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등원도 없다"

[인터뷰] 이재오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

등록 2006.01.16 08:39수정 2006.01.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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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이재오 신임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배려'는 세심했다.

지난 13일 오후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 원내대표는 "독재자의 딸" "박근혜가 되면 당에서 나가겠다" 등 이전에 언론에 보도된 발언에 대해 "거두절미하고 (보도되어) 와전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또 이 원내대표는 "대중들에게 갖는 인기나 지지도는 당을 이끌어 가는데도 큰 지도력으로 작용했다"고 박 대표를 높게 평가했다. "선거과정에서 '박심'에 너무 신경 쓴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라는 울타리 안에 존재하고, 당은 당 대표가 대표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개정 사립학교법이 이념적인 문제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에서는 그렇게 말한다"며 "내 개인생각은 유보"라고 답했다. 사실상, 개정 사학법을 이념문제로 몰고 가면서 장외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박 대표와의 근본적인 인식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민청학련 사건 발표내용을 박 대표가 수용하도록 건의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나를 위한 말'이라는 신뢰가 서로에게 있을 때 바른 말을 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신뢰가 그렇게 회복되지 않았는데 자극되는 말을 하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에 사학법 재개정 명분 주겠지만, 합의 안되면 전방위 공세"

이 원내대표는 '사학법 파동'과 관련해서 "민생관련 법안과 황우석 교수 파동 등 각종 의혹사건, 사학법 재개정 등 세 가지를 놓고 여야 대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며 "물론 제일 우선 순위는 사학법 재개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당도 퇴로가 없지 않냐"면서 "정부 여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전방위 공세로 투쟁수위를 높여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여당에게도 크게 불만족스럽지는 않을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와 함께 "초중고교와 대학을 분리해서 접근하고, 개방형이사제 도입을 제한하는 조항 등을 넣은 사학법 재개정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22표차로 크게 이긴 배경과 관련, 이 원내대표는 "유승민 의원에게도 정책위 의장을 제안했었다"며 "'친박' 진영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한 선거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배경에서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이방호 정책위 의장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조화하는 것이 정치"라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사이의 의견 불일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일축했다.

또 "개봉되는 국산영화는 다 본다"며 자신을 '영화마니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웰컴 투 동막골> <왕의 남자> <태풍> 등을 관람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웰컴 투 동막골>에 대해 이념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영화를 안본 사람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웰컴 투 동막골>에서 동막골 촌장이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에 대해 "뭐 있나, 잘 먹여야지'라고 말한 장면을 들어 "이것이 정치의 요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신임 원내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당 안정 우선, 박 대표 배려하는 것은 당연"

오마이뉴스 이종호
- 어려운 시기에 의원들이 이재오 신임 원내대표를 택했다. 이유를 무엇으로 보나.
"첫째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고, 둘째는 투쟁과 협상에 대한 능력, 셋째는 당과 나라를 구해달라는 충정 아니겠나."

- 원내대표 선거결과를 두고 박근혜 대표의 독주에 대한 견제, 사학법 장외투쟁 노선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현재 투쟁 국면을 빨리 정상적인 국면으로 바꿔야 된다는 것 아니겠나. 투쟁을 하더라도 화끈하게 하고 협상하더라도 화끈하게 해서 맺고 끊는 게 확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의원들이 투쟁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해서가 아니라 무언가 전망이 있는 상태에서 투쟁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 이명박 시장의 당내 영향력이 확인된 선거라는 해석도 있는데.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건 별로 의미가 없는 시각이다. 이번 선거가 '반박 대 친박' 구도로 진행된 선거였다면 그렇게 볼 수 있겠으나, 이번 선거는 위기에서 당을 구하자는 데 초점을 둔 선거였기 때문에 그런 해석은 비약이다."

- 선거 과정에서 '박심'에 너무 신경 쓴 게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지금은 당의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화합해서 당을 이끄는 게 제일 과제다. '투 톱'이라고 해서 내가 대결국면을 조장하려고 나선 게 아니다. 당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새로운 투쟁 동력을 이끌어 내려고 (출마)한 것이니 그건(박 대표를 배려하는 건) 당연하다."

