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등급 장애인들은 칫솔질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진료소를 방문해 스케일링을 해야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주미영(53·가명)씨는 이날 주말장애인치과진료소에 평소 때와 다름없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아들 이민석(27·가명·정신지체장애 1급)씨를 안고 찾아왔다.
50kg 남짓 하는 왜소한 체구인 그녀는 아들을 안고 다니는 것에 이력이 붙은 것처럼 보였다.
"일반치과에 한동안 다녔는데, 쉽지 않았어요. 하루는 이 곳에서 안내문이 왔습니다. 장애인 치과 진료를 받으러 오라고요. 그래서 다니게 됐어요. 사실 처음에 걱정도 많이 됐는데 몇 차례 다니다 보니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치료도 너무 잘 해주시고."
민석이 같은 재가(在家) 장애인을 위해 주말장애인 치과 진료소는 방문 진료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방문 치료는 한계가 많다. 장애인 이동 차량도 한정돼 있어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2003년 스마일 재단이 조사한 '장애인구강보건의 실태 및 수요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72.1%가 심각한 구강질환을 갖고 있는 데 비해 치과 진료를 받고 있는 장애인은 37.5%에 불과했다.
장애인의 경우 충치·잇몸 치료를 겨우 받게 돼도 보철이나 틀니 등 비급여 부분 부담 때문에 치료가 용이하지 않다.
물론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생기도 있다. 지난해 저소득 장애인에 비급여 부분 50%, 일반 장애인에게 20%를 할인해 주는 서울장애인전용 치과병원이 개원했고, 정기적으로 장애인 치료를 시작한 보건소도 생겼다.
그러나 아직 치료의 손길을 기다리는 장애인들이 많다.
5년 동안 구로건강복지센터의 주말장애인치과진료소를 거쳐간 사람들은 모두 1047명이다. 주말장애인치과진료소는 구로 지역 내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이면서 치료진료가 용이하지 않은 장애 1·2등급에 혜택을 주기 위해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구로구치과의사회, 한화무역 사회공헌팀, 치위생사, 대하덴탈 등의 도움을 받아 보철과 틀니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구로건강복지센터 서윤미 사무국장은 "주말장애인치과진료소는 의사, 치위생사, 기업 지원을 통해 장애인의 치과 진료, 사례 관리, 최종 보철 지원 등 체계적인 사업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지역 보건소나 사회복지과와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장애인 치과진료 대상층을 확대,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외 계층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돈과 몸을 바쳐 활동하고 있는 구로건강복지센터는 여전히 '의료의 공공성 확보'라는 화두를 붙잡고 있다.
| | "일주일 한 번은 생색내기 같아... 건물이 생겼으면" | | | [인터뷰] 주말장애인치과진료소 운영위원 김정우 원장 | | | |
| | ▲ 주말장애인치과진료소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김정우 원장이 장애아들을 달래가며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김정우(37·주말장애인치과진료소 운영위원) 원장은 구로 지역에서 개업을 하기 전 강남 논현동에 있는 치과에서 월급을 받고 근무했다.
"사실 그 때는 어려운 사람들이 잘 안 보이니까, 누구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죠. 그런데 구로에 오니까 달랐어요. 2003년에 지역에 있는 한 시설을 찾았는데 벌레가 나오고, 장판은 갈라지고…. 너무 지저분해서 1시간도 못 앉아있겠더라구요. 솔직히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일할 것을 찾다가 주말장애인치과진료소에서 일하게 됐죠."
김 원장은 능숙하게 장애인 진료를 진행한다. 틀이 잡혔다고나 할까. 일반 치과들로부터 거부당해온 장애인들에게 그는 의사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다.
주말장애인치과진료소 치료를 위해 구로구 치과 의사회 소속 회원들과 치위생사들이 당번을 정해 매주 진료를 진행한다.
그는 "정부가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없는 사람들의 건강권 확보는 요원하다"고 말한다.
"의료에 돈이 끼면 공공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의사들을 돈 버는 직업으로 만들어놓고, 공공성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김정우 원장은 '주말장애인치과진료소'에서 '주말'을 떼어내는 꿈을 꾼다.
"일주일에 한 번, 너무 생색내기 같잖아요. 건물이 하나 생겨서 장애인 평일 진료를 하는 게 소원입니다. 언젠가 가능하겠죠?"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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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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