시특별법 국회 통과 때도 수도분할 반대투쟁을 주도하면서 박 대표와 맞섰다.
여기에 이 원내대표가 '이명박 서울시장후보' 선거대책 본부장과 이명박 서울시장 직무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친 이명박계 인사라는 점이 겹쳐지면서 당내 반박근혜 진영의 핵심으로 인식됐다.
이재오의 화해 시도 "박 대표 헌신적으로 당을 위해 노력"
그러던 이 의원은 2005년 11월 박 대표와의 공개적인 화해를 시도했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강에서 박근혜 대표와 나>라는 글을 올려 "나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인간적으로 어느 누구도 미워한 적이 없다"고 전제하고, "박 대표도 자연인으로서 미워해 본 적 없고, 인간적으로 싫어해 본 적도 없다"면서 "박 대표가 헌신적으로 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공식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이 원내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지난(2005년) 8월에 박 대표랑 두시간 정도 같이 식사 하면서 다 풀었다"고 전했다. 그는 박 대표에게 "박근혜가 대표되면 탈당하겠다"는 발언은 와전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한 기자가 "박근혜가 대표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해서 "과거 유신시대때 고통 당했던 사람들은 반대할 거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찬성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답했는데 앞 뒤 다 잘라서 그렇게 보도됐다는 것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그는 반박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강경보수로 분류되는 이방호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운 것도 그런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 직전에 모든 것을 박 대표와 상의해서 할 것이며, 박 대표 임기가 끝나는 7월에 원내대표를 그만 두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표와의 갈등 우려를 잠재우려는 시도였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 원내대표로 당선된 직후에는 "'비주류 강경파', '반박의 대표', 이런 딱지를 오늘로 떼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같은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결과는 이후 당내 대선경쟁이라는 면에서 보면 이명박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 대표 독주체제에 대한 의원들의 피로감이 확인됐고, 친이명박쪽의 대표적인 인물로 확고히 인식돼 있는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