-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유승민 의원에게 정책위 의장 후보를 제안했었다는데, 친박파에 대한 '구애'가 주요 선거전략이었나.
"그렇다. '함께 가자'는 조화의 의미다. 대표적인 반박 사람이 대표적인 친박 사람이 함께 당을 이끌어 가는 게 좋은 모습이지. 그런데 (유 의원과는) 얘기가 잘 안 됐다. '친박' 진영을 안심시킨 것도 중요한 선거전략이었다. 부인하지 않겠다. 그리고 영남표를 내 쪽으로 대거 결집시킨 것이었다."

- 이방호 신임 정책위 의장과는 성향상 차이가 큰데.
"그런 것이 바로 '조화'다. 서로 다른 생각의 사람들이 하나를 창출해낼 수 있다면 그게 조화고 정치다."

"초중고와 대학 분리, 개방형이사제 제한하는 재개정안 만들 것"

- 열린우리당의 새 원내대표가 뽑히는 대로 사립학교법 재개정안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협상할 생각인가.
"노무현 정권과 관련해 그간 덮혀 있던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가 민생관련 법안·북한인권 관련 법안·기초의원 선거구제 등 선거법 개정안, 둘째는 각종 의혹 사건 즉 황우석 교수 파동·'윤상림 게이트'·X파일 문제 등이다. 세 번째가 사학법 재개정 문제다. 이 세 가지를 놓고 여야 대타협을 시도할 것이다.

물론 그 중 제일 우선 순위에 있는 것이 사학법 재개정이다. 사학법 재개정 논의만 여당이 수용한다면 한나라당의 투쟁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사학법 재개정에 여당이 합의해주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전방위 공세로 투쟁수위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

- 재개정안이 수용되리라고 보나?
"여당도 퇴로가 없지 않나. 선택의 길이 없다."

- 여당이 재개정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등원도 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 사학법 재개정 합의 없는 등원은 없다."

- 이 원내대표는 그간 '여당은 명분이고 야당은 실리'라고 강조해왔는데,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서 여당에 줄 명분은 무엇인가.
"퇴로다. 이 정도면 여당도 크게 불만족스럽지는 않다고 할 만한 명분을 줘야 한다. 초·중·고와 대학은 분리해서 적용하도록 안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대학에는 전교조가 없다. 이렇게 재개정할 수 있는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 여당에 제시하면 명분이 생기지 않겠나. 그런 방향으로 재개정안을 만들어 한나라당 내의 합의를 거친 뒤 여당과 협상해서 여당도 받아들이면 된다."

- 개방형 이사제가 최대 걸림돌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풀겠나.
"개방형 이사제를 아무런 문제도 없는 학교에까지 모두 적용한다는 건 맞지 않다. 개방형 이사제의 적용 범위를 세 번 이상 비리를 저지른 대학 등으로 조건을 만들어 재개정안에 넣으면 된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난 1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철회하고 국회에 등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81.8%였고, 당 지지도로 지난 해 10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나라당이 3.6%P 하락해 열린우리당과의 지지도도 12%로 좁혀졌는데.
"(보좌진에게 관련 기사를 갖다 달라고 한 뒤) 흠…, 여론이라는 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거니까. 후… 그것은… 여론이, 투쟁이 여론을 선도하지 못했다는 측면이 있지 않나. 투쟁이 여론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그런 현실적 측면이 있다는 걸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들은 무조건 밖에서 떠들지 말고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음…, 내가 원내대표가 된 지 하루만에 여론조사를 갖고 뭐라고 얘기할 수 있겠나."

- 개정 사학법이 국가정체성 훼손까지 거론할 이념적인 문제라고 보나.
"(미소) 당에서 그렇게 말하지. 한나라당 사람들이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 개인의견을 말할 계제가 아니다. 내 개인 생각은 유보한다."

