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보양식 천연기념물 오골계를 맛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화악리 이래진 오골계'

등록 2006.01.18 16:09수정 2006.01.18 16:26
0
원고료로 응원
충남 논산에 가면 오골계(烏骨鷄)로 유명한 지산농원이 있다. 호남 고속도로나 중부 고속도를 타고 논산이나 계룡 IC를 통과해 논산~대전 간 1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연산면 화악리 에서 ‘왕의 진상품’으로 유명했던 오골계를 만날 수 있다.

a 천연기념물 제 265호로 지정된 '화악리 이래진 오골계'

천연기념물 제 265호로 지정된 '화악리 이래진 오골계' ⓒ 최향동


오골계(烏骨鷄)는 ‘뼈가 까마귀같이 검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사육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허준의 ‘동의보감’에 기록된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선조 이전부터 길러졌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곳 연산군 화악리 오골계는 1980년 4월 1일 천연기념물 제265호로 지정되었는데 문화재청에서는 혈통 보존을 위해 최소한 500수를 보호 사육토록 지정해놓고 있다.


a 수령 5백년이 넘는 느티나무 그늘에 자리잡은 지산농원

수령 5백년이 넘는 느티나무 그늘에 자리잡은 지산농원 ⓒ 최향동


a 혈통보존에 앞장서고 있는 제6대 오골계지킴이, 이승숙씨

혈통보존에 앞장서고 있는 제6대 오골계지킴이, 이승숙씨 ⓒ 최향동


가금류(家禽類)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오골계를 포함하여 네 종류가 있다. 나머지는 진도의 진돗개(천연기념물 53호), 경산의 삽살개(368호), 제주의 조랑말(347호)이다. 이 가운데 먹을 수 있는 천연기념물은 두 가지다. 바로 오골계와 제주마.

천연기념물을 맛볼 수 있다는 특별한 체험 때문인지 다소 설레는 마음으로 지산농원 입구에 들어섰다.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느티나무 아래 자리한 펜션같은 농원 건물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직 엄동설한이었지만 날씨가 풀려서인지 여기저기서 땅김이 솟아오르고 자욱한 안개무가 피어올라 신선계(神仙界)라는 착각 속에 빠질 뻔했다.

a 오골계는 야생성이 강해 가두어 키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오골계는 야생성이 강해 가두어 키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 최향동


a 방금 낳은 오골계 유정란,따끈따끈하다.

방금 낳은 오골계 유정란,따끈따끈하다. ⓒ 최향동


들어서자 다정한 이웃처럼 맞이하는 두 분, 이승숙(43, 지산농원 대표이사, 제6대 오골계 지킴이)씨와 이주용(오골계 지정사육인)씨의 엷은 미소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오골계 농장을 견학했다. 이처럼 가까이서 이른바 진골 오골계를 볼 수 있다는 기쁨 속에 오골계와 마주쳤다. 건강하다. 야생성이 강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주용씨는 오골계의 근친 교배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종계 2000수를 엄선 관리(3년)하고 더 나은 종계를 선발하기 위해 4~5천 마리 이상 추가 확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방금 낳은 알을 가져온다. 따끈따끈하다. 이른바 산란닭(강제산란)의 유정란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적인 유정란이다. 수탉은 이 유정란을 만들기 위해 하루에 30번 이상 암탉과 교미한다고 한다.

a 밑반찬이 깔끔하다.

밑반찬이 깔끔하다. ⓒ 최향동


a 닭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황기탕,1인분에 2만5천원

닭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황기탕,1인분에 2만5천원 ⓒ 이승숙


농장 견학을 마치자 식탁에 드디어 오골계 황기탕이 진상되었다. 깔끔한 밑반찬에 삶은 오골계알, 신선만이 마셨다는 향이 좋은 신선고본주(神仙藁本酒, 동의보감에 나온 대로 재현), 영양 찰죽이 따라오고 닭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오골계황기탕’이 놓였다. 11가지 약재가 들어가서인지 한약탕 같은 맛이 난다. 하지만 오골계의 쫄깃함이 매우 뛰어나 삼계탕은 ‘저리가라’다.


이승숙씨는 제6대 오골계 지킴이다. 10년 가까이 중앙일간지 기자생활을 하다 부친인 이래진(5대지킴이, 2002년 작고)씨가 자신에게 맡긴 가업을 잇고자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6대지킴이로 오골계 혈통을 지키고 있다. 이씨 집안이 오골계 혈통 보존에 나선 것은 갑자기 병을 얻은 조선 철종이 화악리 오골계를 복용하고 건강을 회복한 뒤부터라 한다. 6·25전쟁 당시에도 계룡산 깊은 곳으로 오골계를 피신시킬 정도로 정성을 들였단다.

a 동의보감에서 재현한 신선고본주,백발이 검은 머리로 변한다는 설이 있는데 그 향이 일품이다.

동의보감에서 재현한 신선고본주,백발이 검은 머리로 변한다는 설이 있는데 그 향이 일품이다. ⓒ 최향동


a 감칠맛나는 영양찰죽

감칠맛나는 영양찰죽 ⓒ 최향동


오골계 보호자금을 마련하고 늘어나는 오골계 처리를 위해 모친이 92년부터 운영하던 오골계 식당을 99년부터 맡아온 이씨. 그는 “어려움이 매우 크지만 우리의 토종자원을 보호하고 이를 자원화 하는데 자긍심을 느낀다”며 ‘우리 것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웠다.


a 충청남도로부터 '전통문화의 집'으로 지정받다.

충청남도로부터 '전통문화의 집'으로 지정받다. ⓒ 최향동


논산에 가면 한번쯤 맛과 역사가 살아있는 ‘화악리 이래진 오골계’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www.ogolgye.com에 접속하시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시민의소리'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 시민의소리'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답없음도 대답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다. 더 좋은 민주주의와 사람사는 세상을 위하여!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