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남아 있는 구간의 성벽상공 옥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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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북쪽 정상에 올랐다. 무너져내린 옛 산성흔적이 그대로 드러났다. 산성안쪽에는 인공홈이 쭈욱 뻗어 있었고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올랐다. 새로운 세상을 본 것 같았으니 산신님은 옛 사람들의 위대한 창조라면서 찬탄을 금치 못했다. 눈이 오솔길로 다져진 것으로 보아 다녀간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였다.
일행은 남쪽으로 뻗은 산성을 따라 걸음을 옮겨놓았다. 성벽둘레의 총길이는 4454미터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산등성이 아니라 옛 산성우를 따라 걷는셈이였다. 고구려 때 서기 420년 쯤이라 해도 1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산성이니 숭엄한 기분속에 빠져듬을 어찌할 수 없었다. 자연과 역사와 함께 하는 시각이 좋았다.
산성 한구간을 조이니 저앞에 나지막한 등성이와 함께 오른쪽에 홈이 나타났다. 옛 석성이 그대로 실재하는 구간이었다. 잠간 후에 일행 전체가 석성구간에 들어섰다. 모두가 놀라마지않았다. 처음에는 한미터쯤 되는 돌성벽이더니 그 앞에는 높이까지 3미터도 넘는 돌성벽이 발목을 잡았다. 진실로 자연과 역사유적이 어우러진 구간이었다.
일행의 흥분은 절정에 달하였다. 그 시각에 성벽을 자세히 관찰하노라니 깍은듯이 다듬은 돌구간은 한층한층 물려가며 쌓아 천여 년의 비바람 속에서도 그모양 그대로였다. 웃부분은 흙담이었는데 산성의 성벽을 돌로 쌓은 다음 돌담우에 흙을 무져 만들었다더니 그른 데 없었다. 성벽은 일반적으로 밑면의 너비가 5~7미터이고 높이가 1~3미터라고 했는데 실감이 났다. 상공님과 옥저님은 각기 디지털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완정한 성벽구간너머는 동남방 가파른 내리막 길이었다. 산과 산사이 홈채기였는데 옛 산성에는 동, 서, 남, 북에 성문이 하나씩 축조되어 있고 그중 서쪽, 동쪽, 북쪽 성문에 옹성(瓮城)이 설치되었다더니만 서쪽 옹성구간이 아닌가 싶었다. 이날 북쪽구간과 동북쪽 약간 구간을 제외한 산성 전체를 돌아보았지만 옹성이 설치되리 만치 알맞은 서쪽성문구간은 두 번 다시 찾아볼 수 없었다. 성벽 따라 안쪽에 홈이 뻗어 있고 구간구간 웅덩이가 패워있는 것이 인상적이였다.
“서쪽성문”구간 앞산에도 산성따라 오솔길이 뻗어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흔적을 나타내는데 크고 작은 산봉우리 두세 개를 지나며 동쪽으로 나아가니 자연과 하나되는 길이 끊기었다. 이곳 구간에서 방향을 안쪽으로 잘못 잡아서인지 한 동안은 엣 성터도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동쪽구간에 들어서서야 옛 성터가 다시 보이었는데 옛 성터 안에는 웅장한 높은 산이 따로 솟아 있었다. 해발 390미터의 주봉이 이 높은산이 아닌가 싶었다. 옛 궁정터자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산안의 산은, 대자연은 어느것 하나 같은 것이 없다는 도리를 깨우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