'독재자의 딸' 발언은 와전, 민청학련사건 신뢰 존재할 때 수용건의"

- 민청학련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날조와 모함'이라고 말해 유족들이 반발했는데, 박 대표에게 수용을 건의할 생각은 없나.
"사람이 누구에게 바른 말을 한다 하더라도 서로 간에 신뢰가 오랜동안에 걸쳐 돈독히 회복되고,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나를 위하고 당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신뢰가 상호간에 생겼을 때 (말을)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신뢰가 그렇게 회복되지 않았는데 자극이 되는 말을 하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보통은 안 갖고 있다."

- 과거에는 박근혜 대표에 대해 "독재자의 딸"이라면서 "'박근혜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당에서 나가겠다고'까지 말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해명하고 싶다. 재작년인가 한 신문과 인터뷰를 했는데 나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산업화를 이끌어내고 이 나라의 근대화의 기반을 놓고 또 가난을 해결하고…,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훌륭한 지도자와 그의 딸'로 볼 것이고, 박 전 대통령을 단순히 5·16쿠데타· 유신독재·인권탄압·언론탄압·정경유착의 측면에서 보는, 특히 그 당시의 유신 피해자들이 볼 때는 '독재자와 그 딸'이라고 볼 것이다.

그 시대를 동시에 체험했던 사람들로서는 평가가 그런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나뉠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몇달 후에 (7월) 전당대회 직전에 앞뒤 다 자르고 '독재자의 딸' 운운으로 보도가 됐더라. 그 때도, 그 이후에도 나는 박 대표가 되면 탈당하겠다던지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

박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당을 운영하면서도 원칙을 고수했고, 박 대표가 대중들에게 갖는 인기나 지지도는 당을 이끌어 가는데도 큰 지도력으로 작용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그런 대중적 기반을 갖고 있는 정치인을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 평가다."

- 무슨 일이든 박 대표와 상의해 처리겠다고 공언했다. '투톱 시스템'인데 당 대표에게 끌려 다니는 것으로도 비쳐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상의해 처리한다는 것은 당대표와 원내대표 간의 미덕이다. 원대대표는 한나라당 이라는 울타리 안에 존재한다. 나만 상의하는 게 아니고 박 대표도 당무 전반에 대해 원내대표와 상의해야 하고 나도 원내 전반과 관련해 대표와 상의하는 것이다. 수평적 관계에서 서로 상의해야 당이 원만하게 운영된다."

"<웰컴 투 동막골> 이념성? 영화 안본 사람이겠지..."

오마이뉴스 이종호
- 서울시장 출마 뜻은 완전히 접은 건가?
"제일 가슴아픈 질문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말도 못할 희생이다. 하지만 정치인이 저 이로운 일만 할 수는 없다."

- '정치인 이재오'로서 꿈은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다,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보고 싶다. 내가 군사독재에 저항하고 통일운동에 전념했던 것도 '군사독재가 있고 분단이 고착화돼서는 한반도에서 인간이 최고의 가치관이 되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 인민군 장교가 동막골 촌장에게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을 묻는 장면이 있는데 그 촌장은 '뭐 있나, 잘 먹여야지'라고 대답한다. 바로 그것이다. 정치의 요체는 국민을 잘 먹이는 것이다."

- 영화 많이 보나.
"나는 영화 마니아다. 개봉된 국산영화는 다 본다. 최근에도 <태풍> <왕의 남자>까지 봤다. 장동건, 연기 잘 했다. 예전에 내가 극단 '상황'의 대표도 하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소작의 땅> 연출도 한 적이 있다. 당시 예명이 '이민'이었다. 나는 평화로운 시대를 만났으면 영화를 만드는 예술인으로 남았을 사람이다."

- 당 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은 <웰컴 투 동막골>의 이념성을 비판하기도 했는데.
"영화 안 본 사람이겠지. 인민군 병사가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를 놓고 국군 병사와 다투다가 인민군 장교에게 '얘가 우리더러 쳐들어내려왔다고 그러잖아요, 사실이야요?'라고 물으니 인민군 장교가 '그냥 내려갔지'라고 한다. 그런 것이 이 영화의 재미지. 6·25가 남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토대에서 꾸며졌다. 그런데도 미군 비행기를 향해 남북이 연합군을 만들어 포쏘고 하는 장면만 보고 해석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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