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좋아하시던 홍시장생주
그래서 변비약을 투약하면서까지 홍시를 드려야 하는가 싶어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어쩌랴 '저렇게 맛있게 드시는 걸' 하는 맘으로 좋아하시는 음식을 잡수시도록 그냥 드리곤 했다.
"어머니! 홍시 맛있어요?"
"……"
그저 고개만 끄덕이시던 어머니. 한 번은 방안에 박스 채 홍시를 넣어 드렸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 보니 박스가 보이지 않았다. 그 많은 걸 한꺼번에 다 잡수셨나 싶어 놀라 여기 저기 살펴보니 홍시가 반닫이 속에 들어있지 아니한가.
'얼마나 맛이 있으면 저러랴.'
그토록 혼자서 오래 오래 아껴서 잡수시려고 감추어 둔 홍시들. 어머니께서는 그 홍시를 채 다 잡수시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남기고 가신 홍시 몇 알을 보고 있자니 어찌 그리 눈물이 나던가. 50여 년 전엔 아버지께서 고구마 몇 알을 잡수시다 두고 가시더니….
어머니께서 일흔을 넘기셨을 때였다. 이제 초등학교를 갓 입학한 손자가 학교에서 돌아 와
"할머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어머니는 "오냐! 내 손주 이제 왔냐"하시며 손자의 손을 꼭 잡고 안아주시곤 했다. 가을이면 강진읍 동문안 샘가 내 고향집 앞 마당가에 서있는 감나무에 매달린 감을 장대로 휘저어 홍시 하나를 따다가 손자의 손에 쥐어주곤 하셨다. 한 입에 콱! 맛있게 먹는 손자의 입을 보며 환하게 웃으시던 어머니.
이제 그 고향집의 감은 누가 따 줄 것인가. 어머니가 보고 싶다. 너무 보고 싶다. 어머니! 속으로 불러보면 눈물부터 난다. 소리 없이 눈물 흘리며 집 앞 마트에 갔다. 그리곤 홍시 몇 알을 사들고 왔다.
"어머니! 이거 드세요!"
차마 말도 못하고 어머니 영정 앞에 꿇어 흐느낀다.
'어머니! 홍시 여기 있습니다,'
'……'
대답도 없는데 나 혼자서 홍시를 만지고 있었다. 밤도 늦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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