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보도, '황우석 사태'와 다를 바 없었다"

[토론회] 개정사학법 관련 보도태도 "저널리즘 기본도 지키지 못했다"

등록 2006.01.17 18:37수정 2006.01.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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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언련이 17일 한국프레스 센터 18층에서 '사립학교법 관련 언론보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언련이 17일 한국프레스 센터 18층에서 '사립학교법 관련 언론보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 안윤학


"전교조를 향해 끊임없이 린치를 가하는 한편, 사학재단을 향해서는 지속적으로 '치어리더' 역할을 한다."

양문석 EBS 정책위원은 개정 사립학교법 사태와 관련한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를 '린치 저널리즘'과 '치어리더 저널리즘'이란 표현으로 압축했다. '황우석 사태' 초기 언론보도를 연상시킨다는 것.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1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연 '사립학교법 관련 언론보도의 바람직한 방향'이란 제목의 토론회에서 신문보도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양 위원은 "이번 개정 사학법 사태를 다룬 언론보도를 보면 MBC < PD수첩 >이 '전교조'로, 황우석 교수가 '사학재단'으로 자리만 바뀌었을 뿐 (전교조에 대한) 린치의 강도나 (사학재단에 대한) 응원의 강도는 별로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보수언론이 '황우석 사태'에서 '황 교수 영웅만들기'에 주력했듯, 사학재단에 끊임없는 지지를 보내는 한편 일부 사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전교조에는 공격적인 보도를 서슴치 않았다는 해석이다.

보수언론 "전교조엔 린치, 사학재단엔 치어리더"

a 양문석 EBS 정책위원(자료사진).

양문석 EBS 정책위원(자료사진). ⓒ 안홍기

양 위원은 지난 40여일간 주요 언론의 개정 사학법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개정 사학법이 이유없이 사학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간다"는 인식이 일부 보수언론의 태도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부 자료에서 드러난 사학비리 사례를 예로 들며 양 위원은 "그러나 사학에서는 매년 30~40건의 학내분규가 생기고 있으며 최근 5년간 2000억 여원의 회계부정 사건이 터졌다"고 반박했다.

일부 보수언론이 색깔공세 수단으로 전교조를 이용하는 태도도 지적됐다.


양 위원은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할 것'이라는 사학 측 주장을 여과없이 싣는 언론에 대해 "전교조 출신 교사가 이사로 들어갈 확률은 '0'에 가깝다"는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의 주장을 인용해 반박했다.

아울러 양 위원은 "'개정 사학법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자유주의 경제원리를 위배한다'는 사학측 논리도 설득력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2004년 전체 사학운영비 중 재단부담율은 2.3%이고, 나머지 약 98%는 등록금과 세금으로 충당됐다. 재단이 반드시 내야 하는 법정부담금도 전체 학교 중 6%만 납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양 의원은 "사학이 최소한의 사회적 감시조차 거부하고 자신들만 성역으로 남겠다는 것은 이기주의 그 자체"라며 "그러나 언론은 이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주장을 대변하기까지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일부 보수언론은 개방형 이사제만 집중적으로 공격할 뿐, 개정 사학법의 '투명성 보장장치'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면서 "이들 언론은 자신의 입장을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한 '조폭언론' '이지메 언론'"이라고 성토했다.

"방송3사, 정보는 거의 없고 전달에 급급"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송사들의 보도태도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김언경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 분과장은 사립학교법 개정 관련 방송보도에 대해 "정보 제공이 턱없이 부족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전혀 해결해주지 않는 부실한 보도였다"고 비판했다.

또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국회의 혼란한 모습이 연출된 당일과 제주에서 신입생 배정거부 사태가 일어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방송3사 모두 사학법 보도에 매우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김 분과장은 "보도라기보다는 전달에 가까웠다"며 "찬반 양측 입장만 보도하고 사학법의 의제를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또 "신입생 배정거부에 대해서도 무비판적·중립적 태도로 비판여론조차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안민석 "박근혜 대표, 헛발질 계속 해달라"

토론자로 참석한 박경양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손석춘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송병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위 간사,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등도 보수언론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경양 회장은 "전교조 교사가 수업 한시간 안 할 때 난리를 치는 한나라당이 사학법인의 신입생 배정거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한 사실을 언론들이 묵인했다"며 "이번 사태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손석춘 논설위원은 "저널리즘의 기본은 '허위보도를 하지 말라, 추측보도를 쓰지 말라, 이해관계를 떠나 보도하라'인데 보수언론은 이를 모두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개정 사학법으로 인해 학교가 전교조에 의해 장악된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보도'이고, '전교조가 반미·친북 교육을 할 것'이라는 보도는 추측보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일부 보수언론의 경우 사학재단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이해관계를 떠난 보도를 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손 위원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보수언론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언론사주 뿐 아니라 현장 기자들이 '저널리즘 기본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안민석 의원은 "국가예산이 투여되지 않음에도 공공재인 공중파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MBC도 국정감사 대상인데 국가예산이 직접 투여되는 사립학교는 단순히 사유재산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억지논리"라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지지를 받은 지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박근혜 대표는 이런 헛발질을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 꼭 끝까지 투쟁하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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