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눈이 그렇게 많이 왔다며?

현해탄을 건너오는 어머니의 가이없는 사랑과 일본의 재해

등록 2006.01.14 12:32수정 2006.01.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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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약 4미터의 눈이 내린 니이가타켄, 눈 터널을 지나 등교하는 일본 어린이들

약 4미터의 눈이 내린 니이가타켄, 눈 터널을 지나 등교하는 일본 어린이들 ⓒ 마이니치 신문

"얘야, 일본에 그르케 눈이 많이 왔다며? 느인 괜찮냐?"
"얘, 일본에 지진이 나서 사람도 죽고 난리라매?"


한국에 보도되는 일본 관련 뉴스를 보시고선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칠순의 친정엄니가 전화를 하신다.

"아이구~ 참, 엄마두. 저흰 괜찮아요. 여긴 도쿄거든요. 여긴 재해로부터 그중 안전한 데에요."

싱거운 웃음을 웃으며 친정 엄마를 안심 시켜드리고 서둘러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친정엄니네 전화비 많이 나올까봐. 미리 전화 드릴걸 그랬다는 후회도 밀려온다.

큰 딸자식 출가시켜 일본에까지 멀리 떼어놓으신 울엄니, 일년 삼백육십오일 뭐가 그리 걱정이신지 늘 신경은 현해탄을 건너고 계신가보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나오는 일본관련 뉴스는 늘 지진소식이 태반이라선가 지진소식만 전해지면 울엄니 가슴까지 그 지진의 여진이 번진다.

그런 엄니시니 얼마 전, 지난 12일께에 있었던 니이가타켄新潟県)폭설 소식이 또 한번 가슴에 눈사태를 일으켰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또 부리나케 전화벨이 울렸다.


"얘~ 눈이 그렇게 엄청나게 왔다던데 느인 괜찮은거냐?"

"아이구~ 엄마, 저희 사는 도쿄는 겨우내 눈구경하기도 어려워요~ 그 폭설난 데는 니이가타라고 우리나라 강원도처럼 원래 눈이 많은 지역이에요. 저흰 괜찮으니 괜한 걱정 마세요."


그냥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시다가도 딸네 가족이 사는 일본 얘기만 나오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시는 우리 친정 엄니 귀에는 어찌 그리도 재해 소식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해지는지 모르겠다.

한 겨우내 눈 한번 보기도 어려운 도쿄에서 성장하고 있는 우리집 아이들은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내는 다른 지방의 폭설 소식을 철없이 부러워한다.

"이야~ 눈이 저렇게 많이 와서 좋겠다!"

마치 솜사탕처럼 보이는 하얀 눈이 장벽처럼 엄청나게 쌓여 있는 것을 보는 아이들은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꿈에도 모른다. 나도 실감이 안 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도 그런 대설을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피해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통해 피상적으로 느낄 뿐.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지붕이 무너지고, 대부분 노인만 남아있는 산골 가정에서 아무 대책도 없이 노인이 고립되고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비보의 현실은 그 현장이 아니면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폭설로 인해 지난 12일 현재 82명이나 죽은 비보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렇게 전했다.

대설의 사망자 82명, 반수가 70세 이상...요미우리 조사
 
금년 겨울의 기록적인 대설에 의한 사상자가 12일 현재 82명임이 요미우리 신문의 통계에 의해 밝혀졌다.

부상자는 1588명, 희생자의 약 50%가 70세 이상으로 고령자의 피해가 눈에 띄게 많았다. 80%에 가까운 희생자는 눈더미를 치우다 지붕 위에서 떨어지는 등 제설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또 약 10%는 지붕에서 떨어진 눈더미에 깔려 사망했다.

12일에도 기후켄 세키시에서 조원업(造園業)의 남성(55)이 눈을 끌어내리는 작업을 하던중 떨어져 내린 눈더미에 깔려 사망했고, 후쿠시마켄에서도 자택앞에서 제설작업을 하던 여성(78)이 차에 치여 사망했다. 또 나가노켄(長野県)에서는 농업에 종사하는 남성(74)이 창고에서 떨어진 눈더미에 깔려 사망했다.

총무성소방청 데이터에 의하면 1995년 이래 10년간 눈으로 사망한 사람이 제일 많았던 해가 2001년으로 사망자 수는 59명이다. 그런데 올겨울은 그 수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

금년 겨울의 사상자를 연령층별로 보면 60대가 19명, 70대가 31명, 80대가 11명, 90대가 2명으로 되어있다. 고령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향이 확실하게 나타난다. 도도부켄(都道府県)별로는 니이가타(新潟), 후쿠이(福井) 두 켄이 각각 14명으로 제일 많다. 

이번 폭설로 많은 사상자가 나온 것에 대해 동 청에서는 “지진 등의 돌발적인 재해와 달리 대설은 제설만 하면 가옥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다고 생각, 노약자와 함께 눈을 치운 게 사실이었다”고 지적하며 “고령자는 무리하지 말고 일시적으로 피난을 해서 몸을 지키는 생각도 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요미우리 신문 1월 13일자


a 통행금지된 국도변에서 제설작업을 하는 자위대원들

통행금지된 국도변에서 제설작업을 하는 자위대원들 ⓒ 마이니치 신문

이번 일본 니이가타켄(新潟県), 나가노켄(長野県)의 폭설 재해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하고 급기야는 일본의 자위대가 투입되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후부터 내리는 비로 인해 갑자기 녹아내리는 눈사태에 대비, 폭설 피해지역의 주민들에게 피난 명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대설주의보에서 경보발령, 대설 피해상황 그리고 복구현황에서 피난명령이 내려지기까지의 뉴스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재난은 사전 대비와 적시의 피난만이 가장 피해자를 줄일 수 있음과 노약자의 경우는 섣불리 제설작업에 참여시키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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