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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대한 인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예컨대 약간의 비만은 전 시대에서는 부와 건강의 상징으로 여겼다. 옛 도사들이 수련하는 체형을 보면 이런 추측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도툼한 팔과 적당히 나온 배가 건강한 도사의 모습이다. 물론 적당히 나온 배는 복식호흡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잘 먹지 못하면 부드러운 턱 선이나 배 선이 안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것도 병이라고 진단을 내리지는 않지만 병에 준하여 치료술이 행해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병에 대한 인식은 양의학의 영향이 대부분인 탓인지 특정한 병원균이나 특정한 물질이 얼마큼 내 몸속에 들어 있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러한 인식이 병의 예방과 치료에 적절하지 못한 면이 많다는 것이다. 긴 얘기가 될 수밖에 없지만 편의를 위해 짧게 쓴다.
1. 인간의 몸
모든 우주가 그렇듯이 인간의 몸과 마음도 우주의 기가 흘러가는 하나의 표현이자 바로 우주의 본질 자체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눈에 보이는 기는 바로 우리의 육체이다. 그러니까 순환계는 기 흐름이 일정한 형상으로 굳어진 상태를 표현한다.
먹고 마시는 것은 지기요 숨쉬는 것은 천기다. 지기와 천기를 합하여 인간의 생명을 표현하고 오줌 똥 땀 호흡 손톱 머리카락 피부 등등으로 다시 땅과 대기로 기를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기흐름을 인간의 몸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 간심비폐신 오장이고 이 오장과 기타부위를 상호조절케 하는 것이 뇌이다. 뼈와 근육 등은 오장에 의해 생명을 표현하기 위한 심하게 말하면 거푸집에 해당한다.
그런데 변하는 외부환경에 쉽게 적응하기 위해서 오장의 능력이 한두 군데는 약한 것이 효율적이다. 그래야 자신이 쉬어야 된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종종 너무 건강하거나 혹은 사명감에 자신을 혹사시킨 사람들이 갑자기 병이 나면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사실 갑자기 나는 병이란 없다. 다만 너무도 늦게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어리석음을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몸이란 기가 흘러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몸 안의 이상은 반드시 밖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다만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는 탓으로 모르고 지내올 뿐이다.
이런 어리석음의 대표적인 병증이 성인병이고 그 중 또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과 당뇨다. 이 두 병증을 중심으로 이어간다.
2. 고혈압과 당뇨는 문명병이 아니라 생명의 연속을 위한 차선의 선택일 뿐이다.
혈압이 왜 오르는가? 타고날 때부터 기형적으로 태어나 혈압이 오르는 경우를 제외하면 혈압이 오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혈액순환이 안 되면 혈압이 오른다. 고혈압환자들의 대부분은 젊었을 때 저혈압인 경우가 많다. 오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심장이 작아 혈압이 약하고 그에 맞게 혈관이나 기타 조직이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수많은 요인에 의해- 예컨대 비만 등 - 순환에 서서히 장애가 생기면 혈압은 서서히 올라간다. 즉 내 몸을 살리기 위하여 혈압을 올리는 것이다. 이 때 우리는 우리 심장에 대하여 고마워해야 하고 또한 그 만큼 혹사시키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병으로 인식하여 심장의 수고로움은 무시하고 약물로서 혈압을 낮추려고 한다.
이유는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문제는 혈압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이 반드시 머리를 보호하거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최선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혈압이 낮으면 신체의 어느 부위는 서서히 망가지게 되어 있고 때로는 그 부위가 머리부터 시작할 수가 있다. 더 이상 이야기가 나아가면 말이 길어지니 여기서 그치기로 하고 다음은 당뇨를 알아보자.
