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포기술? 기록·검증 없으면 무의미
<네이처>서 반려됐던 사실 몰랐지만..."

[해외리포트] <사이언스> 켈너 부편집장 인터뷰 "미국음모론 들어본 적 없다"

등록 2006.01.18 09:50수정 2006.01.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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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황우석 교수를 일약 세계적 유명 인사로 만든 2004년 3월 12일자 <사이언스> 표지(왼쪽)과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추출이라는 획기적 성과를 표지 기사로 내보낸 <사이언스> 2005년 6월 17일자 표지.

황우석 교수를 일약 세계적 유명 인사로 만든 2004년 3월 12일자 <사이언스> 표지(왼쪽)과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추출이라는 획기적 성과를 표지 기사로 내보낸 <사이언스> 2005년 6월 17일자 표지.


황우석 파문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황우석 팀이 낸 줄기세포 논문이 전 세계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만큼 그 논문들이 조작으로 밝혀진 지금 지구촌도 너나없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국제적 파장의 중심에는 황우석 팀의 줄기세포 논문을 두편 모두 실었던 미국 <사이언스>지가 있다. <사이언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결국 황우석 팀의 2004년과 2005년 논문을 '무조건' 취소한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카트리나 켈너 부편집장과 두차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사이언스>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켈너 부편집장은 <사이언스> 생명과학 분야의 최고 책임자로 내부에서 황우석 교수 논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작년 12월 16일 기자들을 위해 열렸던 '전화회의'에서도 그는 케네디 편집장을 보필해 황우석 논문들이 어떻게 다뤄졌는지 보충 설명한 바 있다.

<사이언스> 쪽에서는 속은 셈이지만 그래도 결국 의도적인 조작 논문을 두 개나 실은 '죄'가 있는지라 켈너 부편집장은 시종 자신들의 입장을 방어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는 인터뷰 답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이번 사건을 다국적 음모론이나 과학 잡지 간 경쟁구도, 또는 편집부의 실수에서 찾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문을 열며 이번 황우석 사건에 대한 소회를 길게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논문 심사 절차를 어떻게 보완할지 재검토하고 있지만, 치밀하게 준비된 조작을 과학 잡지가 잡아낼 수는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또 지난 12월 초, MBC < PD수첩 >의 보도를 비난했던 것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은 논하지 않겠다"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소위 말하는 '미국 음모론'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황우석 교수가 배반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학계는 데이터로 입증되는 결과로 말한다"면서 "정확한 기록과 확실한 검증이 없으면 어떤 주장도 과학자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충격에도 불구하고 <사이언스>의 정직성이 "뿌리째 위협당하지 않으리라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내며 앞으로도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할 것이라 밝혔다.


다음은 켈너 부편집장이 인터뷰 답변에 앞서 쓴 소회와 이메일 인터뷰 전문이다.

"<사이언스>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a <사이언스> 부편집장 카트리나 켈너 박사.

<사이언스> 부편집장 카트리나 켈너 박사. ⓒ 사이언스

"<사이언스>는 이번 사건 때문에 슬프지만 앞으로도 훌륭하고 흥미로운 새로운 연구물을 출판하는데 계속 매진할 것이다.

이번 사건 원인을 다국적 음모론이나 과학 잡지 간 경쟁구도, 또는 편집부의 실수에서 찾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동료 전문가들이 논문을 심사하는 방식은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고의로 한 조작까지 다 잡아내지는 못한다. 과학의 과정이 신뢰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정직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에 일어난 문제는 황우석 및 공저자들이 참여한 두 논문을 쓴 사람들이 일하는 연구실에서 발생했다. <사이언스>에 제기된 문제들이 증거에 의해 뒷받침이 된 경우 그 문제들을 모두 다루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아달라. 그러나 <사이언스>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우리는 비영리 출판사이며 따라서 우리 자체 내에 실험실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 우리는 이번 위기로부터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대다수 과학자들의 기본적 정직성과 과학의 무궁한 가능성을 계속해서 믿는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 취소한 두 논문이 과학을 아끼고 과학 과정의 정직성을 믿는 우리 모두에게 새롭고 더 희망찬 시대를 여는 시작이 되리라 믿는다."

