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대기업에 '세무조사' 날 세우나

대기업 등 116개 업체 전격 세무조사...25일 기업들 법인세 신고에 앞서

등록 2006.01.19 16:51수정 2006.01.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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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국민들이 당당하게 돈을 벌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면서 떳떳하게 사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번 만큼 세금을 내고, 세금 많이 낸 사람이 존경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상률(사진) 국세청 조사국장의 말이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세청 기자실. 한 국장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어 '왜 새해 벽두부터 기업들에 대한 세금조사를 하느냐'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돈 벌고, 떳떳하게 세금내며 사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다른 기자는 '대통령이 어제 밝힌 양극화 해소 위한 재정확충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 기업 군기 잡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한 국장은 "완전한 오해"라고 전제하고, "결과론적으로 보면 정부의 세수에 보탬이 되겠지만, 공평한 과세를 위한 것이지 어떠한 배경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단지 세수가 모자란다고 이렇게 하는 것은(기업 세무조사로 재원을 충당하는것) 상당히 어리석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기업들의 우려가 높다'는 의견을 내놓자, 한 국장은 "올 3월이면 기업들은 법인세 정기 신고가 있다"면서 "기업들의 작년 결산이 대개 이맘 때 나오고 있어, 일부 탈루 기업에 대한 표본 세무조사를 통해 기업들의 성실 과세를 이끌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의 세무조사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세무조사는 대표적인 (세금) 탈루 업종과 최근 호황 업종 기업들이 대상이다"면서 "언론사가 탈루업종이라거나, 호황업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조사대상이 아님을 시사했다.

300억원 이상 116개 대기업이 1차 세무 조사대상... 언론사는 빠져


국세청은 지난해 말 각종 신고자료를 토대로, 세금탈루 혐의가 짙은 대기업 116개를 선정했다. 이어 지난 18일부터 해당 기업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이 법인세 신고를 앞둔 시점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세무조사를 받을까. 우선 매출액 기준으로 300억원 이상 기업이 세무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이들 가운데 구체적으로 세금 탈루 혐의가 포착된 116개 기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도 12개가 포함돼 있다.


국세청은 그동안 고질적으로 세금을 탈루해 온 업종(건설, 부동산)과 최근 호황을 보인 반도체, 전자, 조선, 자동차, 전자상거래, 통신판매, 레저 등의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모든 업종이 총망라돼 있는 셈이다.

한상률 조사국장은 "작년말부터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대기업도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다는 인식을 줘야만 사회전반에 걸쳐 납세 성실도가 높아질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1월중순께 대기업 100여개 표본 세무조사

세무조사 방법도 관심거리다. 국세청은 이번 116개 기업은 표본조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통해 어느 업종에서 어떤 방식으로 세금 탈루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쌓을 예정이다.

한 국장은 "이 같은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향후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공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한 번으로는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부족할 수 있다"면서 "적어도 3년에서 5년 정도 매년 이 정도 규모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자료를 축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향후 5년동안 매년 1월중순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표본 세무조사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번 표본 조사 결과와 오는 3월에 예정된 기업들의 법인세 신고 내용을 분석해, 앞으로 집중적으로 조사할 업종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같은 세무조사 방식은 미국 국세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NRP(National Research Program) 방식을 따온 것이다. NRP 방식은 사전에 세무당국이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탈루 여부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한다. 이후 조사 결과를 근거로 탈루 혐의가 큰 유형이나 업종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는 방법이다.

국세청 세무조사 확 바뀌나?

국세청은 그동안 일정 기간을 주기로 정기세무조사를 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예를 들어 기업의 경우 대개 4~5년 주기로 정기 법인 세무조사를 벌여왔다. 이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일부 정치적 의도에 따라 표적조사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는 세금 탈루 혐의 기업이나 성실하게 세금을 낸 기업 사이에 별 차이가 없이 시간만 지나면 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일부 기업 입장에서는 불공평하다는 불만을 받기도 했다.

한상률 조사국장은 "이 같은 정기세무조사가 정치적 중립성 오해를 막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참여정부 들어 이 같은 오해가 사라졌고, 앞으로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람과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4~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세무조사보다는 표본조사를 통한 집중 조사 방식으로 세무조사 방식을 바꿔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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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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