당뇨는 왜 생기는가? 한방적으로 보면 오장 중에 폐는 기를 주관한다. 이 말은 에너지의 형태를 가스형태로 변화시키거나 혹은 가스를 피나 기타 조직 속에 넣어주는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폐 기운이 약하면 당뇨가 생기는 것이다. 조직에 지방이 많이 끼거나 호르몬제 등을 과도하게 오랫동안 복용하면 비습해져서(그래서 인지 도시보다는 운동량이 많은 지방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당뇨증의 비율이 더 높다) 폐의 기화작용이 장애를 받게 된다. 따라서 폐를 상대적으로 약하게 타고난 사람들에게 당뇨가 더 잘 생길 수밖에 없다.
3. 고혈압과 당뇨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적잖은 분들이 고혈압증상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정상이라고 말한다. 그런 분들은 대부분이 젊었을 때 저혈압이었다가 혈압이 서서히 오르면 일시적으로 120/80이 되면 자신은 혈압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양방병원으로부터 정상이라는 표시를 보고 말하는 것일 거다. 인간의 생리에서 정상이란 말(normal)은 없다 그저 사람들의 평균을 나타내는 참고치(reference)일 뿐이다. 즉 저혈압으로 태어난 사람은 저혈압이 정상이지 남들의 평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미 고혈압이 되어있는 것이다.
당뇨도 폐기운이 약한 사람들 가운데 간과 심장기운 약하면 보다 젊은 나이에 나타나고 그렇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 나타난다. 즉 그 사람의 기화능력을 보면 당뇨가 나타나는 과정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약으로 당수치나 혈압수치를 조절하는 것은 치료가 아니라 수치를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수치를 관리해야할 정도가 되었다면 실제로는 자신의 몸은 그전부터 끊임없이 자신한테 돌보아주기를 호소했을 것이다.
한방의 기본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인체를 기가 흐르는 통로로 보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기운이 어디에서 장애를 받고 있는지 한방적인 진단으로 바로 나타난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오장 가운데 한두 군데는 약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바로 그 오장의 성쇠로 혈압이나 당뇨가 언제 쯤 올지 추정할 수가 있다.
참고로 현명한 엄마와 어리석은 아빠를 예를 들어보겠다.
살이 찐 초등생들 데리고 온 엄마한테 아이의 체질(한방에서 체질이라고 하면 사상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아니고 그저 타고나 성향으로 생각해주길 바랍니다)을 설명해주고 장차 간질환과 고혈압이 어린 나이에 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제서야 묵묵히 감시하는 듯한 눈빛을 보이던 어머니는 가족력이 그렇다고 말하면서 예방처방을 원하여 약 40일간을 그 아이에 맞는 한약을 복용하게 하였더니 검은 입술이 분홍빛 입술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미 나온 차 모델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그 모델에 맞는 관리는 쉬운 것처럼 그 어머니는 일년에 두 번 씩 꼭 상담하러 온다고 한다.
이번에는 어리석은 아빠의 얘기다.
40대 초반인데 허리가 아무 이유 없이 아프다고 침 맞으러왔다. 그래서 이유가 없는 게 아니니 그 이유를 설명해 줄 터이니 꼭 기억하시라고 말하고 간질환과 당뇨가 올 수 밖에 없고 아마도 당뇨는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되어 있다고 말했다. 으레 그렇듯이 이 정도가 되면 환자들은 빙긋이 웃으면서 가족력을 이야기 한다. 할아버지가 간암과 폐암이었고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수술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은 체질이 내림이라서 그렇고 그런 체질에서는 그런 병증이 잘 생기는데 당신은 이미 그런 증상이 밖으로 나타난 지가 오래되었다고 말해주었으나 검사에 이상이 없었다고 예방책조차도 묻지 않는 것이다.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니 내 자신도 아는 만큼 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내가 보는 것은 모든 만성병은 체질에서 오고 체질은 바로 우리들의 생활습관과 먹거리로 과도하게 나가지 않게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고혈압 당뇨 비염 그리고 아토피를 비롯한 많은 자가면역질환은 자연적인 생체흐름을 끊어주는 양약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인류와 함께 생명을 이어온 본초를 이용한 한방치료나 예방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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