- <사이언스>는 1월12일(현지시간), 황우석 팀 2004년 논문과 2005년 논문을 모두 전격 취소했다. 이번 파문과 관련된 <사이언스>의 조치는 이걸로 끝인가.
"황우석 팀 논문의 원고를 우리가 어떻게 다뤘는지, 심사과정은 어땠는지를 거시적으로 또 구체적으로 검토해서 개선할 부분을 찾아낼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사이언스>의 전문가 심사제도가 철저한 사기까지 적발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저자 책임이라든지 데이터 제출에 중요한 문제가 있음을 노출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벌써 편집부와 이 문제들을 놓고 토의를 시작했다."

-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황우석 팀의 2004년 줄기세포 논문을 <네이처>지가 거부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출판된 논문들이 그 전에 상대방 저널로부터 반려되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 <네이처>나 영국 '로열 소사이어티'는 황우석 팀의 연구에 대해 윤리적 문제를 들어 우려를 나타냈었다. 한 예로 황우석 교수는 2005년 11월 <네이처>가 난자 취득에 비윤리적 방법이 동원됐다고 비난하자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사이언스>는 <네이처>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했나. <네이처>의 주장이 경쟁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나.
"우리는 <네이처> 뉴스란에서 그 주장을 봤다. 그러나 그 기사에 인용된 연구원이 그 후 공식적으로 <네이처>에 난 성명을 부인했다."

-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었다는 건가?
"<사이언스>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이번 경우는 무조건적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ACT의 로버트 란자 박사는 얼마 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황우석 팀 논문에 대한 독립검증을 요구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요구는 무시됐다. 앞으로 독립검증을 고려할 의향이 있는가.
"실험을 통한 연구 결과 검증은 과학 저널이 통상적으로 하는 역할이 아니다. <사이언스>에 출판된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과학자들이 그들의 비판을 드러낼 수 있는 메커니즘도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사이언스>에 편지를 쓰거나 '테크니컬 코멘트'(Technical Comment)를 보내라고 장려한다. 그러면 그들의 비판을 저자들에게 보내고 저자들은 서면으로 이에 응답한다. 이 코멘트나 편지, 그리고 응답은 모두 외부 심사위원들이 평가한다.

우리는 이런 정당한 경로를 통한 것이라면 2004년 논문에 대한 어떠한 비판이라도 기꺼이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란자 박사의 '검증 요청'에 대해서 우리는 알지 못했으며 그로부터 그 같은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

- <사이언스>의 최근 성명을 보면 모두 서울대 조사위원회 보고서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사이언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그들이 밝혀낸 바를 전적으로 신뢰하는가? 어떤 근거로 신뢰하는가?
"우리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두 논문의 실험 평가 결과를 포함해 최종 보고서를 읽었다. 우리가 취소하게 된 근거는 서울대의 최종 보고서뿐 아니라 논문 저자들이 논문의 실수를 인정했고 (게다가/혹은) 데이터 위조사실을 인정했다는데 있다. 논문 철회는 통상 논문 저자들이 쓴 성명에 기초해 이루어지지만 이번 경우는 무조건적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우리가 생각했기 때문에 저자들의 철회 성명서 대신 편집부 직권 철회서를 내기로 결정했다."

- 서울대와의 연락 외에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새로운 소식들은 어떻게 정보를 수집했나? 한국에서 행해진 조사와 관련해 충분히 정보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나?
"서울대와 한양대 조사위는 매우 협조적으로 우리와 연락을 취했다. 또 피츠버그 대학, 또 논문 저자들과도 정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했다. 대학들이 주 정보원이었다."

