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우는 모습이 남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문제의 그 사진.한명라
방문 앞에 무릎을 꿇고 벌을 받는 두 아이 앞에 빗자루도 놓여 있었고, 형제끼리 싸우지 말고 우애 있게 잘 지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꾸지람을 하는 남편의 등 뒤에서 제가 순간 포착으로 촬영한 사진이었습니다.
두 아이가 벌을 받는 모습이 나중에 재미난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카메라를 찾아 들었을 때, 아들아이는 표정관리를 한다고 활짝 웃고 있었고, 딸아이는 무엇이 그리도 서러웠는지 카메라를 향해서 한층 더 서럽게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그 사진을 보면서 그때 딸아이를 좀 더 넓은 마음과 사랑으로 따뜻하게 안아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딸아이가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을 느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벌을 받으면서도 개구쟁이 특유의 눈웃음을 짓고 있는 아들아이와 달리, 자신은 억울하다는 듯 서럽게 울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에서, 저 또한 아들아이에 비해서 딸아이에게는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많이 나누어 주지 못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딸아이와 아들아이는 15개월 차이가 나는 연년생입니다. 올해 딸아이는 중학교 3년이 되고, 아들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 됩니다.
딸아이가 태어난 지 7개월째에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딸아이가 돌이 지나고 아장 아장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둘째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그때 딸아이는 엄마, 아빠라는 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때였습니다.
아들아이를 출산하느라 제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딸아이가 셋째 이모집에 일주일 동안 가 있었던 일을 제외하고는 이제까지 두 아이 모두 제 손으로 직접 길렀습니다.
아직 어리기만한 연년생 두 아이를 기르던 그 당시, 두 끼의 식사를 먹으면 그 날은 잘 챙겨 먹는 날이었습니다. 저의 등에는 항상 두 아이 중 한 아이를 업고 있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머리를 감을 때에도 업고 있었고, 심지어 화장실에서 급한 볼 일을 볼 때에도 아이를 업어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방에 불을 끄고 누우면, 아이들보다 제가 먼저 깊은 잠에 빠져버리기 다반사였습니다.
하루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살아왔던 그때, 그렇게 서둘러서 동생을 보지 않았더라면 딸아이는 엄마, 아빠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보다 많이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난히 개구쟁이였던 동생을 둔 탓으로, 딸아이는 엄마 아빠라는 말을 배우기도 전에 다 자란 누나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유난히 고집도 세고 욕심도 많은 동생과 다툼이라도 벌이면, 우리 부부는 아직 어리기만한 딸아이에게 누나인 네가 양보하라고 강요하기 일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