- 서울대 조사위가 황 교수팀의 2004년 논문과 2005년 논문이 조작이라고 밝힌 다음날인 1월 12일, 황우석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자신의 연구 팀에 배반포 기술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배반포 만드는 기술은 대단한 업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에 동의하는가? 독보적 업적으로 간주할 만한 것인가?
"과학계는 데이터로 입증되는 결과로 말한다. 배반포가 만들어졌다는 정확한 기록과 확실한 검증이 없으면 어떤 주장도 과학자에게는 의미가 없다."

- 황우석 팀 논문에서 섀튼 교수의 정확한 역할은 무엇이었나. 어떤 이들은 섀튼 교수가 과학계에서 자신이 누리는 명성을 이용해 <사이언스> 심사과정에 모종의 영향을 끼쳤다고 믿는다.
"섀튼 박사는 논문의 교신 저자였다. 이 말은 그가 모든 저자들을 대신해 저널과 연락을 했다는 뜻이다. 그는 또한 자문 역할을 했고 논문을 썼다. 논문은 보통 하는 방식으로 취급됐다. 섀튼 박사는 교신 저자가 통상 하는 것 이외에는 심사과정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

-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미국 음모론'도 널리 퍼져있다. 황우석 팀의 공적을 가로채려는 미국이 이 사기 사건 배후에 있다는 것인데, 즉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 주도권을 미국으로 가져가려고 섀튼과 그의 일당이 이 모든 스캔들을 일으켜 황우석 교수의 파멸을 이끌어 냈다는 가설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종류든 미국이 음모를 꾸몄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PD수첩에 대한 사과? 현재로서는 논하지 않겠다"

a 지난 12일 오전 황우석 교수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조사위원회 최종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황우석 교수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조사위원회 최종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국의 MBC < PD수첩 >에서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윤리문제를 보도했을 때, 도널드 케네디 편집장은 지난해 12월 4일 한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BC PD수첩이 보도한 어느 것도 맞는 것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인터뷰 내용은 모든 한국 언론에 대서특필 된 바 있고, 결국 < PD수첩 >은 한 달여간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그 때 그런 말을 한 근거가 있었던 건가.
"그때는 그 정보에 대한 독립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이 한국 언론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자들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시인을 받지도 못했고. 사실이 알려졌을 때 <사이언스>는 그에 따른 행동을 취했다."

- 결국 당시 MBC < PD수첩 >이 보도한 내용이 옳다고 밝혀졌는데, <사이언스>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 PD수첩 >에 사과할 의향은 없나?
"현재로서는 < PD수첩 >에 대해 논하지 않겠다."

- <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16일 이번 파문이 한국 과학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한 것인가. 앞으로 한국과학자들에게서 나오는 연구논문이 다른 나라의 것과 동일하게 심사된다고 볼 수 있나.
"우리는 어느 나라에서 오는 논문인지에 관계없이 모든 논문을 똑같이 고려할 것이다. 실제 <사이언스>는 다음 주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에 한국에서 온 논문을 게재할 예정이기도 하다. 과학 연구는 국경을 초월하는 일이다. '과학적 비행'은 드물지만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기도 했다. 일례로 독일과 미국에서도 과학적 비행이 최근에 일어났다. 이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 많은 과학자들이 이번 파문이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악영향을 줄 거라 염려한다. <사이언스>는 현 부시 정부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 반대 입장에 맞서 이 분야의 연구를 지지해 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헌신할 생각인가.
"이번 사건은 우리가 가진 견해를 바꾸어 놓지 않았다. 우리는 인간 건강 증진을 위해 줄기세포 연구가 가진 가능성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과학자들이나 일반 대중은 다수가 이번 파문이 <사이언스>의 명성에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의 리뷰 및 평가 절차를 강화하는 한편 계속해서 수준 높은 새로운 연구물을 출판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소수 과학자들이 범한 비윤리적 행동이 <사이언스>의 정직성을 뿌리째 위협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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